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 전성시대 - “너는 나를 모르지만 나는 널 알수있지”

세계 각국에 88개 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최고의 검색엔진 구글. 지난 2006년엔 ‘구글’과 ‘구글링’이란 단어가 미국의 대표적인 영어사전인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실리기도 했다. 그동안 사기업의 제품이 사전에 등재된 경우가 코카콜라와 제록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구글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검색엔진에선 외국자료들을 찾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구글을 자주 이용한다”는 부산대 안재근(경영·10)씨의 말이나 “레포트에 필요한 자료를 찾을 땐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구글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우리대학교 강현식(경영학부·11)씨의 말처럼, 구글은 대학생의 삶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처럼, 구글은 그 뛰어난 검색력 때문에 심각한 사생활 노출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개인정보브레이커로 변질된 구글링

#1 김아무개씨는 최근 구글링으로 남자친구의 아이디를 검색하던 중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불법음란사이트에서 남자친구의 아이디로 남겨진 댓글을 발견한 것. 이 일이 계기가 되어 둘은 결국 이별하기에 이르렀다.

위 사례처럼, 구글의 뛰어난 검색력이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정인의 이름, 전화번호, 아이디만 알면, 구글링을 통해 누구든지 쉽게 해당인의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컴퓨터를 많이 이용하는 20대들에게 특히 심각하게 다가온다. 엄태민(경영학부·11)씨는 “컴퓨터를 어느 정도 다룰 줄 아는 사람이면 구글링을 통해 신상정보 뿐 아니라, 증명사진과 사는 곳 등 구체적인 신상정보까지도 금방 찾을 수 있다”며 “인터넷에 올리는 개인정보가 어딘가에 저장돼 제3자에게 보일 수도 있다는 불안함에 온라인상의 활동을 자제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2 박아무개씨는 자신의 아이디를 무심코 구글링 하다, 자신이 오래전 한 인터넷쇼핑몰에 남긴 글을 발견했다. 주소와 전화번호가 그대로 남아있어 글을 지우려고 시도한 박씨. 하지만 해당 쇼핑몰을 탈퇴한 상태라서 글을 지울 수 있는 계정이 없었다.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적힌 글을 발견했음에도, 마음대로 삭제할 수가 없어 박씨의 속만 바짝바짝 타들어가는데···

간혹 인터넷 상에 떠도는 자신의 신상정보가 궁금해 자기 자신을 구글링 해보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삭제한 내용임에도 검색창에는 버젓이 나타나는 경우가 상당하다. 물론 이런 경우에 대비하여 구글 측에서 마련한 콘텐츠 삭제 요청링크가(https://www.google.com/webmasters/tools/removals) 존재하고는 있다. 그러나 이 링크를 통해 콘텐츠 삭제 요청을 하더라도, 불분명한 이유로 삭제가 거부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또한 사이트상에 해당 글이 존재하는 경우엔 아예 삭제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위의 사례처럼 사이트에서 탈퇴하여 해당 글을 삭제할 수 없는 경우엔 개인정보 유출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구글링으로 신상 털어서 퍼뜨리면 처벌을 받겠어요? 안 받겠어요?”

개인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침해하는 구글링, 과연 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없을까. 구글링을 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해킹과 같은 불법적 수단에 의해 정보 검색 행위가 수행된다면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된다. 설사 정보 수집이 합법적으로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인 곳에 게시하거나 퍼나르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제공하는 경우에는 ‘모욕’이나 ‘명예훼손’, ‘사이버 스토킹’, ‘비밀침해죄’ 등 각종 형사책임을 지게 된다. 특히 정보가 허위일 경우에는 처벌이 가중된다. 정보화기기의 보급에 익숙해진 20대나 대학생들에겐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진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구글링된 정보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정보를 수용하고 타인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부디 청컨대 ‘잊어주세요’

최근 구글링을 비롯한 개인 정보의 침해에 대한 대안으로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대두되고 있다. 잊혀질 권리에 대해 아직 명확한 개념이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주체적인 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가 삭제·수정 및 파기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비교적 일찍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응한 편이다. 미국에서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사후에 남을 자신의 정보나 글을 삭제하고 싶어 하는 경우를 대비해 개인 정보를 일괄적으로 삭제해주는 ‘인터넷 장의사’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사이트 계정에서 탈퇴를 해도 자신이 남겼던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현상을 방지하는데도 한 몫 한다.

인터넷 장의사를 표방하는 라이프인슈어드닷컴(lifeensured.com)의 장례 절차는 다음과 같다. 회원들이 300달러를 지불하고 사후에 자신이 사용하던 각종 인터넷 계정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유언을 남긴다. 그 후 회원의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사이트는 회원의 유언에 따라 친구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에서부터 각종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까지 책임진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민식(수리과학부·12)씨는 “인터넷에 올린 글은 본인의 글이라도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재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보존하는 게 낫다고 본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후에 자신의 흔적들이 남는 것이 불편하다면 인터넷 장의사를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잊혀질 권리’ 등과 같은 방안이 미비하다. 이에 대해 1세대 사이버범죄연구학자인 정완 교수(경희대·사이버범죄)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IT 부문이 상당히 앞서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만, 관련 법률은 그만큼 발 빠르게 제정되지 못했다”며 인터넷상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의 맥을 짚었다.

불쾌한 관음증의 또 다른 이름

혹자는 구글링을 ‘정보의 보고’라 일컫고 혹자는 ‘흑(黑)역사’ 혹은 ‘판도라의 상자’라 얘기한다. 분명한 것은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과 흔적들을 누군가 몰래 훔쳐보고 판단의 척도로 삼는 일은 불쾌하고 꺼림칙한 일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들 하는데 뭐’라든가 ‘그래도 이만한 방법이 없어’라고 자위하기에는 까딱하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기까지 하다. 다양한 정보, 그중에서도 개인 정보의 열람이 더 쉽고 간편해진 만큼 구글링이라는 행위가 주는 무게에 대한 성찰과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메리엄-웹스터 사전 : 미국 학교와 도서관에 기본적으로 비치돼 있는 사전

글 곽기연, 박일훈 기자 clariecial@yonsei.ac.kr
그림 김진목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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