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를 읽고]

매주 애독하는 연세춘추를 시험기간 동안 손에 들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슬픔이다.

디자인 전공생으로서 시험 기간만큼은 타 전공생보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수강하는 과목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전공수업이나 매주 있는 폭풍과제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누구나 느끼는 사실이다.

이렇게 시험기간이 지나자마자 연세춘추를 기쁜 마음으로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손에 채 잡기도 전에 한눈에 들어오는 기사가 있었다. 연세춘추 1671호 1면에 “감사원 감사 결과에 논란 확산” - 언론·감사원은 “건축비, 등록금에서 수백억 원 충당”, 학교 본부는 “감사원과 언론의 완전한 회계 왜곡”…….

지난 7월 7일부터 시작한 감사원 주관 대학 등록금 감사가 수개월에 걸쳐 긴 기간 동안 이루어졌다. 물론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며 현 정부의 집권 초기 등록금정책에 대한 관심이 전 국민적으로 커져 있는 등 사회적 이슈가 정치적 이슈로, 혹은 그 반대로 많은 파도가 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간혹 올라오는 선정적인 문구의 기사들처럼 한번 읽고 그냥 지나쳐 버릴 기사는 결코 아니라는 것이 온몸으로 다가왔다. 대학에서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보고 배우라는 말인가. 한 번쯤은 깊이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이며 직접적 연관성은 없지만, 요목조목 따져본다면 사실상 공금횡령에 해당할 수 있는 월권적인 예산집행을 한 몇몇 학생자치기구에도 학교가 한몫을 한 셈이니 말이다.

기사를 읽어보니 지난 3일 감사원에서 전국 35개 대학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감사 결과 등록금을 무리하게 인상한 요인이 있었음이 드러났다는 사실과 우리 대학이 감사원의 본질적 권한 일탈과 관련 법령이 잘못되었다는 요지의 헌법소원 청구를 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관련된 기사를 읽는 내내 그간 잊고 지냈던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연세대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 예·결산 안을 꼼꼼히 읽어보며 얕은 지식이지만 의구심이 드는 부분들이 몇 가지 있었다. 재무에 관한 전문가가 아니지만, 꼼꼼히 들여다보니 무언가 이상했다. 물론 비공개 된 회계장부를 들여다보아야만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고 의구심이 해결될 일이다. 하지만, 비공개 회계장부이니만큼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학생의 신분으로 확인할 길이 사실상 없다. 그렇다 보니 공개된 예·결산 안에서만 따져볼 수 있었고 의구심이 드는 주요 대목들에 대한 사실 확인은 할 수 없었다.

이월금이나 발전기금 등에 대한 자료를 보다 보면 상당히 큰 액수의 금액이 존재하며 매년 공개되는 예·결산 안을 들여다보면 마치 패턴처럼 닮아있다. 이를 통해 의구심을 품었던 부분은 ‘등록금 책정’ 부분 중에서도 대학가에 매년 등장하는 큰 이슈인 ‘등록금 인상률’이다. 올해는 등록금이 동결되었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니 기뻐하고 있었다. ‘참 다행이다.’라며 기뻐하는 친구들을 보며 함께 기뻐했지만, 한편으론 ‘과연 이미 높게 책정된 등록금이 동결된다는 것에 기뻐해야 할 일인가?’라는 생각이 더 크게 남았다. 흔히들 말하는 ‘뻥튀기 예산안’ 편성을 통해 대학이 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고 그렇게 편성된 예산이 전년도 혹은 과거의 학년도들과 다름없이 이월금으로 남을 땐 어김없이 ‘추경예산편성’ 혹은 ‘계획적으로 만들어가는 편법적인 방법’을 통해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미 공개된 예·결산 안처럼 마치 마이너스를 내가며 억지로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은 나만의 공상 소설일 수 있다. 하지만 꼭꼭 숨겨가며 의구심만 불러일으키는 개인적인 경험 후에 언급된 감사원에 대한 기사를 접해보니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학교 운영은 재단이 책임져야 하며 교비나 등록금은 마땅히 쓰여야 할 곳에만 집행되어야 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면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 신분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큰일은 없다. 학교나 재단을 감사하거나 비교적 상대 우위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더더욱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못 본채 하거나 관심을 끊는 것은 대학생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굳이 큰 목소리로 논란이 되는 모든 사회적, 정치적 이슈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소속된 대학의 일이라면 선호하는 분야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닌 주요 현안이나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대한 연결성에 대한 고민 정도는 한 번쯤 해볼 만한 것이 아닌가 싶다. 현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이라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세춘추는 점심시간의 소중한 친구가 되고 가끔은 나를 진정한 대학생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는 고마운 존재라 생각한다.

1671호를 읽고 많은 고민에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대학생임을 다시 한 번 일깨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고맙다 연세춘추! 학내 언론매체가 가지는 한계점은 있겠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연세춘추가 되길 바란다.

한호(시디/정경경영·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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