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in 요맘때 #7


토요일에 잡혀 있는 소개팅. 월요일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소개팅 100%라는 스커트. 남친도 반했다는 프릴 원피스. 아나운서 협찬이라는 블라우스까지. 이것저것 재보며 고민하다가 수요일에 주문한 뒤 큰맘 먹고 홧김에 구두까지 장만합니다. 이번엔 반드시 솔로탈출하리라. 토요일만을 손꼽아 기다리느라 과제도 손에 잡히지 않고, 소개팅 상대의 친구의 친구 미니홈피까지 찾아 사진을 찾아 보느라 시간은 잘도 가네요. 드디어 토요일. 아침부터 옷을 입어보며 화장도 고쳐가며 신경 씁니다. 배나오니까 먹지 말아야지 하다가 '너무 배고프면 소개팅 가서 막 먹으니까 차라리 소개팅 가기 전에 밥을 먹고 나가서 소개팅에서 나오는 음식을 남겨야 한다'는 진리를 마주칩니다. 출처는 네이트 판. 그대로 부엌으로 나가 밥을 퍼먹기 시작합니다. 적당히 먹어야지 하다가 갈비찜을 마주칩니다. 엄마는 왜 오늘 같은 날 평소엔 해주지도 않는 갈비찜을 해 놓은 건지. 그래도 열심히 먹습니다. 한참을 먹다가 정신을 차리고 옷을 다시 입어보니 왠지 아까보다 끼는 느낌이 들어서 후회막심. 소개팅 상대와 연락하면서 화장 고치고 옷 챙겨 입고 언니 향수까지 몰래 뿌리느라 정신이 없네요. 네이트 판에서 소개팅은 15분 정도 늦게 나가야 한다고 했으니 이 정도에 출발하면 딱이다. 이제 출발.

소개팅을 마치고 다음날 오후 늦게까지 울리지 않는 핸드폰. 이번 소개팅도 잘 되지 않은 걸까. 웃으며 맞장구도 잘 쳐주고 파스타도 남겼는데. 거울을 봅니다. 문제를 발견합니다.

누구는 성형수술을 했다더라, 누구는 살이 더 빠졌더라. 하루가 멀다하게 들려오는 비교대상들의 변신소식과 그 속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나도 꾸미면 괜찮은데. 여기만 고치면 예쁠 텐데 돈도 없고. 엄마아빠는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며 다그치기만 하고.

문득 거울을 보고 난 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 보일 때가 있죠. 내가 싫어지고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위로 받고 싶지만 위로 받지 못할 지금, 읽을 만한 간단한 '외모지상주의 소설책' 생각했어요.


1. 버전 업 (고이즈미 스미레 지음/ 중앙북스)

우리주위에서 일어날 만한 일을 아기자기한 일본 특유의 문체로 꾸며낸 소설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뚱뚱한 여자입니다. 사실 주인공은 어렸을 때 아역배우로 활동했을 정도로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살이 쪄서 자존감은 배로 급락해 버린 상태입니다. 그러다 어느 날의 충격으로 인해 주인공은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희노애락을 재밌게 풀어낸 내용이에요.
일본이라는 나라는 뭐든지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내는 능력이 있잖아요. 일본의 디저트 카페, 캐릭터처럼 일본 소설도 뭔가 아기자기한 특유의 문체를 가지고 있는 듯 합니다. 번역으로 감출 수 없는!
뚱뚱한 사람은 꾸미지도 말아야 한다? 진짜 다이어트를 위해 필요한 것은 뭐지?
우리가 평소에 지니고 있었던 외모에 대한 개념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버전 업!



2.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예담)

'대한민국 마이너리티들의 영원한 히어로 박민규가 돌아왔다.'
'더욱 섬세하고 예리해진 무규칙이종소설가의 리얼 로맨틱 귀환!'

한 사이트에서 작가 박민규를 이렇게 묘사했네요.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거리로 삼는 소설가 박민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라는 또 다른 소설로도 유명하죠. 정말 못생긴 여자와, 잘생겼지만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남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소설은 위에 소개한 소설과 달리 읽고나서 기분이 좋다거나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는 않아요. 그치만 소외계층, 왜곡된 외모지상 주의, 강박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만한 의미 있는 소설인 것 같아요. 소수의 메이저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다수의 마이너.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조소현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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