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 in 요맘때 #7

엄마만한 애증의 대상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노래가사에 등장하는 '하늘보다 넓고 바다보다 깊은 어머니의 은혜'는 고사하고 말이죠. 물론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어쩔 땐 너무나도 밉고 짜증나는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인 엄마. 떨어져서 살고 싶고 혼자 살고 싶고. 돈만 보내주면 더 열심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철없는 생각인 줄, 돌이켜 보면 후회할 말과 행동인 줄 알면서 오늘도 엄마랑 한바탕 말다툼 했네요. 문을 쾅 닫아 버리고 혼자 침대 한켠에 누워 펼쳤던 책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책들을 소개합니다. 엄마랑 말다툼 한 뒤.


1. 소문 (오기와라 히로시/ 예담)
이 책이 기억에 남은 이유는, 진짜 스릴있고 빠져들 만한 책이었기 때문이에요. 엄마랑 싸우고 기분 나빴을 때 이전에 사놨던 책이나 읽자는 생각으로 뽑아놨던 책이었는데, 충격적이고 무서운 내용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읽었던 책이에요. 우울하고 짜증날 때 만난 짧고 강한 임팩트!! 한손으로 머리를 받친 채 다른 손으로 끊임없이 넘겼던 모습이 기억나네요. 몇 시간동안 책을 읽은 뒤 방문을 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했던, "밥 줘." 이 한마디도요. 충격적인 소설의 내용 덕분에 폭발했던 순간적인 감정을 자제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일본의 한 도시에 떠도는 공포 괴담이 현실이 되어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상한 내용의 괴담이 동네에 퍼지기 시작합니다. 비오는 날 밤 '레인맨'이 여고생의 발목을 잘라 가는데, 어떤 브랜드의 향수를 뿌리면 레인맨을 물리치고 살 수 있다는 괴담이에요. 사실 이 괴담은 향수 브랜드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일 뿐이었는데, 결국 이게 현실이 되어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면서 도시 전체가 공포에 빠지게 됩니다. 공포소설과 추리소설, 범죄소설의 내용이 어우러져 재미있어요. 몇 년 전, 매주 수요일에 모든 학생들을 공포에 빠지게 했던 빨간마스크가 생각나네요.


2.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창비)
우울하고 짜증날 땐 짧고 강한 임팩트!!
위의 '소문'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스스로 깨닫게 된 새로운 사실이에요. 그래서 생각해 봤습니다. 꼭 엄마와 싸우고 난 뒤가 아니더라도, 별일 아닌데 괜히 짜증나고 기분상한 일이 있을 때 이런 책 어떨까요? '위저드 베이커리.'
너무나 불행한 주인공에게 우연히 다가온 이상한 동네 빵집 위저드 베이커리. 특이한 가게 이름처럼 파는 빵의 종류도 굉장히 특이합니다. 들어간 재료도 특이하구요. 파랑새인 종업원과 마법사인 빵집주인, 그리고 불행한 주인공이 만나 함께 만드는 소설속의 빵이 보기만 해도 너무 맛있습니다. 막상 볼 때는 생각 없이 재미있다고 읽었는데, 책을 덮은 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소설입니다. 여러분에게는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 있나요?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주 큰 고통을 감수하면서까지 되돌리고 싶은 시간이요. 확실히 있다, 확실히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짧고 강한 임팩트, 위저드 베이커리입니다.

 

 

조소현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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