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학사포탈을 통해 진행되는 강의평가는 우리대학교에서 지난 1994년 희망자에 한해 서면 설문지를 통해 처음 시행됐다. 1989년부터 소수의 국내 대학에서 학생운동 차원에서 진행된 교수강의평가제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우리대학교에도 도입된 것이다.

이후 지난 2004년부터는 학사포탈을 통해 실시되고 있다. 또한 지난 2010학년도 2학기부터는 강의평가의 결과가 학생들에게도 공개되면서 강의평가가 교수를 위한 수업개선 자료로 활용되는 것과 더불어 학생들이 교과목 선택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대학교 교수들은 강의평가의 장점으로 ▲학생들의 요구를 다음 강의에 반영할 수 있는 점과 ▲강의에 더 성실하게 임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점 등을 꼽았다.

연세춘추 설문조사 결과. 정리 시나경 기자 snk329@yonsei.ac.kr

제 구실 못하는 강의평가

그러나 강의평가는 현재 학생들과 교수에게 충분한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해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강의평가의 신뢰도가 낮은 원인은 강의평가의 강제성에 있다. 지난 2004년 강의평가가 학사포탈을 통해 실시되기 시작하면서 강의평가를 하지 않으면 성적 확인 및 정정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학생들은 강의평가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성적 확인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강의평가에 참여한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우리대학교 학생과 전임교수 각 1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응답자의 92%가 성적 확인을 하기 위해 강의평가에 참여했다. 자의성이 결여된 강의평가에서는 학생들이 강의평가 설문에 불성실하게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 설문조사 결과 강의평가에 임할 때 ‘대충 한다’고 답한 학생이 전체 응답 학생 중 34%에 달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수의 경우 14%가 ‘학생들이 강의평가에 불성실하게 참여한다’고 답했다. 또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교수 중 53%가 ‘학생이 본인의 성적결과를 강의평가의 기준으로 적용한다’고 응답했다. 과반의 교수가 강의의 질적 수준을 평가해야 하는 강의평가가 올바른 평가기준에 의해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처럼 강의평가 참여자인 학생들의 무성의한 태도와 그에 대한 교수의 인식이 강의평가를 공신력 있는 자료로 활용되지 못하게 한다.

강의평가의 문항이 비전문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우리대학교에는 강의정보 공유 설문을 위한 위원회(아래 위원회)에서 강의평가 설문을 구성하고 있다. 교무처 학사지원팀 이경민 과장은 “교과과정 개편 시 설문문항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필요한 경우 보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에 관한 규정과 평가문항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 및 개편에 대한 규정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한 단과대별로 상이하던 강의평가 문항이 2010학년도 2학기부터 통합되면서 학문 분야나 교과목별 특성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강의평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의 경우에 더욱 심각하다. 강의평가가 학기 말에 진행되다 보니 교수가 강의평가 결과를 다음 개설 강의에는 반영할 수 있지만 해당 학기 강의에는 적용하지 못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강의평가로 인한 즉각적인 수업 개선을 경험하지 못한다.

또한 현재 우리대학교에서는 교과목 선택에 대한 참고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강의평가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생 중 22%가 강의평가 결과를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53%가 ‘확인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황태윤(경제·08)씨는 “강의평가가 학생들에게 공개되는지 몰랐다”며 “교과목을 선택할 때 ‘세연넷’이나 『연두』 등 커뮤니티 강의평가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교수들이 토로하는
강의평가의 폐해

강의평가의 문제는 목적 달성을 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작용을 보이기도 한다. 한 교수는 설문조사를 통해 “강의평가의 주관식 문항에 악플을 달 듯 욕설이나 좋지 않은 표현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며 강의평가의 익명성에서 초래되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교무처 학사지원팀 이경민 팀장은 “현재는 강의평가 안내문에 폭언을 자제하라는 경고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강의평가에 의한 교수의 수업 독립권 침해도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강의평가의 결과는 우수강의교수 선발을 위한 기초 자료로 사용되며 단과대와 학과별로 교수의 승진·승봉·재임용시에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수가 강의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한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수 중 63%가 강의평가가 수업에 대한 신념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강의평가, 달라질 수 있다

강의평가의 다양한 문제점을 인식한 교수들은 강의평가의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교수들은 강의평가가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묻는 개방형 질문을 통해 ▲성적 최상위와 최하위권 학생은 강의평가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법 ▲교수에게만 학생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강의평가를 실명제로 시행하는 방법 ▲강의평가를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방법 ▲연구를 통해 평가 문항의 전문성을 더 확보하는 방법 ▲강의평가를 학기 중에 여러번 시행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실제로 전북대에서는 2010학년도 2학기부터 강의평가를 학기 중간과 학기말에 두번 시행해 학생들의 요구가 해당 학기의 강의에도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게 했다.  전북대의 예에서 볼 수 있듯 강의평가는 그 양식과 방법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제도의 변경과 개선이 가능하다. 우리대학교에서도 강의평가가 강의를 제대로 평가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와 제도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다.


시나경 기자
snk32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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