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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0000 제8화

남자는 그제야 알았다는 듯 무릎을 탁! 치며 말을 하였다.
“아! 제가 전화를 자연센터에 전화를 걸었던 사람입니다. 하! 그때는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보니 많이 다치지도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남자가 괜한 너스레를 떨며 말을 하였다. 그러나 현민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듯, 현민 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말을 하였다.
“하……. 네, 그렇…죠?”
현민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으며 말을 하였다.
“농담입니다. 농담! 하! 하!”
남자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큰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런데, 이분이랑은 아시는 사이인가요?”
현민은 남자와 동시에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네, 이 녀석, 제 친구입니다. 신길장에서만 쭉 자라서, 도시 구경 좀 시켜달라기에 신포니에테 구경시켜주었더니, 이렇게 되었군요. 하! 하! 어제 술을 진탕 마시고 기분이 좋나 봅니다. 하! 하!”
"아……네…"
남자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하였다.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던 중 호프바의 주인이 잔을 닦으면서 대화를 끊으며 말을 하였다.
"주문 없으십니까?"
여전히 미동조차 없는 밋밋한 말투였다. 현민은 고개를 술집 주인 쪽으로 돌렸다. 그러나 도저히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르질 않았는지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하였다.
“아…… 딱히 마시고 싶은 것도 없는데, 그냥 나갈까요?”
“아! 뭐 그러죠, 그런데 저 정말 부자이신가요?”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밀어 넣으며 말을 하였다. 현민은 자리에 앉아 있는 상태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게-”
“사실 그 옷 저랑 이친구가 같이 만든 옷이거든요…. 만일 정말 부자이시라면 지금까지의 저속한 언행에 대해서 사과드립니다.”
현민이 대답을 하려던 찰나 남자가 말을 끊으며, 방금까지와는 다른 말투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호프바로 몰렸을 때 현민에게 했던 말투였다. 현민의 얼굴은 표정이 커지면서 자신의 명함을 찾아 몸을 뒤적였다.
“사실… 어… 저는 그렇게 부자는 아닙니다. 조금씩 돈을 모아서 이번에 한꺼번에 쓰는 중이니까요. 어디 명함이 있을 텐데…”
현민은 자신의 안쪽 주머니를 뒤적였다. 그러나 안주머니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상태로 홀쭉해져 있었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안주머니에 있던 명함뭉치가 사라져 있었다. 현민은 몸을 이리저리 뒤져보았다. 그러다 뭔가 생각난 듯 자신의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까 올란드씨의 금박명함과 같이 넣어두었던 자신의 흰 명함이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저, 여기……”
현민은 자신의 오른쪽 주머니에서 명함 두 장 모두를 꺼내어 앞으로 내밀었다. 이미 주변의 시선을 받고 있던 현민이 명함을 꺼내자, 호프바 안에서 두 사람의 행동에 신경을 쓰고 있던 사람들은, 하던 것을 멈추고는 시선을 돌렸다. 명함을 꺼내는 순간 흔히 볼 수 없는 황금빛이 맴돌았기 때문이다.(황금빛은 황금색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은은한 빛을 내고 있었다.) 남자는 흠칫 놀라는 듯했고, 고개를 약간 숙이며 두 장의 명함 모두를 현민의 손에서 받아 갔다. 그리고 난 뒤 현민은 자신의 의자를 안으로 집어넣으려 의자 주위를 돌아 일어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남자의 말투는 조금 더 침착해 져 있었다. 현민은 잘 들어가지 않은 의자를 억지로 밀어 넣은 뒤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 현민의 눈에 들어온 것은 흰 명함이었다. 금박명함이 뒤에 있는 흰색 명함이었다.(현민은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아…! 아닙니다. 그 명함이…”
현민은 순간 말을 흐렸다. 이미 이렇게 일이 커진 상황이 부담스러웠는지 주변의 눈치를 보며 두리번거렸다. 현민은 고개를 들어 올란드씨의 이름이 쓰여 있는 금박명함을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아…! 네… 이거 맞습니다.”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이며 말을 하였다. 남자는 현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명함을 돌려주었다. 그 남자의 옆에 앉아있는 술 취한 사내는 여전히 술 투정을 부리고 있었고, 남자는 그 사내의 팔을 다급히 잡아끌었다.
“이친구야… 어서 갑세… 이거 정말 죄송했습니다.”
남자는 현민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더니 사내를 부축하며 호프바의 문을 나섰다. 호프바에는 지속적인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나가는 사내와 남자에게 집중해 있다가 멸치 때가 몰려다니듯 일제히 현민을 쳐다보았다. 현민은 받은 명함을 자신의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손에서는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고, 침이 말랐는지 입을 움찔거렸다. 현민은 호프집 문을 열고 로비로 나왔다. 몇몇의 사람들이 현민이 여는 문에 부딪혔다. 밖에서 현민을 몰래 살펴보던 사람이었는지, 현민의 얼굴을 보고는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현민은 경직된 표정이었다. 로비로 나온 현민은 몇 걸음 엘리베이터를 향해 움직이던중 고개를 돌려 컴퓨터실 쪽을 보았다. 현민의 눈에 어두운 컴퓨터실 안쪽에서 올란드가 보였다. 입에는 새로운 시가가 물리고 있었다. 그러나 올란드는 현민을 보지 못하였는지, 고풍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로비 3층의 사람들을 경멸하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현민은 고개를 재빨리 앞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주변을 돌아보지도 않고, 혹시나 올란드와 눈이 마주칠까봐 경직된 목으로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현민이 엘리베이터에 도착했을 때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은 현민을 보고 흠칫 놀라며 빠르게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현민은 엘리베이터를 혼자 탔다. 8층을 눌렀다.
“하…… 이거 어쩌지……. 한숨자고 집에 돌아가면 괜찮아 지겠지?”
엘리베이터에 탔던 현민은 혼잣말을 하며 몸을 사렸다. 8층에 도착한 현민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의자를 뒤로 젖히고는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누웠다. 그러나 도저히 잠이 오질 않았는지 몸을 계속해서 뒤척였다.
비행기 밖은 정말 짓궂은 날씨였다. 번개가 쳤고 비는 계속해서 내렸다. 굵은 빗방울이 비행기 날개를 부수려는 듯,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개와 부딪혔다.














4. 일 상 (편지)

신중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비행기 내부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다. 안전벨트의 미등에 불이 꺼지자 사람들은 저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고, 몇 명은 자다가 일어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고 있었다.(객석 사이의 통로도 꾀나 컸다.) 비행기 창문너머로 보이는 공항에서는 길고 투명한 통로가 나와서는 비행기와 연결이 되었다. 비행기는 충격에 ‘쿵’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통로가 연결되자 사람들은 출구를 향해 통로로 이동을 했다. 몇몇은 지상으로 바로 내리려는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람이 신중에서 제일가는 부자라던데?”
“정말? 에이~ 그런 사람이 여기서 이렇게 자고 있어?”
“아냐, 정말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그래? 히야… 부자 이러기 쉽지 않다던데… 큭… ”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자고 있는 현민을 내려다보며 말을 하였다. 현민은 그러한 소란스러움에 잠이 깼는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번쩍 떴다. 현민과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다급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한동안 조용한 정적이 흘렀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여 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짐을 들어 엘리베이터에 탔다. 현민도 여전히 눈을 뜬 상태로 누워있었다. 그 엘리베이터의 문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닫혔고,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웅성거림은 점점 멀어져 갔다. 비행기 내부는 엔진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현민이 있는 층은 정적만 흘렀다. 좌석 옆의 복도 위 황적색의 전등만이 현민의 눈을 비추고 있었다.(비행기 창문으로는 노을이 비추어 들어오고 있었다.)현민은 의자를 세우며 중얼거렸다.
“정말 피곤하구만…”
자리 옆의 엘리베이터에 내려가는 버튼은 누르고는 자리 위에 있는 수납공간을 열었다. 그 속에는 가방이 돼지같이 꽉 끼여 있었다. 현민은 우선 가방 끈은 잡아 당겼다. 가방끈은 점점 팽팽해져갔고, 결국 기합소리와 함께 끊겨버렸다. 현민은 당황한 표정으로 복도에 엉덩방아를 찧어 있었다. 현민은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가방끈은 흘겨보고는 집어 던져 버렸다. 일어나면서 자신의 몸에 묻어있는 먼지들을 툭 툭 털며 일어났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며 백색의 빛이 스며들어왔다.
“아, 잠시 만요. 이 짐만 꺼내면 되거든요.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안될까요?”
현민은 엘리베이터 안을 보지도 않고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수납공간속 짐을 힘들게 빼내며 말을 하였다.
“하! 이거 또 여기서 뵙게 되는군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민은 가방을 반쯤 빼 놓고 한손으로 받치며 고개를 돌렸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까 호프집에서 보았던 사내 둘과 어린 남자아이 하나가 있었다.
“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
호프집에서 취해있던 사내였다. 눈은 반쯤 풀렸을 때와는 반대로 웬만한 동전보다도 컸고, 코도 오뚝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힘으로 똑바로 서 있었다. 그리고 연이어 들어온 모습은 멀쩡했던 사내 앞에 서 있는 남자아이였다. 아이의 모습은 아버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내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었다.
“청민아, 가서 아저씨 좀 도와주고와라”
“예, 아버지”
남자아이가 사내에게 말을 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나도 도우지, 흠…흠…”
그때 취해있던 사내도 나오며 말을 하였다.
“아…… 네, 감사합니다. 도저히 꺼내지질 않는군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요. 제가 일전에 있었던 일은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습니다.”
현민은 그러한 남자의 말을 듣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네, 괜찮으시다면 제가 이 짐을 공항까지 들어다 드리죠.”
사내가 남자아이와 함께 짐을 꺼내며 말을 하였다. 현민은 그런 모습을 복도 뒤쪽으로 한걸음 물러나 지켜보고 있었다.
“아…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들고 갈수 있습니다.”
현민은 빠르게 말을 하였다. 그러는 사이 가방은 수납공간에서 빠져 나왔다. 현민은 그 가방을 양손에 모아들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고 들어갔다. 청민과 사내는 현민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현민은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가서 짐을 벽에 기대어 배에 걸치고는 시선을 짐을 향해 두었다. 현민의 짐이 너무 컸기 때문에 사람들은 벽에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엘리베이터 문을 잡고 있던 사내가 버튼은 놓으며 말을 하였다.
“어유 짐이 정말 많으시네요. 저기, 차는 밖에 대기하고 있는가요?”
“………….”
현민이 짐을 다시 챙겨 올리며 헛기침을 하였다. 사내는 대답이 없는 현민의 반응에 당황했는지 급히 다른 말을 꺼내었다.
“아, 저희 소개가 늦었군요. 하! 하! 저는 강청래라고 합니다. 이 녀석은 제 아들 강청민이고요. 이놈은 제 친구 녀석 공석정이라고 합니다. 하! 하!”
“아, 네 저는 조현민입니다. 저번에 신길장에서 오셨다고 하셨죠?”
현민은 고개를 돌려 남자들은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공석정이 순간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현민은 쳐다보았다.
“아! 혹시 신길장 출신이신가요? 이름이 여기서 흔한 이름은 아닌 것 같은데요?”
강청래의 말투 또한 약간 격앙된 듯했다.
“하… 굳이 따지자면 신길장 출신은 맞겠죠, 어릴 때 거기서 태어났으니까요. 뭐, 어릴 때 이곳으로 넘어와서 신길장 기억은 많이 없지만요.”
공석정은 여전히 현민을 쳐다보았다.
“아, 그럼 어디 사시나요? 대게 신길장에서 넘어온 사람들은 시 외곽 지역에서 살지 않습니까? 하! 하!”
강청래가 한손으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을 하였다.
“아, 네, 저도 그쪽에-”
엘리베이터는 덜컹 거렸고, 현민의 말이 끝나기 전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문은 공항의 로비와 바로 연결이 되어있었다.
“조현민씨? 맞으신가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기 무섭게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이 선글라스를 한손으로 움찔 거리면서 질문을 하였다. 강청래와 그 일행은 현민이 고개를 돌리자 따라서 여성을 쳐다보았다.

조현민 yondo@yonsei.ac.kr

조현민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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