우리대학교 문정인 교수(사회대‧비교정치/국제정치)를 만나다

문정인 교수(사회대‧비교정치/국제정치)는 우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교수들 중 한 명이다. 문 교수가 단순히 학자로서 유명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위해 자택을 방문했을 때 알 수 있었다.
사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다. 그러나 문 교수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옆집 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모습으로 기자들을 맞이하여 이런 긴장을 녹아내리게 했다. 그런 그에게서 교수로서의 권위보다는 학문을 추구하는 학자, 그리고 학생들을 진정으로 아끼는 선생님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철학을 공부하던 인문학도, 정치학 교수가 되다


지금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잘 알려져 있지만, 원래 문 교수는 우리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을 회상하며 “학부 때 철학 공부를 하며 많은 고전 작품을 읽고 풍부한 사유의 기회를 가진 것이 지금 위치에 올라서는데 큰 밑바탕이 됐다”고 얘기했다. 미국의 대다수 명문대의 학부 과정에서 문학·사학·철학 중심의 교육을 중시하는 것을 예로 들며 그는 인문학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인문학도’ 문정인이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학자가 된 또 다른 결정적 계기는 국군정보사령부*에서의 군복무 경험이다. 이곳에서 주로 국제관계 문제들을 다루고 외국어 문서 번역과 분석을 한 그는 국제관계라는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메릴랜드 대학원에서 정치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의미 있는 군 생활을 한 남자 중 한 명일지도 모른다.

상호 소통적인 수업, 학생들의 요구를 만족하는 수업

문 교수는 국제정치와 비교정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동아시아와 중동 정치와 관련된 분야를 주로 다루고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정치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 대학에서 12년 간 중동 정치를 가르쳤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현재 우리대학교에서 ‘중동 정치’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여기서 잠깐 문 교수의 또 다른 강의인 ‘국가 안보와 정치’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한다. 그가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국가정보론이 국가기밀과 정보기관을 다루는 매우 중요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교에는 이와 관련된 강의가 없었다는 사실에 이 강의를 개설했다고 한다. 지난 1995년에 개설된 이 강의는 추잉 강의평가에서 호평이 자자할 정도로 인기 강의이기도 하다.
문 교수는 「중앙일보」와 「한겨레신문」등 기성신문 칼럼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물론, 그가 학부에서 강의하는 ‘중동 정치’와 ‘국가 정보와 정치’는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이런 문 교수의 인기는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이 그가 자신의 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뿌듯하게 여길 정도.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교육 철학으로 교수와 학생 간의 상호관계를 갖는 학습(Interactive Instruction)을 강조했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과 교수 사이에 토론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 교수는 학생들이 현실 정치 문제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수업에 참여하기 전 두 개 이상의 한국 신문은 물론 「인터네셔널 헤럴드 트리뷴」, 『파이낸셜 타임스』와 같은 해외 신문들을 읽고 올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강의와 관련이 없더라도 시사와 관련된 모든 질문을 받고 그에 대해 답해주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그 때문인지 그의 수업은 진도를 잘 나가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학생들의 호응이 매우 좋은 강의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습관처럼 굳어진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의 시대를 이제 그만 끝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분석의 틀을 만들어라

그렇다면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문 교수는 망설임 없이 ‘분석의 틀’을 꼽았다. 분석의 틀이란 사물과 현상을 체계적으로 이론화 할 줄 아는 가장 높은 수준의 추상성과 자신의 생각을 쉬운 예시로 표현할 줄 아는 가장 낮은 수준의 구체성을 연결 짓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분석의 틀이 있어야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그 예로 하버드대 정치학 마이클 샌델 교수가 여러 철학자들의 이론을 우리 주변의 쉬운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분석의 틀을 갖는 것이 학생들이 추구해야 할 가장 높은 단계의 사유 방법이다. 문 교수는 “오늘날 이론은 알지만 내용이 없는 학생들 혹은 정보는 많지만 분석의 틀이 없는 학생들이 많은 현실이 안타깝다”며 “학생과 교수 간의 상호관계를 통해 학습이 이루어질 것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나는 한 순간도 내가 교수임을 잊은 적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 문 교수를 ‘폴리페서’라 부른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 정부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정책캠프의 남북경제연합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그가 학교 수업과 연구에는 소홀히 하며 정치 활동에 매진한다는 비난이 있기도 하다. 세간의 비난에 대해 그는 “내 시간의 40은 교육, 50은 연구, 10은 사회봉사 이렇게 시간을 안배하는데 내가 정치적 조언을 하는 것은 사회봉사의 일부분”이라며 자신의 본업은 교수고 자신의 대외적인 활동은 부업이라 역설했다. 실제로 문 교수는 SSCI*** 등재 횟수가 국내 학계에서 최상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교수로서의 할 일을 변함없이 해내고 있다.
한편 문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장 직책과 안보실장 직책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인이 된다면 맞닥뜨려야 할 언론과 국회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됐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위를 책임져야 하는 큰 자리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이 들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처럼 문 교수는 정치인으로서의 직책은 거절했지만 학자로서 자신이 정치에 기여할 수 있는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역임하며 대통령의 잘못된 생각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학생들을 위한 조언,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끝으로 문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략이 풍부한 존재(Resourceful Being)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을 풍요롭게 만들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지략이 풍부한 존재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려는 자(free-rider)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그의 진심어린 조언에는 인생 선배로서의 문 교수의 따뜻한 인생철학이 녹아있었다. 자신이 가진 지식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알맞은 위치에 서서 지혜롭게 지식을 공유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풍요로움이 느껴졌다.

* 국가정보본부 산하 첩보부대
** 정치현상을 비교적 방법을 통해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하려는 연구의 총칭
*** 미국 톰슨사이언티픽사에서 제공하는 사회과학분야 학술논문 인용지수

글, 사진 이유경, 전형준 수습기자
chu_ing1935@naver.com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