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생툰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과의 뜨거운 한잔. 술 한 잔에 연애부터 장래 이야기까지 농도 짙은 속마음을 술술 담았다. 그리고 친구의 선언이 있었다. 고시 친다는 말이다. 곧 없어질 예정이라는 사법고시를 친다고 한다. 힘들겠다 싶었다. 그래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그야말로 계급을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니 말이다. 계급이 ‘팍’하고 하늘로 승천할 그날을 기다리며 전국의 수십만 고시생들은 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도장을 찍는다.

젊은이들이 뜨거운 연애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도서관에 처박혀 고시공부나 하고 있는 거, 병맛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머리도 좋고 공부 꽤나 한다는 학생들이 참을 인자를 쓰고 또 쓰며 공부를 하는 이유가 ‘시험에 붙으려고’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병맛이다. 그들은 그렇게 공부라는 방식으로 자기만의 청춘을 불사르고 있는 거다. 굳이 밖으로 나다니고, ‘우와’ 할 만한 활동을 하고, 우러러 볼 만큼의 간지 폭풍 발산이 없더라도 그들은 자신들의 방법으로 본인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외부인인 우리가 보기에는 영 흥미 없어 보이지만 그네들도 다 나름대로의 삶이 있고 재미가 있다.

 

 


그걸 보여주는 웹툰이 바로 ‘고시생툰’이다. 실제로 작가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린 웹툰이다.
후줄근한 고시생의 모습도 귀엽게 꾸미는 작가의 센스와 캐릭터 마다 발산하는 인간미 넘치는 병맛은 고시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일깨운다. 그들은 단지 도서관에서 젊음을 담보로 좀비마냥 공부하는 존재가 아니다. 교사, 공무원, 법조인, 외교관 등 자신들이 꿈꾸는 그 직업과 장래를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학생들이다.

사실 나도 신분상승의 도구로 행정고시에 딱 두 달간 발을 담가봤다. 그러다 뺐다. 급하게 뺀 이유는 바로 이 꿈이 없어서다. 난 단순히 ‘신분상승’만을 꿈꿨지 직업인으로서의 진정한 야망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취업이 힘들다고 난리다. 학생들보다 언론과 각종 매체의 어른들이 더 난리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과연 그 취업률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4대 보험을 받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 하나, 둘, 셋. 그렇게 세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우리가 얼마나 내 장래를 위해 꿈꾸고 노력하는가가 중요한가. 이 중요한 물음에 나는 ‘고시생 툰’으로 답하겠다. 현실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며 특유의 재치와 개성을 잃지 않는 요즘 학생들. 그 당찬 요새 것들이 잘 담긴 웹툰이니 말이다. 병맛 고시생들이 참 귀여운 웹툰, 고시생 툰이었다.

 

 

윙키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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