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한날 다투는 우리 가족, 무엇이 문제일까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손가락질을 하더라도 유일하게 당신을 감싸줄 사람을 떠올리면 누가 떠오르는가? 애인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본다면 아마 부모님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지만 부모님과 당신은 어떤 대화를 하는가. 따뜻한 대화도 오가겠지만 종종 "으이구, 이 웬수!"라던가 "내 인생이니까 상관하지마!"라는 날선 대화도 오갈 것이다. 항상 따뜻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어째서 부모님과 갈등이 생기게 되는 걸까.

한 지붕 두 세대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약 30살의 나이차이가 존재한다. 부모와 자녀가 성장한 사회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가치관, 사고방식, 생활습관, 표현방법, 행동양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이런 차이를 세대차라고 부른다. 세대차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틈을 만들어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을 감소시킨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김 아무개씨는 귀가시간 문제 외에도 부모님과 갈등이 생긴 적이 있다. 김씨는 "지난번에 강정마을과 관련된 활동참여를 부모님께 들켜서 크게 혼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행동한 것이지만 김씨의 부모가 바라볼 때에 김씨의 행동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보일 뿐이다.
한편, 박아무개씨는 가치관의 차이로 아버지와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박씨는 "하는 일이 많아 제사를 지내러 갈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아버지께서 만사 제쳐두고 제사에 오라고 하셨다"며 "유교사상에서 제사를 빠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가치관을 중시하는 부모세대가 보기에 자녀세대의 가치관은 다소 '삐뚤어진' 모습으로 보여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김씨와 박씨의 경우 외에도 이성과의 연애, 옷차림, 의견표현 등에 있어서도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세대차로 인한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하의실종' 의상을 선호하는 딸과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다니는 것을 꺼리는 아버지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나를 놓아주세요.

80살 할머니와 50살 넘은 할아버지가 버스에 탄다.
할머니가 요금을 내면서 말한다.
"어른 하나랑 애 하나요."

이 이야기는 부모가 자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보기에는 모두 어르신들이지만, 자녀가 아무리 나이를 먹는다 해도 부모님의 눈으로 보면 어린아이로 보일 뿐이다. 반면에 자녀들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행동과 진로를 스스로 결정하고자 하는 독립욕구가 생겨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활을 하게 되면 독립욕구가 더욱 강해지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 사이의 의견차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진다. 변 아무개씨는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취하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며 "부모님이 반대한 이유는 내가 아직 어려서 제대로 생활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자취를 하고 있는 김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는 집에 늦게 들어가서 혼난 적이 많다"고 말했다.

'집-학교-학원-집'을 오가던 고등학교와는 다른 생활을 하게 되는 대학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새롭다. 자녀들은 나름대로의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싶어 하지만 부모는 혹여나 자녀가 잘못될까 걱정돼 자녀를 통제하고자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간섭한다고 생각하고, 부모는 자녀의 행동이 걱정스럽고 다소 어리석다고 느끼게 된다. 자녀와 부모가 바라는 '독립'과 '보호'가 상충돼 갈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소통 같지 않은 소통

부모와 자녀의 소통방식으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로 하고 싶을 말만 할 뿐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경우,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 잘못된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보다 30여년 정도 더 살면서 많은 경험을 했기에 자녀의 이야기를 다 듣지 않고 짐작해 답하는 경우가 있다. 중간에 말을 끊어버리거나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한 뒤 말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자녀는 부모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고 생각해 화를 내거나 속으로 이야기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이 아무개씨는 "부모님이 내 말을 다 듣고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많다"며 "그런 일이 몇 번 있은 뒤로는 부모님께 이야기를 하기 싫어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씨는 "그 후로 부모님과의 대화가 줄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녀가 부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경우에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의사전달 방식이 갈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의사전달방식이 잘못되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는 무관하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임상심리학자 토마스 고든은 부모가 자녀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전형적인 방법으로 ▲명령‧지시하기 ▲경고‧위협하기 ▲훈계‧설교하기 ▲충고‧제언하기 ▲강의‧논쟁하기 ▲판단‧비평‧비난하기 ▲칭찬‧동의하기 ▲비웃기‧창피주기 ▲해석‧분석‧진단하기 ▲지지‧공감‧위안하기 ▲캐묻기‧질문하기 ▲수용‧양보‧후퇴하기의 12가지의 방법을 제시했다. 고든은 칭찬‧동의하기, 충고‧제언하기, 지지‧공감‧위안하기의 소통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부모자녀관계에 있어 바람직하다고 권유하는 한편, 그 외의 방법은 자녀의 자율성을 침해하기 때문에 자녀의 반발심을 일으킬 수 있다고 권유했다.

부모님의 생각, 자녀의 생각

부모와 자녀의 생각은 의사소통을 통해 서로에게 전달된다. 그러므로 의사소통방식 자체가 갈등의 원인이든, 전달되는 메시지가 원인이든, 갈등은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될 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과정을 거듭할수록 갈등이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의 차이가 감정을 격화시켜 잘못된 의사소통방식을 야기하게 돼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것이다.
부모자녀관계에서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부모는 '나-전달법'을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나-전달법’을 사용하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전달법’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① 감정의 원인 진술: 당신이 ㅇㅇㅇㅇㅇ 했을(할) 때
② 감정의 확인: 나는 ㅇㅇㅇㅇㅇ 했다.
③ 타인에 대한 영향의 진술: 왜냐하면 당신의 그 행동(말)이 나의 감정을 ㅇㅇㅇㅇㅇ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④ 바람, 제언: 나는 당신이 ㅇㅇㅇㅇㅇ 행동(말)하기를 원한다.

출처: 『부모-자녀 관계 평가 및 상담의 실제』

정성훈, 박애선, 전민경이 쓴 『부모-자녀 관계 평가 및 상담의 실제』에 따르면, 부모자녀관계가 안 좋아진 상황에서는 부모는 대부분 ‘너-전달법’이 사용됐다. 너-전달법은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반면 초점은 상대방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자녀를 질책하면서 책임을 지우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비난하고 공격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반면에 ‘나-전달법’은 부모의 생각이나 감정이 드러나게 되므로 자녀에게 부모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상황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너-전달법’으로 인해 부모와 자녀사이의 의사소통이 더욱 갈등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개그맨 박명수가 이 속담을 패러디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늦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나온 이야기일지라도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함께했기 때문에 부모님은 어쩌면 '당연한 존재'이다. 그러나 대학을 위해 타지에 나온 경우, 결혼을 해서 출가하는 경우, 혹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게 되는 경우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는 언젠가 헤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부모가 항상 자신의 곁에 있을 거라는 생각은 유효하지 않다.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은 것일지도 모른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미래에 살지 않기 위해 부모와 자녀는 함께하고 있는 현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보다 나은 현재를 만들기 위해 ‘나-전달법’으로 대표되는 부드러운 의사소통방법을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부모자녀사이의 사랑은 애정이 묻어나는 대화가 오가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글 최지은 기자 choicho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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