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0000 제6화

방 키는 가방 저 깊숙한 곳에 있었는지 현민은 한참을 더듬거린 끝에 찾아내었다. 방 키를 직원에게 건네고는 황급히 호텔을 빠져 나왔다. 현민은 호텔을 나왔고, 호텔의 문이 닫히는 것을 고개를 돌려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경호원과 호텔직원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심이 되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민의 몸은 밖의 날씨에 곧 반응을 했다. 현민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몸에 나 있는 땀들을 식히며 지나갔기 때문이다. 현민은 몸을 떨었고 어제 센터를 나오며 입었던 겉옷을 꺼내어 입었다. 현민이 나왔을 때 밖은 사람들로 분주하였다. 현민은 그런 사람들 속에 섞여 여행 첫날 올라왔던 오르막길을 거꾸로 내려가고 있었다.

 


3. 일 상

현민은 공항으로 돌아왔다. 표정은 많이 지쳐보였다. 공항에 있던 주변사람들도 지쳤는지 힘들게 앉아 있었지만 현민처럼 풀이 죽어 있지는 않았다. 현민의 어깨는 축 처져 있었고, 그가 앉아 있는 곳은 여행 첫날 왔던 핫도그 집에서 핫칠리핫도그를 베어 먹고 있었다. 그러나 현민은 물 한잔 마시지 않았다. 핫도그를 먹는 손은 오른손이었고, 피멍이 든 손은 주머니에 넣어 은색 막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가끔씩 그의 손가락은 PUSH버튼의 볼록한 부분을 맴돌았다. 현민은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그 호텔은 최고급 호텔이어서 여러 가지 음성이 지원되면서 신기한 요리상자도 볼 수 있었던 것 이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이런 신기한 쇠막대와 같이 신기한 물건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단순히 공항의 기둥에는 커다란 전자시계가 박혀 있었고, 그 기둥의 다른 벽면에는 커다란 벽걸이용 텔레비전이 달려 있어서 비행기의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공항에서 가장 발전된 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이 핫도그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인공지능 청소기 로봇이었고, 그 로봇도 앞뒤로 움직이며 청소만 할 뿐 이었다.(가끔씩 터치스크린으로 주문을 받아 먼 곳으로 배달을 나가기도 한다.) 현민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리고 다시 쇠막대를 꺼내 보았다.
“혹시… 꿈의 세계제품인가?”
현민은 막대를 이리저리 돌리며 말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글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매끈한 면에 PUSH 버튼만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을 뿐 이었다.
“하… 역시 가져가면 안 되겠어, 아… 팔면 값이 꽤 나갈 것 같은데… 어쩌지? 하…”
현민은 머리를 긁적였다. 현민은 쇠막대를 조심스레 탁자위에 올려놓았고, 남은 핫도그를 마저 먹기 시작했다. 현민은 쇠막대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신중행으로 가는 비행기가 곧 이륙한다는 방송이 공항 내부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주섬주섬 짐을 싸들고 공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침을 하며 요란하게 커다란 문으로 걸어갔다. 현민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의 짐을 들었다. 하지만 쇠막대는 들지 않았다. 탁자위에 올려놓은 채로 자리를 떠났다. 현민은 사람들의 무리에 섞여 커다란 문을 향해 걸었다. 걸어가던 현민은 고개를 돌려 자신이 앉아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 청소로봇이 은색막대를 자신의 몸통으로 집어넣고 있었다. 현민은 입을 다문 채 숨을 크게 내쉬고는 사람들의 무리에 섞여 계속해서 걸어갔다. 커다란 문을 지나 휘어진 기다란 통로는 사람들로 붐볐다. 끝이 보이질 않았다. 통로의 사방은 투명하게 되어있었기에 통로의 끝이 비행기의 몸통에 세 군데로 나눠져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현민은 비행기의 중앙으로 가는 통로에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비행기 쪽으로 올라갔다. 비행기는 꽤나 컸다. 신포니에테로 올 때 탔던 비행기보다는 작았지만 비행기 꼬리부분에 있으면 비행기의 앞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빙워크를 타야하고 좌석은 양옆으로 무려 43석이나 되었다. 현민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에 비행기의 크기에 놀라며 감탄을 하였다. 비행기 입구가 가까워지자 티켓을 확인하였고 자신의 좌석을 향해 짐을 끌고 갔다. 현민은 길을 걸어가다 은색으로 되어있는 볼펜을 발견하고는 순간 흠칫 하였다.
“아 그래, 난 분명히 버렸어. 상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현민은 중얼거리며 걸어갔다. 현민의 좌석은 통로 쪽 좌석이었다. 현민은 그 자리 앞에 섰고 짐을 자리 위에 있는 수납공간에 넣었다. 현민의 바로 뒤에는 비행기 1층과 연결되어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곧바로 현민은 비행기 1층 로비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현민은 1층 로비에 도착을 하였다. 로비에는 공항처럼 여러 음식점이 있었고, 각종 기념품점도 있었다. 그러나 현민은 그런 곳에 눈길한번 주지 않고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있는 컴퓨터 실로 걸어갔다. 현민은 컴퓨터 앞에 앉았고, 꿈의 세계라고 인터넷 검색창에 치고 있었다.
[곧 비행기가 이륙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은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어 주십시오.]
비행기 전체에서 울려 나오는 방송이었다. 현민은 앉아있던 의자의 벨트를 자신의 허리에 매어 찼다. 현민은 곧이어 컴퓨터로 검색어를 마저 쳤다. 비행기가 공중으로 뜨는 느낌이 들었다. 작은 진동도 없이 비행기는 이륙을 하였고, 모니터 뒤쪽에 있는 안전벨트의 미등에 불이 꺼졌다.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타고 내려와 로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몇몇은 어두운 컴퓨터 실로 몰려 들어와 담배를 피우기도 하였다.(비행기 내부의 유일한 흡연가능 구역이다.) 검색어를 치고 검색을 하자 컴퓨터의 모니터에는 꿈의 세계에 대한 설명이 떴고, 인터넷에는 꿈의 세계에 대한 페이지가 천 페이지도 넘게 있었다. 현민은 모니터에서 꿈의 세계의 메인 사이트를 클릭하여 들어갔다. 아까 보았던 쇠막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흠… 분명 표시는 없었지만 그 정도 기술이라면…”
현민은 턱을 만지작거리며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꿈의 세계의 제품은 상당히 많은 양이 있었다. 소개되어 있는 페이지가 한두 장씩 넘어갔고 뒤로 갈수록 예전 제품들이 나왔다. 현민은 계속해서 넘겨나갔고 막대와 비슷한 제품이 보일 때 마다 얼굴을 화면 가까이 가져가 살펴보았다. 곧 페이지를 넘기고 다시 얼굴을 가까이 하기를 반복하였다. 페이지는 많았기 때문에 현민의 표정에는 아직 여유가 불안한 표정과 함께 섞여서 보였다.
“오호~ 이사람 꿈의 세계제품을 보시는구먼!
뒤에서 어느 사람이 담배냄새를 풍기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현민은 컴퓨터에 집중을 하느라 말을 듣지 못하였는지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이보시게, 자네 이걸 살 돈은 있는가? 이걸 살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라고, 커다란 기업체에서도 사봤자 하나 사고 재정적인 위기에 몰리기도 하는데 말이야. 그것은 아는가?”
여전히 현민은 고개를 돌리지 못하였다. 어느덧 제품의 페이지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였다.
“오! 저기 저 제품의 다음 시리즈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것이네!”
현민이 아무반응이 없자 답답하였는지 담배를 피우고 있던 남자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조그만 볼펜을 꺼내어 현민의 앞에 보였다. 현민은 그제야 남자의 존재를 알았는지 고개를 돌려 보았다.
“내 이름은 올란드라고 하네.”
남자는 두툼한 손을 현민에게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다. 현민은 그의 손을 잡았다.
“네… 저는 조현민이라고 합니다.”
“하하! 그런가? 반갑네, 여기서 이렇게 꿈의 세계 제품을 보고 있는 사람을 볼 줄이야. 이런 저가 항공기에서 말이지. 자네도 가난한 사람들을 피해 이곳에 와 있는 건가?”
남자는 담배냄새를 풍기며 큰소리로 말을 하였다. 일부러 밖까지 들리게 하려는 것 같았다. 컴퓨터실 밖에 있던 사람들은 현민과 남자를 쳐다보았다.
“아… 네… 뭐 좀 찾아 볼 것이 있어서요.”
현민은 그러한 사람들의 시선이 싫었는지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려 모니터로 옮겼다. 제품의 페이지는 마지막 장이었다.
“자네는 그런데 왜 구지 이런 예전 제품을 보는 건가? 요즘 새로 나오는 신상이 좋지 않은가? 혹시 꿈의 세계 제품을 다 사려는 건가?”
남자는 계속해서 물어보았다. 현민은 쇠막대가 꿈의 세계제품에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 제가 찾는 것이 없는 것 같군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허허 알았네, 험…! 자네, 저 가난뱅이들이 그렇게 싫지는 않나보군. 사람 잘못 봤네.”
남자는 헛기침 일부러 요란하게 하며 커다란 담배를 입에다 물고는 컴퓨터실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현민은 의식적으로 남자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아까 그가 말한 꿈의 세계제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 남자의 손에는 반짝거리는 작은 물체가 들려있었다. 그것은 은색으로서 로비에서 오는 빛을 반사하여 반짝거리고 있었다.

 

조현민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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