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한다

개구리는 항상 우는 존재다. 청개구리는 살아생전 어미 말을 안 듣다가, 죽은 후에야 어미 생각에 울었더랬다. 우물 안에서 왕이었던 개구리는 우물 밖에 나와 보고는 비루한 자신의 존재가 가엾어 울었더랬다. 개구리는 비가 올 때마다 지난날을 후회하며 운다. 아쉽게도 우리에겐 그들의 울음이 ‘개굴개굴’하고 지껄이는 소리로밖에 들리진 않는다.

차기 부장에게 업무 이월을 마친 후, 어지럽혀진 부장석을 정갈히 치우고 역대 부장들의 명함 옆에 내 명함 한 장을 꽂았다. 2012년도 1학기 부장으로서의 많지 않은 업적과 2년간의 연세춘추에서의 체취와 자국들은 이 종이 쪼가리 한 장으로 대체됐다. 무던히도 길 것으로 여겨졌던 시간은 어느새 발뒤꿈치에 와닿아 있었다. 그 순간 후회 없이 임기를 마치자던 한 학기 전의 약속을 무참히도 어겨버리고 말았다. 절절한 후회가 밀려왔다.

부서를 창립하고 쌓아 올린 선배들의 수많은 업적. 그들의 충고를 비판하며, 내 스타일대로 행했던 지난 날의 자만심을 후회했다. 이곳이 제공하는 약간의 권위와 혜택, 그것이 영원할거라 믿었던 철없는 어리석음에도 후회했다. 나는 한쪽 벽 귀퉁이에 명함을 꽂으며 어미 말을 안 들었던 청개구리처럼, 그리고 왕인 줄 알았던 우물 속 개구리처럼, 후회 속에 파묻혀 문을 나섰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비까지 왔다.

그러나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이 곳에서의 시간이 한정돼 있음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거만함 속에서 기사를 배출해 낼 때는 첫기사를 출산하며 느꼈던 벅차오르는 감격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고, 선배 부장들의 충고들을 흘릴 때는 후배에게 조언하고 있을 내 모습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한 번 돌아간다 해도, 예전날의 살떨리는 감격들과 마지막 날 밀려오는 한무더기 후회들을 잊고야 말테니, 올챙이 적 기억 못하는 개구리는 참 가엾은 존재다. 그들이 후회 속에 울 울음이 누군가에겐 ‘개굴개굴’하고 지껄이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기에 더 가엾다.

김유빈 웹미디어부장 eubi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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