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 한금윤 교수가 들려주는 20대 연애 특강

원만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연돌이. 오늘 그는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악화돼 하루종일 답답하다. 대학생이 되면 남자친구는 저절로 생긴다는 말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온 모태솔로 세순이. 그녀는 오늘도 카페에 앉아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떤다. 주제는 언제나 같다. 바로 ‘연애’. 그러나 오늘도 여전히 ‘ASKY’(‘안생겨요’의 약자)라는 결론을 내리며 집으로 향한다.

아니 잠깐, 집으로 향한다고? 포기를 모르는 젊음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집으로 향하기보단 이 수업들을 들어보는 건 어떨지. 항상 연애를 갈망하는 20대들을 위해 우리대학교에서는 ‘연애의, 연애를 위한, 연애에 의한’ 수업을 개설했다. 바로 우리대학교 성희롱·성폭력 상담실 이정화 교수의 ‘성과 인간관계’라는 수업과 숙명여대 의사소통능력개발센터 한금윤 교수의 ‘성과 문화적 재현’이라는 수업이다. 각각의 수업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인만큼 대학생들의 연애 그리고 그들의 사랑문화에 대한 내용이 수업의 주를 이룬다. 대학생들의 연애상담도 많이 해주는 두 교수들. 그들이 이야기하는 ‘연애공화국이 된 대한민국 대학가’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민국 남녀노소는 왜 20대의 연애에 주목하나  

‘이성친구가 있냐’는 질문은 20대 대학생에게 필수질문 항목이다. 왜 사람들은 ‘대학생은 연애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걸까? 한 교수는 그 이유로 첫째, 사람들이 대학교를 ‘서로 다른 곳에서 온 20대들이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이는 젊음의 공간’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사람들은 대학교를 이성간 만남이 확률적으로 높은 공동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또 다른 이유로 20대 연애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꼽았다. 대한민국 사회 분위기는 보통 자연스러운 이성간의 만남을 20대부터 허용한다. 10대는 공부만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30대 이상의 연애는 사랑에 좌절할 경우 위험성이 따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로 20대의 연애는 자연스러우며 낭만적인 연애의 대명사가 됐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더 이상 없다?

인스턴트식 사랑. 혹자는 그것이 요즘 현대를 살아가는 20대들의 사랑방식이라고들 말한다. 정말로 그럴까? 한 교수는 “그렇지 않다”며 “개인적인 사랑은 여전히 지고지순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대인에게 사랑도 인스턴트가 돼간다’는 인식이 있는 까닭은 바로 ‘사랑의 기회비용’이 예전보다 적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민주주의, 저항, 운동이 대학생활의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연애는 사치스러운 감정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팽배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연애를 금기시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연애가 권장되지 않는 시대에 연애는 ‘정말 순수하게 사랑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는 굳이 ‘금욕’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애인 하나 없는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누군가를 옆에 둬야한다는 과시적 욕구도 같이 증가하게 됐다. 한 교수는 “이러한 사회 분위기로 인해 연애의 진정성이 몇몇 악세서리 형태의 연애에 가려졌을 뿐 사랑이란 가치는 지금도 여전하다”고 이야기한다. 다만, 현대사회에서 20대의 사랑은 주변환경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로미오와 줄리엣 식의 고전적인 사랑방식에서 탈피했기 때문에 조금 낯설어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20대, 당신의 선택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모두 서로 믿고 신뢰해서 서로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연애를 꿈꾼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과는 다르게 서로 밀당(‘밀고당기기’의 약어)을 하고 집착하고 감정싸움 하는데 에너지를 쓰다가 자신의 생활에 소홀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역설한다. “이런 연애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이지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또한 이 교수는 “연애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기술이나 처세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연애의 횟수, 그리고 기간에 대한 충고를 듣고 싶은 20대들에게 조언한다. “자신의 신념대로 밀고 나가라. 정답은 없다”

물론 자신의 자발적인 감정의 선택이 아닌 연애를 강요하는 일종의 사회의 폭력적인 분위기에 떠밀려 연애를 한다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다. 또 막상 하려고 해도 그 사랑이 바람직한 연애에서 벗어난 남들이 비난하는 사랑, 감정싸움 하느라 바쁜 사랑, 물질적 가치가 팽배한 이 시대에 학점, 스펙, 자격증조차 남지 않는 사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교수는 입을 모아 말한다. “대학생들이여, 연애를 경험하라!” 자, 이제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글 최지은 기자 hotgirlj@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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