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키의 웹툰 사냥 #7


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내온 내 또래의 그대들에게 물어본다. 재미있게 본 만화는? 일단 나는 짱구, 아즈망가 대왕, 명탐정 코난, 코난하면 김정일, 병맛도 빠질 수 없으니 괴짜 가족도 추가. 그리고 달달함의 정점은 꽃보다 남자. 최근 들어 치자면 원피스로 마무리. 이 모든 만화의 공통점은? 바로 일본 태생이다. 천연덕스러운 아동 캐릭터를 앞세운 성인물부터 달콤하고 쫀득한 사랑이야기까지, 우리나라의 새싹들은 그렇게 바다 건너 일본 만화가 주는 젖을 빨며 꿈과 상상의 나래를 훔쳐봤던 것이다. (물론 한국의 훌륭한 만화들을 인정하지 않는 건 절대 아니다.)

새초롬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계집아이들을 들었다놨다하는 헬로키티를 보며 우리 뿌까는 왜 그렇게 중국옷을 입고 잔망스러운 표정이나 일삼는 것일까 내심 씁쓸하기도 했다. 아무리 뿌까가 세계적인 캐릭터라지만 어쩔 수 없는 열폭이랄까. 그런데 이런 쌉쌀한 마음을 소녀시대도, 카라도, 비스트(꺄악>3<)도, 장근석도, 김치도, 공항에서 파는 김도, 불고기도, 아닌 바로 ‘웹툰’이 갤포스마냥 내속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바로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들렸다. 바로 일본에서.

‘신과 함께’는 저승 최고의 국선 변호사 진기한과 갓 죽은 평범한 소시민 김자홍이 저승에 들어 재판을 받는 줄거리다. 진기한의 삶을 보면 딱 내 이력서가 떠오른다. 정말 잘못한 거 하나 없듯 뛰어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인생이다. 그 인생. 업무상 과로와 과음으로 죽은 짧은 인생을 저울에도 재보고 거울에도 비춰보며 그렇게 우리네 인생을 조망한다.

저승 최고의 국선변호사가 함께인 만큼 재판 과정은 꼼꼼하고 정갈하다. 그리고 속 시원하다. 일단 재판의 과정은 불교의 저승에 관한 개념에 입각한다. 아주 철저한 고증과 자료를 바탕으로 해 더욱 흥미가 간다. 친절한 각주와 설명은 저승이라는 상상의 공간이 굉장히 있음직한 배경이 되는 데에 한몫을 한다. 그렇게 주인공과 변호사가 재판 하나 하나를 거칠수록 독자도 조금씩 더 몰입이 된다. 만화에, 그리고 소시민 김자홍과 딱 닮은 그 인생에. 지독스러운게 운명이고 팔자라는데, 다 살아놓은 삶을 가지고 재판을 하는걸 보면 그렇지도 않다. 인생의 마지막 관문이 펼쳐진다. 그리고 <신 그리고 운명>이라는 주제가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우리는 살다보면 사는 것에만 급급하다. 아니 살아있으니 사는 것에 급급한 것이 무슨 잘못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잘못은 아닐지언정 그것이 ‘다’라고 생각하면 그 또한 아쉬운 말이다. 산다는 것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이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낭만적인 시간이기도 하다. 덕분에 우리는 늘 잊지 않고 살아오고 있다. 지금 이순간이 얼마나 처절한가를 말이다.

그러나 ‘신과 함께’는 죽고 나서의 일을 말한다. 마치 살아있을 때처럼 눈도 있고 코, 입, 귀며 팔다리도 붙어있는 캐릭터 덕에 분간은 잘 안되지만 배경은 엄연히 저승이다. 사람이 죽은 뒤의 일을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 그것은 내 손안에 있는 일에 급급하기를 넘어서 철학을 가지고 이기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이 매력적인 만화가 일본에서 영화로 제작 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바로 이런 나라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특히 잘하는 ‘애국심 뙇!’ 놀이에 가담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도 어쩔 수 없는 붉은 악마인건지 괜스레 내가 작가인 마냥 뿌듯하고 좋다. 만화 거국 일본에서 인정받은 스토리텔링! 바로 주호민의 ‘신과 함께’다.

자매품 ‘신과함께-이승편’

윙키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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