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의 재학생 규모를 100명이라 가정했을 때 이 중 ▲장애인 ▲편입생 ▲외국인 유학생·교환학생 등 이른바 ‘소수자 학생’들은 8명 남짓에 불과하다. 비록 소수이지만 이들의 수업권 보장 역시 중요하다. 이들을 만나 학내 소수자 학생들의 수업권 실태와 개선사항을 점검해봤다.

 

장애학생 수업권…아직은 2% 부족

 

보행이 불편한 박다솜(사회·11)씨는 수업 시작 20분 전 장애인전용휠체어리프트차량(아래 콜밴)을 탄다. 장애학생들은 우리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아래 지원센터)와 연계해 콜밴 지원을 받는다. 박씨는 “장애학생들은 강의실까지 이동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라며 장애학생의 이동권과 수업권이 밀접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장애학생의 이동권이 보장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학내에 여전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곳이 종합관 앞 급경사, 이른바 ‘골고다 언덕’이다. 이곳에는 콜밴의 출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외솔관은 더욱 상태가 심각하다. 박씨는 “접근이 어려울 뿐 아니라 내부 휠체어 리프트 시설도 노후됐다”고 말했다. 또한 2층과 3층 사이에 위치한 외솔관 01, 02 강의실은 장애학생의 접근자체가 불가능하다. 지원센터 관계자는 “장애학생의 우선수강신청 후 문제점이 있으면 교수의 동의를 얻어 강의실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개선해야 할 다른 문제로 기숙사 장애인실 확충을 꼽았다. 박씨는 현재 무악학사 장애인용 1인실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무악학사의 장애인용 1인실은 2곳, 2인실은 1곳에 불과하다”며 기숙사 신축과정에서 이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기존 시설의 개선도 필요하지만 국제캠 신축과정에서 장애학생의 수업권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대략적인 개선방향을 밝혔다.

“시설개선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의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모든 엘리베이터에 ‘장애학생 우선양보’의 글귀가 게시됐지만 이를 실천하는 학우는 많지 않다.

 

편입생 왈, “이중전공은 그림의 떡”

 

최예지(정외·10)씨는 지난 1학기 홍익대 경영학과에서 우리대학교로 편입했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최씨는 혼란스러운 학사제도에 정신이 없는 첫 학기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전적대의 과목 및 학점인정이 대부분 되지 않아 졸업요건을 채우기 빠듯하다”며 최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학기 학점 인정을 받기 위해, 지도교수를 선택하기 위해 전적대의 성적표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모습이 최씨는 눈에 선하다. 일반편입생은 우리대학교 교양과목과 비슷한 성격을 띤 3학점 이상의 과목에 한해 과목·학점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학점짜리 교양과목이 많은 홍익대의 특성상 최씨는 대부분의 교양과목을 인정받지 못했다. 최씨는 “이로 인해 이중전공·연계전공·부전공이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편입생 수업권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최씨는 ‘지속적인 지원체계와 학점·과목 인정 절차의 간소화’를 들었다. 최씨는 “교환학생 멘토링 프로그램 같은 지원체계가 미비해 같은 과 재외국민 편입생이 본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한국어 수업이 듣고 싶어요”

 

지난 2012학년도 1학기 일본 메이지대 사회학부에서 우리대학교로 교환학생을 온 니시무라 유미리(23)씨는 매일 아침 9시 한국어학당(아래 어학당)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어학당 수업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9시부터 낮 1시까지 진행된다.

교환학생에게 어학당 수업은 선택사항이다. 국제처 국제교육센터 신민영 직원은 “전체의 47%정도 교환학생들이 어학당 수업을 수강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니시무라씨는 “어학당 수업은 문법 중심이라 회화 실력을 향상시키기에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어학당 수업을 마치고 니시무라씨는 한국어로 진행되는 중국어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강의실로 향한다. 니시무라씨는 “수강 신청 당시 한국어 강의가 제한돼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국어 강의 수강이 어렵다고 판단된 교환학생에 한해 한국어 강의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신 직원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 교수에게 개인적 양해를 구하면 수강 가능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해

 

외국인전형 입학생인 이마죠 타카히로(경제·10)씨는 입학 당해년도에 외국인글로벌학부에서 교양과목을 수강한 후 지난 2012학년도 1학기 지망학과로 배정받았다. 이마죠 씨는어학 수업을 제외한 타 수업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 이마죠씨는 “학생들과 경쟁하기 위해 2~3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학교 측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국제처 국제지원팀 손성문 과장은 “이공계 외국인 유학생들이 특히 수학에 어려움을 토로한다”며 외국인 학생들의 수업지원을 위해 다양한 수단이 마련돼야 함을 밝혔다. 현재 국제지원팀은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학을 위해 ▲글로벌 튜터링 ▲한국학생들과의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 ▲언어교환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죠씨는 “학교 측의 지원이 와 닿지 않는다”고 전한다. 당장 조모임과 필기가 급한 그에게 멘토링 프로그램은 실질적인 성적향상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손과장은 “저학년 외국인 유학생 대상 과목을 따로 개설해 학생들의 적응을 도울 것”이라고 차후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10학년도 2학기부터 외국인신입생을 받기 시작한 것을 시작으로 우리대학교는 점차 외국인 학생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2010년 580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학생은 현재 822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현행 학사제도는 이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을지, 외국인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소수라서 괜찮아? 소수라서 소중해!

 

소수자들이 단지 명수가 적다는 이유로 당연한 권리인 수업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전체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소수자들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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