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학교에서 ‘양질’의 수업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영어 강의 ▲대형 강의 ▲잦은 휴강 ▲부족한 수업계획서 ▲부실한 조모임 체제 등의 이유로 수업권이 침해받기도 한다.

<연세춘추 자체 설문조사 결과> 정리 정기현 기자 prinkh@

대학평가의 효자 영어강의,
그러나 내실은?

우리대학교는 학부 전공 강의 중 영어 강의 비중을 늘려 지난 8일 발표된 중앙일보 대학평가 ‘국제화 지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우리대학교 교원 업적평가 시행세칙 중 ‘임용 후 6년간 24학점 이상의 영어강의(해당 전공의 어학강의 포함)를 수행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승진이 필요한 교수의 경우에는 영어 강의 진행이 의무다. 이에 따라 2012학년도 2학기 우리대학교 학부 강의 중 30% 가량은 영어로 진행된다. 강현화 교수(문과대·한국어교육학)는 “국문과와 같이 강의 내용이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불필요한 경우는 문제를 제기해 당위성이 인정된 후 의무를 면제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어 강의의 수에 비해 ‘강의의 질’에 대해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신촌캠 450명 ▲국제캠 150명 ▲원주캠 250명 총 8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영어 강의 수강 경험자 중 23% 가량만이 수업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재호(경영··06)씨는 “영어 강의로 진행되는 통계학 입문을 수강한 적이 있는데 교수의 영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아 일반 강의에 비해 수업의 깊이가 얕았다고 느꼈다”며 “영어 강의 자체의 필요성은 있을지라도 교수에게 의무로 주어지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어 강의의 ‘수’로만 평가받는 현실 속에서 이제는 그 질에 관한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

커지는 수업 규모,
낮아지는 수업의 질

많은 수강인원도 수업의 질을 낮추는 원인 중 하나다. 학사지원팀에 따르면 우리대학교의 2012-2학기에 개설된 강의 중 수강인원이 100명 이상인 강의는 총 121개로 전체 강의의 4.5%에 달한다. 그러나 대형 강의 수강 경험자 중 약 29%만이 수업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강의에 대해 낮은 만족도를 표시한 학생들의 불만은 주로 어수선한 분위기나 교수님과의 소통 부족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제현(전기전자·11)씨는 “공과대 필수 교양은 대부분이 대형 강의로 이뤄지는데 사람이 많다보니 교수님의 피드백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 강의에 대한 불만은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나태준 교수(사회대·공공관리)는“대형 강의에서는 교수와 학생들 간의 소통이 잘 이뤄지기 힘들다보니 학생들의 수업집중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형 강의 관련 불만족에 대해 학사지원팀은 난색을 표했다.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같은 내용의 수업이라도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수업의 규모를 축소시키고자 분반을 개설한다고 해도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가 올라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불가피한 대형 강의. 그렇다면 수업의 질 격하 또한 불가피한 것일까. 지난 학기 100명 이상이 수강한 설혜심 교수(문과대·영국사)의 ‘역사는 무엇인가’ 수업은 대형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교수의 원활한 피드백으로 학생들 사이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업을 들었던 조현진(행정·12)씨는 “많은 인원인데도 교수가 일일이 학생들의 레포트를 모두 평가해주는 등 교수와의 소통이 굉장히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설 교수는 “교육 효과를 위해 학생들에게 최대한 피드백 해주려 노력한다”며 “하지만 많은 학생들을 관리하려니 살신성인의 정신과 사명감이 요구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종윤 교수(사회대·국제정치)는 “와이섹의 질문과 답변 내용을 공개로 진행하는 등 와이섹을 활성화해 수업 중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교수의 재량권, 어디까지?

교수들의 지나친 재량권 사용 또한 학생들에게 불편을 준다. 학생들은 수강 신청 전에 공지되는 수업계획서와 실제 수업 내용이 지나치게 달라지는 경우 큰 혼란을 겪는다. 이번 학기 국어국문학과 전공 ‘사회언어학’의 경우 사전에 수업계획서가 아예 게재되지 않았다. 박아무개씨는 “수업계획서가 게재되지 않아 강의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성공학’의 경우 수강 신청 전에는 강의가 영어로 진행돼 절대평가인 것으로 공지했으나 수강 변경기간 이후 A학점 취득 가능 범위를 수강 정원의 40% 내외로 한다고 공지해 학생들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교수들의 잦은 휴강 문제 또한 지적된다. 학사지원팀에 따르면 공휴일이나 교내 행사와 같은 공식 사유 외에 교수의 개인 이유로 인한 휴강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 같은 규칙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휴강 때문에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생긴다. 2012학년도 2학기에 진행된 한 수업의 경우 지난 12일까지 총 12번의 수업횟수 중 7번이 휴강했다. 해당 과 행사 일정과 추석 연휴 기간으로 인한 2번의 휴강 외에는 대부분 교수의 건강 문제에 따른 휴강이다. 보강 계획은 따로 잡히지 않았고 10월 말 하루 현장 실습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해당 과 조교 장은 “교수의 특정 연구 작업 때문에 수업 특성상 휴강이 잦다는 점은 학생들이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매번 휴강 관련 공지는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강생 송아무개씨는 “교수의 건강 문제로 인한 휴강은 이해하지만 보강 계획도 없고 수업을 대체하는 타 교수의 특강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모임, 순기능 못지 않은 역기능

많은 교수들이 수업 방식의 하나로 택하고 있는 조모임 또한 역기능이 존재한다. 실제로 조모임 경험자 중 30%가량이 이와 같은 조원들로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지원(영문·12)씨는 “조모임에 외국인이 있었는데 용어 이해에 어려움을 겪어 과제를 함께 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동 과제를 통한 더 큰 성과의 창출, 사회성 훈련 등 조모임의 순기능이 분명하기 때문에 몇몇 교수들은 대안을 마련해 진행한다. 조한혜정 교수(사회대·문화인류학)는 “조모임을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준비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고 전했다. 또한 강 교수는 “조별 발표제 수업을 진행해 발표를 다른 조원들이 평가하게 함과 동시에 같은 조원끼리도 기여도를 평가하게 해 활동 여부의 공평성을 파악한다”고 대안을 밝혔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학생들의 마땅한 권리가 잘 보장되기 위해서는 학교 시스템, 교수와 학생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기현 기자
prinkh@yonsei.ac.kr
안규영 기자
agyong12@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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