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학기 개강무렵, 학교에서 재수강제도 개편에 대한 첫 논의가 진행됐다. 그리고 연이어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학생들의 주된 근거로는 재수강제도가 학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는 최근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의 심화로 ‘학점’이라는 지표의 근본적인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학점은 학생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학생사회의 분위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재수강제도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수업 참여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지난 1993년 도입됐다. 하지만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악용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현재 재수강제도는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재수강, 악순환의 굴레?

재수강제도의 왜곡된 취지와 더불어 크고 작은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재수강제도를 유지한 우리대학교의 경우 최근 재수강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0년도와 2011년도에 학생들이 수강한 전체 강의의 횟수에 대한 재수강 횟수의 비율은 8.17%에 달한다. 이에 상경대 부학장 한순구 교수(상경대·미시경제학)는 “학교 측 입장에서 이 수치는 학생이 약 10%가 늘어나는 것과 동일해 강의동 신축 공사와 교원 확보 등으로 인한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며 재수강제도의 경제적 비효율성에 대해 지적했다. 물론 학생 입장에서도 재수강제도의 부작용은 존재한다. 재수강제도의 대물림 현상으로 성적이 잘 안 나온 저학년 학생이 다시 재수강을 하는 악순환의 굴레가 반복되는 것이다.

재수강제도가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재수강제도의 부작용 중 하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 알리미’에 공시한 우리대학교의 2011학년도 재학생 학점 비율에 따르면 A학점은 전체의 40.7%, B학점은 34.7%로 나타났다. 전체 학생의 75.4%가 B학점 이상을 받은 것이다. 이처럼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학교 성적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또한 학생들은 학점과 더불어 더 뛰어난 ‘스펙’을 찾기 위해 더 심한 경쟁에 매몰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재수강제도가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국가가 없어 국내 대학의 면학 분위기가 낮은 것이 재수강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시’보다는 ‘포기?’

재수강제도의 개편 논의와 함께 문제로 꼽히는 학사 제도로는 ‘사후수강철회제도’가 있다. 흔히 학생 사회에서 ‘학점 포기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교과목 성적이 확정된 후 학점을 스스로 포기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이 제도를 도입한 일부 학교의 입장에 따르면 “이 제도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낮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전한다. 즉 재수강제도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점 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교에서는 이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한편 우리대학교 또한 이 제도의 도입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20일 진행된 ‘교무처장님과 함께하는 학사제도 100분토론’에서 교무처장 정인권 교수(생명대·바이러스학)는 “해당 제도가 재수강제도보다 비교육적이라는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반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어 정 교무처장은 “그러나 재수강제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과도기 상황에서 완충작용으로써 이 제도가 이용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순기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배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재수강 논란, 그 끝은 어디에?

하지만 지난 9월 26일 재수강제도 개편안이 발표된 뒤 학교는 “사후수강철회제도 등 다른 학사제도의 도입 또는 변동에 대한 논의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학교 측은 지속적으로 ‘학점 세탁’ 기능으로 전락한 재수강제도의 현재 상황을 지적하고 있지만 학생 사회에서는 재수강제도와 사후수강철회제도 등이 단순히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마련된 개인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지난 9월 26일 학교가 최종적인 재수강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며 재수강과 관련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처럼 학교와 학생 측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지속되면서 20년 동안 지속돼왔던 재수강제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학교와 학생 모두를 들썩이게 한 재수강제도 개편을 포함한 학사제도의 변화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교의 교육·비용 문제·학점 인플레이션 문제 등 다양한 이해관계에 둘러싸여 있다.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 방식인지에 대해 구성원 모두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박진영 기자
jypeac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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