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단체 트루빈스 대표 정현희씨를 만나다

 ‘모든 사람이 공정한 사회참여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는 경쟁력 있는 카페 설립을 통하여 양극화 해소의 매커니즘을 가진 지역사회 조성에 앞장선다’ 향긋한 커피 한잔에 아름다움을, 사명을 담았다. ‘소셜 카페’를 넘어 ‘소셜 커뮤니티’를 꿈꾸는 대학생 단체, ‘트루빈스’(True beans)의 대표 정현희(26)씨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임미지 기자 (임): 트루빈스를 기획하게 된 동기와 과정이 궁금하다.
정현희 대표(정):지난 7월 청년 소셜벤처대회를 준비할 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직접육성팀 모집에 지원했고,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선발됐다.  회사의 ‘미션’을 정하면서 우리가 ‘왜 모였는가, 트루빈스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만장일치 답은 ‘우리는 소셜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였다. 수익금을 내기위해 모인 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인식조사에 ‘더럽다’라는 답변이 나오는 시대에서 무언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임: 많은 사업 소재 중, 왜 하필 '커피'를 택했는가?
정: 면접에서 “커피시장이 레드오션인 걸 아느냐?”라는 질문에 “레드오션인 이유가 있다”라고 답했다. 커피 시장은 앞으로도 3~5년간은 문제없이 성장할 것이고 3조원 규모의 이 시장은 나눠먹을 파이도 많다.
또한 우리가 고용할 장애인 등 근로자 입장에게도 바리스타는 이상적인 직업이다. 장애인이 가장 경험하지 못한 게 ‘사회화’인데, 바리스타가 되면 이들은 문화의 중심지인 카페에서 문화전파자로서 일할 수 있게 된다. 상황이 역전되는 것이다. 프렌치 프레스로 커피 마셔본 적 있나? 트루빈스 매장에 오면 직원이 직접 친절하게 알려줄 거다.

임: 대학(원)생이 전 구성원이면 학생으로서의 한계, 예를 들면 지식 및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나 금전적인 어려움은 없었는가?
정: 나의 경우 다른 복지센터에서 카페사업단 단장, SK에서 주니어 프로보노를 하며 다른 프로보노들이 일하는 것을 지켜봤다. 대학생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이다. 전문가들이 몰랐던 것들을 설명해도 그들은 곧 그 개념, 아이디어가 성공할 지 실패할 지를 얘기해줬다. 그리고 처음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되도록 지도해 줬다. 금전적인 부분은, 진흥원에서 많은 지원을 받고 있고 모든 구성원이 한달에 7만원의 정기회비를 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기회비용이 있다. 우리가 포기한 건 대기업 입사제의 거절, 아르바이트, 유학, 학교공부와 같은 것들이다. 대신 꿈을 실험하는 경험을 쌓고 있다.

임: 사회적 기업이고 학생들이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기업보다는 회사 경영과 제품 품질 측면에서 여러모로 하자가 있을 것 이라는 시선에 대해서는?
정: 트루빈스가 초기 단계에 있을 때 10명이 넘는 구성원의 직무를 설계하고 서포트하고 점검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보다 빨리 배웠다. 진행 계획, 진행 내용, 자료들을 공유한다. 커뮤니케이션 툴로는 구글메일과 야머(Yammer)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일반기업처럼 지금 당장 경영성과 측정을 위한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쓰거나 하지는 않지만 우리도 사회적 기업인 만큼 우리 경영의 수단보다는 목적을 명확히 하기 위해 CFO(Critical Success Factor)를 도출하고, 목표 관리제도(Management by Objective, MBO)를 활용한다.  하지만 아직은 거추장스러운 툴이다. 이보다는 단순한 경영이 필요하다. 인터뷰나 대회에 나갔을 때는 제품 하자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있었으나 시장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니 큰 문제가 없었다.

임: 진흥원에서 인큐베이팅 팀으로 선정했다고 들었다. 그 내막이 궁금한데.
정: 트루빈스가 진흥원의 직접육성사업에 지원했을 때 외식 분야의 팀이 총 7개였고 그중 한 팀만 선발될 예정이었다. 우리는 사업계획서도 잘 썼고 무엇보다 젊은 대학생들이 11명이나 모여서 ‘진정성’을 보였다는 것. 이게 선정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임: 청년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회적 기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 트루빈스에 뛰어 들기전, 다른 곳에서 카페 사업단을 기획하고 운영했었다. 그때도 대학생들을 서류전형과 면접전형을 통해 직접 선발해서 함께 일했었고 주니어 프로보노 경험도 있다. 그럼에도 트루빈스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니 몰랐던 것들이 정말 많았음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이때 낙심하고 포기한다. 청년의 열정은 혈기로 매도되고 사람들은 “왜 성과가 나오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청년들은 “아, 내가 뭘 몰랐구나”하고 주저앉을 때 사회가 그들을 믿어야 한다. 장애물은 넘으면 되고, 몰랐던 것은 알면 된다. 가슴에 진심품은 청년들을 믿어주길 바란다.

임: 사회적기업가는 자선가인가 기업가인가? 그 애매한 위치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정: 2006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 무함마드 유누스는, 사회적 기업가의 자선가의 측면을 강조했다. 하지만 유누스가 유학한 미국에서는 대부분 기업가적 역량을 더 많이 중요시한다. 영국의 경우는 좀 더 자선가 및 공헌자로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사회적 기업가는 ‘마음을 둘로 나누게 하는 소명’을 갖고 긴장감을 갖고 살 것을 각오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본래 해결하려했던 사회문제를 놓지 않아야하고 한편으로는 그 목적이 지속가능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혁신하며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기업가는 자신의 태생에 대해 분명히 인지하고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임: 그렇다면 트루빈스가 원하는, 같이 일하고 싶은 인재는? (오는 4월 1일까지 3기 모집중이라고 들었다)
정: 트루빈스가 찾고 있는 젊은 사회적 기업가는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우리는 커피사업을 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커피사업을 하고 있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이러한 변화를 소망하는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둘째, 자기 분야에 대한 뛰어난 역량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없었던 무언가를 만들 탁월함과 열정을 갖춰야 한다. 셋째는 사교성인데, 이는 지원자가 외향적인지를 묻는 게 아니다. 실망할 것을 각오하고,  기대하며, 상처받을 것을 각오하고 사랑할 수 있는 친화력을 갖춰야 한다.

 임: 지금 청년들은 정해진 틀을 넘어서기를 두려워 한다.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을 젊은 청년에게 들려주라
정: 20대 청년은 정체성과 생애설계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내가 무엇을 할지도 결정할 수 있는데 정작 사회에서 끊임없이 물어오는 것은 생애설계에 대한 것들이다. 결국 두 개 모두 풀지 못한 채로 20대를 보내 버리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다.
균형을 추구하라. 철학과에 다녀도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고 삼성에 입사해도 생애설계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기가 누구인지, 뭘 해야할지 빨리 알아차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사랑을 해봐야 자신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한 거다. 그리고 20대는 실패해도 된다. “젊음은 젊은이들에게 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나도 나 자신을 바라보면 그렇게 생각될 때가 많다. 움츠려 들고, 도전하길 무서워한다. 하지만 도전할 수 있어서 아름답다는 것. 적어도 나는 그게 진심이라고 본다.

정 대표는 장차 트루빈스를 대한민국 대표 소셜 카페 프랜차이즈로 만드는 게 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하는 과정, 보수도 없이 1년을 넘게 해오고 있지만 그는 이 과정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차별 없는 세상에서 마시는 착한 커피를 기대하며, 이 젊은 사회적 기업가의 작지만 큰 행보에 주목해 본다.

임미지 기자 haksuri_mj@yonsei.ac.kr

자료사진 트루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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