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20대의 질성형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

[사회국 기획- 대학생의 성과 건강]
②당신도 성(性) 미용수술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이른바 ‘이쁜이 수술’, ‘처녀막 수술’ 등으로 불리며 최근 여성들에게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질(膣)성형 수술’(아래 질 성형). 질 성형은 늘어난 질, 골반근육, 회음부를 좁게 교정해 성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거나 변형된 외음부의 모양을 원래대로 바꾸기 위해 주로 이뤄진다. 그동안 질 성형은 출산을 경험한 30~40대 이상의 기혼여성들을 주요 대상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20대 미혼여성들이 질 성형을 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질 성형에 관심갖는 20대 여성들

인천한사랑산부인과 심상인 원장은 “수술을 받는 환자들 중 30% 가량이 20대 미혼여성일 정도로 최근 20대의 질 성형 빈도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질성형에 대한 20대 여성들의 높은 관심에 대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김태현 교수(성신여대·복지학)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성(性)과 관련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돼 여성들이 성적으로 조숙해진 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성인식의 변화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7월 27일자 「파이낸셜 뉴스」에 따르면 여대생 중 74.4%가 혼전에도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응답했으며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결과를 통해 미혼여성 절반가량이 혼전성관계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에 심 원장은 “성을 당당히 표출하고 성에 대한 관심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게 되면서 쌍꺼풀 수술 같은 미용성형의 개념으로 질 성형을 바라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즉 20대 여성들에게 질 성형은 스스로를 가꾸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투자의 일종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온전한 결정인가

하지만 질 성형이 여성의 자유의지에 따라서가 아니라 남성중심의 폭력적 사회구조에 의해 발생했다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특히 질 성형 중 처녀막수술은 미혼여성이 혼전순결을 증명하려는 목적으로 시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처녀막은 성관계 외의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도 파열될 수 있음에도 상당수의 남성들은 처녀막을 혼전순결의 징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조선중기에 가부장제도가 확고해지면서 몇 가지 가족규범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여성의 혼전순결 규범”이라며 “지금도 가부장제의 특성이 잔존해 여전히 여성에게만 순결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처녀성을 강요하는 남성중심적 사회 속에서 여성들이 질 성형에 대한 암묵적인 강요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수술대 뒤에 숨은
무분별한 상업주의

또한 질 성형에 대한 20대 여성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와 수십만 명이 가입해 있는 성형커뮤니티에 광고창을 띄우는 것은 물론이고, 블로그에도 수술 후기형식으로 질 성형을 홍보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질 성형의 효과만을 과대포장하고, 수술 후 있을 수도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병원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질 성형은 잘못 시술받을 경우 성교통, 애액 분비 감소, 성감 악화 등에 시달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우울증까지 겪게 될 수도 있다.  심 원장은 “환자들의 약 20%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 때문에 병원을 찾는다”며 “잘못된 질 성형으로 인해 시간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으므로 수술경험이 풍부한 전문병원에서 충분한 상담을 거친 후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렇듯 20대 미혼여성들이 질성형을 받는 현상이 부각되자 그와 함께 숨어있던 각종 문제점들도 동시에 고개를 들고 있다. 질 성형을 단순히 여성 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다는 그 속에 숨어있는 사회적 강요와 왜곡된 상업주의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고민해볼 시점이 아닐까?

 

박일훈 기자
ilhoonlove5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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