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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말했을까, 이겨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사진 속 내게 말을 걸다 #8


최근까지도 종종 뉴스에서는 명문대 생들의 자살 소식이 들려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어떤 사람들은 대체 왜 그런 좋은 위치에서 목숨을 끊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는 치열한 경쟁 사회를 생각해 보면 의문이 가는 일만은 아니다. 인간 그 자체로 존중 받기보다는 그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얼마나 더 뛰어난지가 한 개인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실질적인 기준이 되어버린 지금, 끊임없는 경쟁에 지친 많은 이들은 웃음을 잃는다. 어째서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값어치가 매겨지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은 꼴찌에게도 갈채를 보낼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곤 한다.

성장하면서 뵙게 된 많은 선생님들 중 아직까지도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은 중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셨다. 현재 나의 모교를 다니시다가 선생님이 너무 되고 싶어 결단력 있는 선택을 하고 꿈을 이루신 분이셔서 그런지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셨다. 수업 시간에도 항상 열성적이셨던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할 동기를 어떻게 부여할까 고민하시다가 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선물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남다른 공부 분위기 속에서 드디어 성적표가 나오고 아이들의 기대 속에서 선생님께서는 몇 명의 아이들을 불러 많은 아이들의 박수 속에 선물을 주셨다. 하지만 성적이 가장 좋았던 나는 정작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아이들은 다른 사람보다 성적이 좋은 아이가 아니라 예전 시험에서보다 열심히 했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학업과는 거리가 멀었던 한 아이가 상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데 한 성격 했던 그 애도 우리 담임선생님은 꽤나 따랐다.

수능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나는 그 때의 내가 떠올라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떨고 있을 전국의 수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가엽지 않을 수 없다. 남보다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아이들인데 이 시험 한 번으로 어떤 아이들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질책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나도 재수를 했던 학생으로서 ‘경쟁’이라는 것이 때로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재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스스로를 바라보는 내 태도를 보면서 그간 나는 내가 경쟁에서 얼마나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나의 가치를 판단해 왔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전까지 경쟁에서 항상 고지를 차지해 왔던 내가 이기지 못했다고 생각하자 아마 많은 이들이 그랬듯 죽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엄습했다. 경쟁을 즐겨온 나였는데 그 순간 그 잔인함에 대해 깨닫게 되었던 듯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경쟁의 그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경쟁 사회를 떠나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힘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와 동시에 그 경쟁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곧 개인의 가치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가고자 하는 그 의지로서 모두가 소중한 존재이다.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야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 때문에 스스로를 평가절하 한다면 세상에 행복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이러한 생각 속에서 어렴풋이 꼴찌에게도 갈채를 보낼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그 때는 못해도 열심히 하면 칭찬해 주시는 선생님이 계셨고 그래도 내가 한 것이 최고라는 귀여운 자부심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앞서지 못하면 아무도 바라봐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달려 나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유난히 잘 맞는 현대의 경쟁 사회는 실로 많은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한다. 마음은 새내기인데 어느새 시간이 훌쩍 가 4학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나와 나의 친구들은 어떻게 취직을 할 것인가, 실질적으로는 어떻게 남들보다 앞설 수 있는가에 골몰한다. 이러한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들을 보며 나는 경쟁이 행복을 줄 수 있다는 허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다른 이들을 이기고 어떤 것을 성취하게 되면 행복하게 될 것이라는 환상을 안고 끊임없이 더 높고 좁은 문을 향해 달리기 위해 우리는 신발 끈을 단단히 묶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을 슬프게 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쟁의 틈바구니 안에서 어느 곳에 있든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하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S. Stella yondo@yonsei.ac.kr

S. Stella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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