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로본능을 자극하다, 시네마스코프의 발명

 

2005년을 강타한 가로본능 광고를 기억하시나요? 베개가 세로라면, 칠판이, 안경이, 거울이, 골대가 세로라면 어떨까요?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뿐인데, 그 중 대다수는 가로가 긴 직사각형 모양을 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인간에게 가로가‘본능’이기 때문인데요, 짐작하셨다시피 눈 두 개가 가로로 달려 가로 시야각이 더 넓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하늘보다는 땅 위에 유용한 정보들이 많아 옆으로 두리번거리는 습관이 생겼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이제 텔레비전과 컴퓨터 화면이 왜 가로로 긴 모양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런 비율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초기의 TV는 정사각형 모양에 가까운 4:3의 비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것보다 조금 더 넓은 16:9 비율이 일반적이죠. 또 최근에는 흔히 영화관 화면이라고들 알고 있는 21:9 비율이 일반 가정에도 등장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 21:9 비율이 등장한 것은 정확히 59년 전인 1953년 9월 24일이라고 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TV 산업이 점점 발전하면서 영화산업을 위협해, 영화관에서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로가 세로보다 2배 이상 긴 스크린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게 됐고, 관객들은 이 시원한 화면에 열광했습니다. 우리대학교 교양수업인 ‘영화의 이해’를 수강한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시네마스코프’가 바로 이것입니다. 59년 전 오늘의 위대한 발명이었죠.

 


영화 『남극일기』의 한 장면입니다. 가로로 넓을 뿐인데 화면 자체가 넓고 광활해 보이고 웅장한 멋까지 느껴지지 않나요? 1953년 9월 24일 개봉한 『성의』를 시작으로 한국영화에도 『성춘향』부터 『공동구역 JSA』, 『올드보이』 등 많은 영화에서 이 비율을 도입하더니 요즘은 대부분의 영화가 이렇게 제작되고 있습니다.
어디 이 뿐인가요. 이제 가정집의 TV와 컴퓨터 모니터에도 이 21:9, ‘울트라 와이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TV도 ‘스마트’해지면서 TV를 보면서 인터넷을 하는 등 멀티태스킹을 하려면 가로로 공간이 더 필요해졌기 때문이죠. 또 IPTV*로 영화를 보는 것이 보편화하다 보니 영화를 잘림 없이 보기 위해서 21:9의 모니터가 필요하게 됐습니다. 특히 3DTV를 제대로 즐기는 데에는 21:9 비율이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 방송보다 대부분 21:9 비율의 영화에 3D 콘텐츠가 집중돼 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인간의 시야각의 영향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시야각은 180도에 육박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때 3D영상의 입체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시야에 화면이 꽉 차야합니다. 눈앞으로 축구선수가 달려 나오는데 TV 옆의 화분이 자꾸 거슬린다면 깨겠죠? 그 외에도 인터넷 강의에서 판서내용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도록 21:9 비율로 촬영하는 등 시네마스코프는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반세기 전에 발명된 21:9비율의 시네마스코프 기술은 ‘멀티태스킹’, ‘홈시네마’, ‘3D’ 등의 기능을 만나 이제야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필요에 따라 개발되기도 하지만, 훨씬 이후에 다른 곳에서 다시 빛을 발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 모니터가 상용화되기에는 아직 부족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대부분의 방송들도 21:9로 제작되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죠. 21:9비율의 방송이 만들어지지 않은 이유가 그것을 담을 TV가 없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기능이 먼저냐 그 기능을 실현할 기술이 먼저냐, 그리고 콘텐츠가 먼저냐 그 콘텐츠를 담을 하드웨어가 문제냐 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과 같은 말인 것 같습니다.
59년 전 오늘,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 『성의』를 상영한 그들은 지금의 멀티태스킹이나 홈시어터 기능들에 대해 상상이나 해봤을까요?

*IPTV : 영화ㆍ방송 프로그램 등 동영상 콘텐츠와 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텔레비전 수상기로 제공하는 양방향 방송ㆍ통신 음향 서비스

글 김신예 기자 shinyekk@yonsei.ac.kr
사진 삼성CF, 네이버이미지

본 글은 연세대학교 공식언론사 연세춘추 웹진 『CHU-ing』에서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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