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p.m. @학생회관 카페테리아

학생들로 북적이는 카페테리아. 다양한 옷을 입은 학생들이 섞여있는 평소와 달리 노란옷을 맞춰 입고 모여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오전 합동유세를 마친 정후보 임경지(행정·08)씨와 부후보 장상석(컴퓨터과학·09)씨가 선본원들과 둘러 앉아 짧은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식사 중엔 유세보다는 오전 합동유세에 지친 심신을 재충전하는 데 힘쓰는 모습이다. 십여분간의 식사를 마친 그들, 카페테리아를 나서며 본격적으로 49대 총학생회 선거 낮 유세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마우스 꽉 붙들길 바란다. 정신없는 선거운동의 하루를 따라다니다 보면 이들을 놓칠지도 모르니까. 
 

1:50 p.m. @과학관 111

“기자님 가고 싶은 곳으로 가죠.”
정후보 임씨가 너스레를 떤다. 오전 합동유세가 일찍 끝나 시간이 남기 때문이다. 전단을 나눠주며 중앙도서관으로 향하던 임씨는 과학관에서 기습유세를 하기로 한다. 쉬는 시간의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임씨, 수십 명의 학생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지만 그다지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임씨는 “자고 있는 학생들을 깨울까봐 민망하다”며 학생들을 걱정하는 여유를 보였다. 수업이 끝나자 임씨가 강의실에 들어서서 등록금 공약에 대한 연설을 시작한다. “학교가 적립해놓은 등록금이 무려 279억입니다” 우렁찬 임씨의 연설과 함께 선본원들이 일제히 전단을 돌린다. 전단을 읽으며 연설을 듣는 학생들도 보이지만 쉬는 시간의 단잠에서 깨,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하품하는 학생들도 눈에 띈다. 

2:00 p.m. @과학관 내 과방과 동아리방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과학관 내의 이과대 자치공간으로 향하는 임씨, 과방과 동아리방을 돌며 보다 학생들 가까이에서 유세하기 위해서다. 임씨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며 말문을 열었다. 이과대에서 불편한 점은 없냐는 질문에 “성비가 제일 불편하다!”는 답이 돌아와 당황하기도 하지만, 임씨는 곧 다시 공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며 홍보한다. 학생들은 싸한 표정을 지으며 듣는 둥 마는 둥 하는가 하면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책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화학과 과방에 들어서자 학생들의 따가운 시선이 임씨에게 꽂힌다. 학생들은 저마다 전공책을 들고 있다. “아··· 시험기간이네요” 선거운동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후보 임씨와의 Q&A

Q: 이번 선거에서 최대의 라이벌 선본은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A: 나 자신이 최대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선본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특정한 선본을 지목해서 비방하는 선거보다는 즐기는 선거를 하고 싶다. 평가는 학생이 해주지 않겠는가?

Q: 부후보와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나?
A: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만나게 됐다. 서로 뜻이 맞고 선본의 기조에 공감해 이번 선거에 함께 나올 결심을 했다.

3:46 p.m. @위당관

기자가 위당관에 도착했을 때, 부후보 장씨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있었다. 학생들이 무심하게 전단을 거절하고 바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장씨는 애타는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깨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총학생회 부회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는 우렁찬 외침과 함께 무관심에 굴하지 않고 전단을 나눠주는 장씨의 모습이 렌즈에 담긴다.

4:50 p.m. @과학관 323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의 짧은 시간. 장씨와 선본원들이 이과대 한 곳에서 파이팅을 외친다.  장씨와 선본원들이 급히 예정된 강의실로 향한다. 그런데 아뿔싸, 54분이 되도록 강의실로 들어오는 학생이 없다. “여기가 아닌가?” 한 선본원의 말과 함께 모두가 사람이 있는 강의실을 찾아 뛰기 시작한다. 한번한번의 연설기회가 아깝기 때문이다. 급히 찾아간 강의실에서 장씨가 연설을 시작한다. 차렷 자세로 공약을 홍보하는 장씨의 모습이 마치 잔뜩 군기가 들어간 이등병의 모습 같다. 꽁꽁 얼어붙은 자세가 재미있는지 학생들이 장씨에게 집중하는 모습이다. 선본원들과 함께 “이제는 Opening!” 구호를 외치자 앞자리의 학생들이 구호를 따라 해준다. 장씨에겐 그 무엇보다 기쁜 순간이다.
“차렷 자세로 연설을 하시던데, 이유라도 있나요?” 하굣길 유세를 하러 가는 길에 장씨에게 묻자, 머쓱한 대답이 따라온다. 원래는 손동작이 많았는데 선본원들이 손동작이 없는 것이 제일 보기 좋다고 말해 차렷 자세로 연설을 하게 됐다고. 과연, 그의 뻣뻣한 모습엔 차렷 자세가 차라리 어울리는 것 같다.

 

 

 

    

부후보 장씨와의 Q&A

Q: 학생들이 전단을 거절할 때 민망하진 않은가?
A: 사실 처음에는 정말 민망했다. 그러나 3년에 걸쳐 선거를 치르다보니 지금은 크게 개의치 않게 됐다. 학생들이 그냥 지나쳐도 “이미 받아서 가는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Q: 유세를 하면서 힘들진 않은지?
A: 지난 주까진 다리 아픈 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요령이 생겨 다리는 괜찮다. 이번 주 들어서 날씨가 추워져 감기에 걸릴까 걱정이다.


5:10 p.m. @정문

하굣길 홍보는 유독 자리경쟁이 치열하다. 모든 선본이 함께 모여 막판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장씨 역시 하굣길 유세를 중요히 여기는 듯하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많고 공약을 알리기도 좋아 선거 분위기가 가장 잘 느껴진다고.
“현실로 다가온 변화, 이제는 Opening!”
선본의 규모가 커서 그런지 <Opening>선본의 목소리가 제일 크게 들린다. 추운 날씨에 노래와 율동을 함께 하는 선본원들이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선거 같은 건 잘 몰랐는데 선본의 기조에 공감해 함께하게 됐어요”라고 말하는 선본원 김정환(컴정공·11)씨가 추위에 떤다.
“안녕하십니까! 49대 총학생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날씨에 굴하지 않고 크게 외치는 이들, 노란색 물결을 이룬 이들이 오는2012년을 연세인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이상욱 기자 estanci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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