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투명인간이 된다면?’, ‘내가 순간이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상상입니다. 이런 생각들을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실현시킨 것을 SF영화라 할 수 있지요. 제가 소개하려는 영화 ‘The Man From Earth’도 SF영화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우주에서 광선검으로 싸움을 벌이거나,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지는 않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장소는 오직 집 한 채 뿐이고 등장인물은 겨우 인간 8명 뿐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존 올드만의 집에서 시작됩니다. 그는 10년간 지방 대학 교수로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대학의 종신교수직도 거부하고 이사를 가려고 합니다. 이에 10년간 같이 생활한 그의 친구교수들이 환송회를 해주기 위해 존의 집에 모이게 되고, 존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떠나는 이유를 묻습니다. 존은 명확하게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계속 대답을 회피합니다. 그러나 친구들의 끈질긴 질문에 그는 친구들에게 ‘만약에 14000년을 살아온 원시인이 있다면?’이란 질문을 던지게 되고, 그의 고백이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이 바로 그 원시인이고 늙지도, 죽지도 않고, 10년마다 이동하는 것도 자신이 늙지 않는다는 것을 안 들키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처음에 친구들은 이 말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만 존의 성격과 그의 진지한 태도로 봤을 때 존이 장난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존의 얘기에 흥미를 느낀 친구들은 그에게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합니다. 그는 고고학, 생물학, 신학, 의학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질문에 논리정연하게 대답하고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반박할 수 없는 그의 주장에 친구들은 그의 이야기를 믿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존의 이야기로 인해 자신이 지금껏 믿어왔던 것을 부정해야하고, 무한한 수명을 가진 그에 대한 질투가 생겨나는 몇몇 친구들은 정신적으로 큰 혼란을 겪습니다. 결국 그는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었다고 거짓말을 해서 그들을 안정시키고, 머물 곳을 찾아 떠납니다.

이 영화는 보통의 SF영화와는 다르게 특수효과나 장소의 이동이 거의 없고, 오직 집에서 배우들의 대화만으로 내용을 풀어나갑니다. 그러나 영화는 소재의 흥미로움과 배우들의 명연기로 인해 전혀 지루하지 않고 극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작품의 몰입도가 강해집니다. 또한 주장에 대한 근거뿐 만아니라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이러한 분위기의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논리성도 놓치지 않습니다. 물론 영화에서 언급하는 예수에 관한 내용이나 인간의 재생능력에 관한 내용은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만 어차피 확실한 결론이 없는 논란거리에 대해 감독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므로 그냥 편하게 넘어가시면 되겠습니다.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이라는 하나의 가정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일상적인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는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오늘은 상상력이 풍부해진 김에 어린시절 자주 했던 것처럼 멋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화는 12월 6일(화)/ 7일(수) 오후 6시 10분 학술정보관 2층 멀티미디어센터 미디어감상실에서 상영합니다.  

김장현(컴공·11)멀티미디어센터 영화클럽 '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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