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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또 왔나?"오는 2013학년도 재수강 제도 변경 예정…,효율적인 자원 배분의 왜곡 VS 불가피한 최종 수단
  • 시나경, 이예진 기자
  • 승인 2012.05.06 16:33
  • 호수 167
  • 댓글 0

오는 2013학년도 1학기에 재수강 제도에 대한 또 한 번의 변동이 있을 예정이다. 정갑영 총장도 취임이전부터 현 재수강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 온 바 있다. 재수강 제도가 교육의 질 저하에 한 몫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3년에 도입된 재수강 제도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변화를 겪어왔다. 재수강의 취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수업 참여를 충분히 하지 못한 경우 이를 만회할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학점이라는 평가요소가 던지는 사회적 의미가 달라지면서 재수강 제도에 대한 요구도 이에 따라 변화했다.


연세인, 1년에 1만 9천명이 재수강

재수강 제도가 도입된 지난 1993년 이전에는 같은 과목을 재수강하면 그 과목에서 얻은 두 개의 성적이 모두 평점 산출에 반영됐다. 재수강을 하더라도 기존 성적이 삭제되지 않기 때문에 재수강이 현재처럼 성적을 변경하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당시에는 동일 과목을 재수강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다 지난 1993년, 학생들의 요구로 재수강 제도가 도입됐다. 동일 교과목 수강에 대해 마지막에 취득한 성적만을 학점에 반영토록 한 것이다. 이때는 재수강 가능 성적, 가능 횟수, 재수강시 취득 성적 상한에 제한이 없었다.

그 러나 지난 2006학년도부터는 재수강을 할 수 있는 과목에 D+의 성적 제한이 생겼다. 학사지원팀 김영숙 팀장은 “재수강 제도가 본래 취지대로 시행됐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인원이 재수강에 응했다”며 규정 강화의 이유를 설명했다.

4년 후인 지난 2010학년도에는 재수강 제도가 다시 완화됐다. 재수강 가능 성적이 D+학점에서 C+학점으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재수강을 할 수 없었던 C-학점 이상 C+학점 이하의 성적을 취득한 학생들도 재수강을 할 수 있게 돼 재수강 가능 인원이 확대됐다. 김팀장은 “2009학년도 1만 3천여 회였던 재수강이 2010학년도에 재수강 제도가 완화되면서 1만 8천여회로 대폭 증가했다”고 전했다.

‘재수강 보험’ 있으니 성적 낮아도 안심?


재수강 제도 완화 이후 재수강 횟수는 증가 추세를 보이며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지난 2010학년도와 2011학년도 학생들이 강의를 수강한 전체 횟수에 대한 재수강 횟수의 비율은 8.17%이다. 이에 대해 김팀장은 “재수강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는 ‘피치 못할 경우’라고 보기에는 재수강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재수강 제도가 남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1학년도 재수강 수업료를 계산해보면 약 62억원에 이른다. 이는 계절학기 수강료로 계산한 최소 비용이다.

교무처장 정인권 교수(생명대·바이러스학)는 “교육 투자 및 개발을 위해 쓰일 수도 있는 금전적 자원이 재수강에 쓰이고 있다”며 “이는 효율적 자원 분배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재수강 제도를 하나의 ‘보험’처럼 생각해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일부 학생의 태도도 문제가 된다. 우리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에서는 중간고사 이후 그 수업에 계속 출석해야할지 묻는 글이 종종 게재되기도 한다. 몇몇 학생들이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경우 재수강을 염두하고 그 이후 수업 참여를 선택사항으로 여기는 것이다.


▶우리대학교 커뮤니티 ‘세연넷’에서 최근 중간고사 후 한 학생이 재수강을 염두하고 수업중도 포기를 고민 중이다.


이러한 문제는 주로 재수강을 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저학년들에게 많이 나타난다. 저학년이 많이 수강하는 필수교양 수업의 한 교수는 “저학년들은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며 “1학년 수강생이 많은 수업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들어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비교적 저학년 수강생이 많은 필수교양 과목 가운데 다수의 강의에서 재수강생의 비율이 전체 강의 재수강생 비율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개의 분반으로 진행되는 ‘경제학입문’과목 중 한 반의 경우 수강정원 60명의 43%에 해당하는 26명이 재수강생이다. 이는 2012학년도 1학기 전체 강의 수강생 중 재수강생의 비율인 7.13%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저도 재수강 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닙니다


신촌캠 2,3,4학년 2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0%에 가까운 학생이 한번 이상의 재수강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 중 종강 후에 재수강을 결심한 학생은 약 80%로 학기 중간에 재수강을 결심한 학생 수보다 3.6배 가량 많았다. 즉 학기 중간에 일찌감치 수업을 포기학생들 보다는 종강 후 최종성적을 취득한 후 재수강을 결심한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이다.

이들이 재수강을 결심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개인의 능력을 온전하게 발휘할 수 없는 경우다. 둘째는 학업에 대한 성실도와 이해도를 충분히 보여줬음에도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다. 대부분의 개설 과목이 상대평가로 진행되다 보니 재수강 가능 인원인 하위 30% 학생은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유진(국문·11)씨는 “지각, 결석을 한 적이 없고 모든 쪽글을 제출했으며 시험까지 어느 정도 잘 봤다고 생각한 수업에서 C+의 성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런 경우 학생들은 원치 않은 재수강을 고려하게 된다. 취업, 유학, 대학원 진학 등 진로 설정에 학점이 중요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몇 년 째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이 학점에 민감한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며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한정짓는 것은 생각해 봐야할 사안”이라 전했다. 취업 준비 중인 김아무개씨 역시 재수강 제도에 대해 “학점이외에 그 사람을 평가할 잣대가 없는 상태에서 학점이 나쁜 학생이 이를 피하기 위해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며 “다른 평가 잣대를 같이 제공해 주지 않는 한 재수강이 가능한 것은 학생들에게 필요조건”이라 말했다.

재수강제도가 없으려면?

이런 상황에서 재수강제도를 강화하거나 없애는 것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재수강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현실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김진영 교수(문과대·노문학)는 기계적인 상대평가를 문제로 지적하며 평가 방식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교수는 이상적인 대안으로 미국 사립대학의 평가방식을 제시한다. 미국 명문 사립대의 경우 우리대학교처럼 성적 당 비율을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한 강의의 평균 성적을 B+로 상정하고 그 평균을 유지하는 내에서 교수에게 평가 재량권이 주어진다. 평균 성적에 변동이 생길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고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교수가 이미 정해진 성적의 틀에 학생들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 대한 진정한 평가가 가능해진다.

정진호 교수(상경대·거시원론)는 교수가 각 학생의 개별적인 성취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성적이라는 통일된 기준으로만 평가했을 때보다 재수강 발생 학생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해 매주 보고서를 과제로 내 학생들의 성실도와 성취도를 매 보고서마다 측정한다.

학생들은 매학기 전체 수강인원 중 약 8%가 재수강 인원을 이라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들이 재수강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인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 재수강 제도의 또 다른 변화에 앞서 가장 최선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의 입장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시나경, 이예진 기자
alphagirl@
일러스트레이션 서은진

시나경, 이예진 기자  alphagir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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