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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은 없다
  • 김광환 기자
  • 승인 2012.05.14 18:34
  • 호수 168
  • 댓글 0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해 뜨는 동방예의지국, 군자국으로 불렸다. 산해경*에서 언급된 이 말은 예를 중시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반영한다. 또한 다른 일면에서는 타인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는 문화를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한국사회는 ‘예의지국’이라는 칭호가 영 무색하다. 소위 ‘폐륜행위’로 불리는 한국사회의 단면들 때문이다.

지난 2011년 6월 9일 자리를 양보 받은 80대 노인이 감사의 뜻으로 껌을 건네자 ‘껌이 이상한 것 같다’며 노인을 폭행한 50대 주부가 있었는가 하면, 3월 27일에는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운 ‘분당선 담배녀’ 사건도 벌어졌다. 사건 사고는 전 세계 어디서든 끊이질 않지만, 패륜행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SBS에서는 지난 어버이날 있었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했다. 남들이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고, 안부 전화를 하며 어버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사이, 누가 어머니를 모실지에 대한 가족회의를 하다 형수를 칼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비난 일색이다.


SBS에 보도된 어버이날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댓글과 추천 수

유일한 안식처, 내 몸을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집이라는 말은 이런 시대에선 통하지 않는다. 최근 일어나는 사건의 대다수가 ‘집’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범죄의 본거지가 될 정도이니 말이다. 그야말로 사회에 믿을 만한 곳이 어디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가정에서 늘어가는 작태들을 보면, 집 하나 다스리기도 어려워 보인다.

가정에서의 문제는 사회생활까지 이어진다. 지난 4월 13일 YTN은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회사 동료를 살해한 20대의 사건을 보도했다. 살해의 원인은 모멸감이라고 한다. 이렇게 능력부족으로 회사 동료를 무시하거나 모멸감을 주는 행위가 만연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부족한 사람을 보듬어주던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인 것 같다. 동료의 능력이 부족하다보니 회사에서 자르라고 보고하는 경우도 있으며, 급기야 본인의 능력이 아깝다고 회사를 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비인간적인 현실의 원인은 ‘가정’에 있지 않을까. 어쩌면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경쟁지향적인 생각을 주입받은 아이들이 그대로 사회로 나가게 되자 잘못된 교육의 문제점이 비로소 표출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일부 사건을 일반화해 기자의 시선을 담아내는 까닭은, 우리는 이 같은 사회 속에서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금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은 없다. 있다고 하기엔 너무도 부끄러운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모든 것이 변해도 예의라는 가치는 소중하다. 손윗사람에 대한 예의도 중요한 만큼 동료에 대한 예의도 중요하고, 스스로에 대한 예의도 중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사회는 지금보다는 한보 앞으로 나아간 사회였으면 한다. 적어도 기본적인 예의만큼은 가질 수 있는, 동방예의지국의 자세를 일부만이라도 지닌 사람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산해경 : 중국에 가장 오래된 지리서

김광환 기자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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