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19대 국회의원 비례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 조작의혹 및 부정선거가 사실로 드러났다.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4.11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뽑는 경선 과정에서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 갖가지 부정이 있었다고 한다. 인터넷, 모바일 투표 코드 조작 및 ip대리투표와 이중투표를 일삼았다. 투표함을 몰래 열어봐 결과가 불리함을 확인하고는 경기동부후보 지지표를 집어넣고, 이도 모자라 투표함을 바꿔치기도 했다. 총 70개의 선거함 중 61개의 선거함에서 부정이 일어났다.


아이러니하다. 막상 ‘도덕성’을 강조한 진보정당 내부에서 부정선거가 일어났다는 점이. 또한 민주주의의 최고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에서 최대규모의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더한 점은 통합진보당은 부정 경선 후 당권과 비당권 사이의 책임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지도부 사퇴나 비례대표 선정 무효화 등의 뒤처리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당권파는 내부고발로 인해 비당권파를 비판하고 있지만 비당권파는 여전히 사태 책임을 당권파로 돌리며 비례대표 당선자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통합진보당의 분당, 혹은 4개월만의 해체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이번 부정선거는 지난 1980년 9월, 단독출마한 전두환이 간접투표단을 매수해 장충제육관에서 몰래 투표를 진행해 당선된 ‘체육관 대통령’, 그 이상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이번 선거는 결국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의 단독사퇴로만 끝나 미온책에 그쳤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정당에 대한 신뢰를 철저히 무너뜨리는데 일조했다. 명백한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으려는 남탓하기 자세와 성숙하지 못한 대처 능력은 정당의 잘못을 넘어서 정당의 자질까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이번 부정선거의 총체적 조작으로 국민의 한숨과 걱정이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표출될 것 같아 아쉽다.

글 송동림 기자 eastfores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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