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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는 당신보다 길다” 언론사 인턴기자의 하루밤늦게 추가 근무는 기본, 장례식장에서 문전박대까지…
  • 곽기연 기자
  • 승인 2012.10.19 00:51
  • 호수 174
  • 댓글 0

*본 기사는 취재원들의 인턴 생활을 재구성한 부분이 있음을 밝힙니다.

아침 9시. 마포 경찰서 앞.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라지만 이른 시간의 공기는 서늘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김가람(신방・07) 씨는 형사들을 만나며 간밤에 무슨 사건이 있었냐고 묻느라 정신이 없다. 김씨는 ‘마포 라인’*에 속하는 여러 경찰서 중 가장 큰 마포 경찰서에서 마지막 ‘마와리’**를 돌기에 여념이 없다. 10시가 되면 일진기자***의 명령이 떨어질 것이다. 그때까진 꼼짝없이 스탠바이다.
같은 시간 「동아일보」 사무실. 아침 일찍 출근한 이여진(응통・08)씨는 업무가 주어지길 기다리면서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다. 많은 선배 기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한시라도 빨리 일이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앞으로 최소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인턴기자의 하루

김씨와 이씨는 지난 여름 각각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인턴기자로 일했다. 언론사 인턴을 체험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지원한다. 물론 「중앙일보」나 『시사IN』, 「동아일보」를 비롯한 다른 언론사에서도 인턴기자를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 비해 불규칙적이거나 인턴기자 모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서류와 면접 등 힘든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인턴기자 생활의 시작점에 불과하다. 이씨가 일한 「동아일보」의 경우 신문, 방송, 신문/방송의 세 가지 분야로 나눠 7주 과정으로 모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부서배치 전 기사 작성이나 취재방식에 대해 선배 기자들을 통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겨울인턴부터 인턴기자 제도를 대폭 변경했는데 <관련기사 [인·젊·미①] 인턴, 아낌없이 알려주마!> 총 9주 동안 인턴기자로 활동 가능하며 1주차에는 교육이 진행되고 나머지 8주를 각각 반으로 나눠 다른 부서의 일들을 체험해볼 수 있다고 한다.



업무가 지정되면 인턴기자들은 그에 따라 분주히 움직인다. 이씨의 경우 「동아일보」의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에 배정돼 일할 때는 선배 기자와 함께 명시된 퇴근 시간인 저녁 6시까지 취재를 다닌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저녁 6시가 되면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와 카메라 기자가 찍은 영상을 편집팀에 넘긴다. 편집이 진행되는 동안 화면에 들어갈 CG를 의뢰하고, 선배 기자 옆에서 취재한 내용에 대해 함께 기사를 쓴다. 그리고 선배 기자에 의해 피드백을 받고 편집이 완료되면 선배 기자와 함께 편집방향을 설정한뒤 인터뷰이가 말한 그대로 자막을 쳐서 넣는 ‘인제스트’(Ingest) 작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선배 기자가 뉴스 영상에 더빙하는 것을 지켜보고 메인뉴스가 방송되기 전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밤 10시에 메인뉴스가 제대로 전파를 타고 방송이 된 후 이씨의 업무는 마무리된다.

김씨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업무 시간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로 명시돼있지만, 추가 근무가 일상이다. 특히 사건사고에 민감한 사회부에서 일할 때는 더 심했단다.

카톡 프로필마저 조심해야하는 조직생활의 어려움

정해진 시간보다 늘어나기 일쑤인 업무시간보다 인턴기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감정노동과 학생에겐 낯설 수 있는 조직문화다. 김씨는 인턴기자로 일하는 9주가 정말 ‘빡셌다’고 말했다. 기획기사를 담당하는 사회정책부에서든, 사회의 모든 사건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하는 사회부에서든 말이다. 특히 세간의 화제가 됐던 ‘웨딩기획’에 대해 취재할 때 했던 맘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취재원들이 쉽사리 자신의 이야기를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부에서 일할 땐 사회부 기자라면 돌아야 하는 ‘마와리’가 김씨를 괴롭혔다. “경찰서는 괜찮았지만, 장례식장을 돌 때가 정말 힘들었어요.”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안 좋거나 유족들의 낯빛이 유난히 안 좋은 빈소에 불쑥 찾아가 “어쩌다 이렇게 됐어요?”라는, 어쩌면 실례가 될 수 있는 질문으로 아이템을 발굴해내는 것이 김씨가 꼭 해야 하는 업무였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사에 적응하는 게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씨가 일한 사회부에서는 평소 이씨가 예의를 갖추는 것이라 생각했던 하이힐과 치마 복장이 ‘예의 없는 것’으로 간주됐단다. 뿐만 아니라 친한 동료 간에도 말조심은 기본이고, 카톡 프로필 사진과 상태메시지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야했다. 이씨는 “평소 거의 학교를 위주로 생활하다 난생 처음 겪는 문화라 어려웠다”고 이에 대해 갈무리했다.

할 일이 없어서 힘든 적은 없었을까. 이씨는 자신이 일했던 사회부는 선배기자로부터 업무가 제때 배정돼 그런 적이 없었지만 PD부의 경우 인턴기자들이 일감을 받지 못해 책상머리만 지키고 앉아있었던 적이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턴기자에게 업무를 분담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오늘의 피로감은 내일의 사명감으로

퇴근시간 교통 정체와 퇴근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던 거리는 어둠이 깊어지며 대신 적막이 감돈다. 차들도 헤드라이트에 의지하며 도로를 재빨리 미끄러져 간다. 정신없던 하루를 보내고 피로가 내려앉은 온 몸을 이끌고 김씨와 이씨는 집으로 향한다. 내일도 정해진 퇴근시간을 훌쩍 넘겨 업무가 진행될 것이 분명하고, 오늘보다 더 감정을 소모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두 사람의 얼굴엔 뿌듯함이 떠오른다. 잠깐 동안의 재충전을 위해 신문사 건물이 인턴기자들의 발걸음과 조금씩 더 멀어진다.

*라인 : 관할 구역을 뜻하는 말. 한 구역 당 여러 개의 파출소가 배정되며 그 중 하나는 그 구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마와리 : 일본어로 자신이 맡은 취재처를 도는 것을 의미한다.
***일진기자 : 사회부 기동팀에서 가장 높은 캡(Cap) 기자와 Vice 기자 다음으로 직급이 높은 기자. 라인을 총괄하고 있다.

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사진 구글이미지

곽기연 기자  clariecie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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