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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우리다니엘 클로즈, 『아이스 헤이븐』

*1권으로 끝나는 단행본 만화입니다. 100페이지도 안될 정도로 짧아요. 만화 추천해주신 ‘비둘기우유’님 고마워요!

*이번 회부터 경어체를 쓰려고 합니다. 원래 이번 학기부터는 평론이 아니라 소개를 하고 싶었는데, 자꾸 근엄한 말투로 평론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사근사근한 말투가 저는 더 좋아요. 마음에 들지 않나요? (으으으)


만화평론가

이 만화의 처음과 끝에는 만화평론가가 나와서 떠듭니다. 첫부분에 나와서 밥을 먹고 똥을 싸면서 대사를 가득 매우고, 끝에는 전체 줄거리를 정리하고 저자 소개까지 해줍니다. 만화 안에 평론가를 친절하게도 넣어준 마당에 제가 설 자리가 별로 없어 보이는군요. 에헴.
참으로 뭐라 말하기가 뭐한 만화입니다. 제목 ‘아이스 헤이븐’은 주인공들이 사는 동네이죠. 서민, 중산층들이 사는 전형적인 미국 교외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들만 들어서있는 우리 나라의 정서하고는 약간 떨어져 있을 수도 모르겠군요. 보통 미국의 마을에서 이웃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파트에서는 그러한 최소한의 연결조차 맺어지지 않은 채 이사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스 헤이븐에서 어떻게 사람들이 살아가는지 지켜보면 꽤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번 보죠.


찌질이들

‘데이비드 골드버그’라는 초등학교 아이가 없어지면서 이 만화는 시작합니다.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반 안의 모든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그저 그런 아이 중 하나가 데이비드입니다. 실종이죠. 폴라는 ‘유괴되었다가 돌아오는 것이 더 나쁠 수도 있겠지’라고 막말을 합니다. 카마이클은 초등학교에서 ‘잘 나가는’ 아이처럼 보이고요. 카마이클은 아까 그 막말을 하는 흑인 여자아이(폴라)와 섹스를 했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그랬을까요? 어쨌든 걔가 그랬다고 하니 찰스는 묵묵히 받아들입니다. 혼자서 공놀이를 하면서요.
찰스의 집에는 양아버지와 새누나가 들어와 있습니다. 새누나 바이올렛은 전학 온 고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합니다. 계속 자신의 애인만을 떠올리죠. 밤새 그이와 전화를 합니다. 어느날 그녀는 자신의 벽에 조그만 구멍이 뚫려있음을 보고 놀랍니다. 누가 그 구멍으로 그녀를 훔쳐보고 있었을까요. 그 애인은 멀리 가 있습니다. 나중에는 같이 자자는 그의 말에 ‘결혼해 준다면’이라고 답을 하고, 정말로 약식 결혼을 합니다. 하지만 뒤끝이 안좋죠. 그녀의 남편은 연락이 끊기고 맙니다.
동네 옆에는 만화의 원래 주인공인 랜덤 와일더 씨가 있습니다. 중년의 시인 지망생이죠. 예능 프로그램과 패스트 푸드를 좋아하고, 자기 동네에 나름 유명한 시인 할머니가 있다는 것에 분개하고 있습니다. 그 시인 할머니의 집에서는 명문대를 나온 어느 손녀가 삽니다. 단 1부도 여태까지 팔리지 않는 자신의 잡지를 여러 유명 신문사 등에다 보내보지만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랜덤 와일더의 시를 보고 그의 팬이 되지만 그 아저씨는 매몰차게 그녀를 거절합니다. 유명한 시인인 그녀의 할머니를 싫어하니까요.
그 동네에 원래 실종된 아이를 찾으러 사립탐정 부부가 하나 들어옵니다. 남자는 아주 감수성이 예민하고 시적인 사람이죠. 정작 수사는 잘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아내가 바람을 피고 다니는거만 알게 됩니다.
원래 찰스는 한 마디도 안하지만 꼬마 친구 조지 앞에서는 매우 말이 많아집니다. 자신의 욕망에 대해 매우 논리적으로 말하죠. 어느 날 찰스는 조지의 인형 토끼를 퍽퍽퍽 때리면서 화풀이를 합니다. 조지는 이상한 표정을 짓더니 울면서 나갑니다.

▲ 찰스의 세계



인간에게도 더듬이가 있다면 좋을거라고 생각한다.
개미들처럼.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개미들이 그렇듯이 그저 가만히 더듬이를 맞대고
수초간, 혹은 수분간 고요하게 마주하면 좋을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신이 얼마나 보고싶은지
하늘만큼 땅만큼 혹은 하늘의 별만큼
구차하게 이거저거 갖다붙이지않고
그저 가만히 더듬이를 맞대면 당신이 아아 그렇게나!
하고 감동을 받으면 좋을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우울해있을때
나조차도 설명할 수 없는
이 세상에는 없는 언어로 만들어진 모양인 나의 우울함을
단 1퍼센트의 더함이나 모자람도없이
그저 온전한 100 그대로 누군가와 공유하면 좋을거라고 생각한다.
나 얼마나 보고싶어?
하고 누가 묻는다면
어? 아...저...많이.
라고 대답할것이 뻔한 나같은 멋대가리없는 사람에게
멋지다마사루 6권 138페이지에서
샤론이 갑자기 더듬이를 달고 등장하는 장면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알아주는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는 당신이 많이 보고싶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내가 떡볶이를 좋아하는 만큼인데
그 떡볶이가 당신에게는 별로 흥미없는 음식일까봐 불안하다
나는 당신에게 많이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세렝게티 평원만큼인데
당신이 생각하는 많이가 도봉구 공영주차장만큼일까봐 불안하다.
나는 당신이 많이 고맙다.
내가 말하는 많이란 찰싹 달라붙어서 하루종일 돌아다닐수있을만큼인데
당신이 KFC에서 치킨몇조각 들고 나서는 뒷모습에 대고
알바중 하나가 외치는 '감사합니다' 로 들릴까봐 불안하다
사실은 그래서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의 침묵속에 전부 있다
정작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야기 하지못한채 눈을 내리깔고 내쉬는 나의 날숨에 전부 들어있다

-인디가수 요조. 홈페이지에서 퍼왔어요. (불펌 윽 요조님 죄송해요)

소통이란 건 꿈에서나 가능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를 얼마만큼 알고 이해할 수 있을지 의심이 끊이지 않는 나날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어떻게든, 언젠가는, 누군가에게는 내 마음이 전달될 수 있으리라고 다짐해 봅니다.

*다음주에는 박건웅의 ‘꽃’으로 다시 찾아갑니다. 조모임에 떡실신되는 나날이지만 독자 여러분 무사히 살아나시길.

심심풀이 yondo@yonsei.ac.kr

심심풀이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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