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속 영화관

영화 <플립>은 예쁜 여자아이와 잘생긴 남자아이가 만나 첫눈에 반해 서로 사랑하게 되는 뻔한 영화로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영화제목이 'filpped'일 이유가 없을테죠. 한 사람에게 완전히 휘청이게 되는 일. 그래서 본래의 내 모습을 유지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고 밀어내다가 어느 순간 그 사람에 의해 휙 경계밖으로 끌려나와서 내가 변화할 수 있게 되는 일. 그렇게 변화한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일. 그리고 결국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일. 그 사람에게 '플립'이 되기까지의 이 모든 과정을 영화는 귀엽고 솔직하게 차분히 그려냅니다.

전형적인 세상의 편견을 가지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브라이스는 모든 것을 평범하고 갈등없이 살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정작 자신이 가진 의견이나 생각의 다름을 주장하지 못하고 늘 갈등을 회피하고 외면하면서 살죠. 반면 가난하지만 세상의 눈에서 벗어나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줄리는 그런 브라이스가 '부끄러움'을 탄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브라이스를 자극합니다. 그렇게 계속 둘은 충돌이 일어나지만 결국 브라이스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줄리에게 손을 내밀게 됩니다.


영화에서 모든 사건은 브라이스의 입장에서 한번, 줄리의 입장에서 한번 이렇게 구성되기 때문에 그들 각자의 귀여운 모습에 보는 내내 웃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첫사랑'에 관한 남녀의 운명적 사랑이야기는 저런 이야기는 영화에나 있지라는 느낌을 줄 때가 많지만, 플립의 주인공들의 사랑은 아 정말 저럴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는 점에서 좀 더 당신의 마음을 깊게 파고들지 모릅니다. 영화 <플립>의 감독은 '버킷리스트'를 만든 롭 라이너 감독인 만큼 영화는 서두르지 않고 크게 외치지 않고 조곤조곤 충분히 그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사람들은 늘 '사랑'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말합니다. 사랑은 무엇이다, 무엇이다, 어떤 것이다. 그러나 우리중에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겠죠. 사랑이 이것이다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반대로 이것은 사랑이다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나와는 관계없는 그 사람의 상처들까지도 모두 내 상처들이 될 때가 어쩌면 그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의 상처를 기꺼이 마음에 새기면서 같은 아픔을 공유하고 또 그것의 치유에 도움을 주는 이런 과정들을 '사랑에 빠진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브라이스와 줄리처럼 말입니다. 영화는 11월 8일 화요일과 9일 수요일 늦은 6시 10분에 학술정보원 멀티미디어센터 미디어감상실에서 함께 합니다.

류가영 (경제·10) / 멀티미디어센터 영화클럽 '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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