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가 하승창 동문을 만나다

“난 참 하고 싶은 거 다~하고 산 놈이다!”

위는 자신의 인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달란 질문에 대한 하승창 동문(사회·80)의 대답이었다. 그는 1980년대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던 우리대학교 80학번 동문으로, 현재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란 시민단체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 시절 운동권 학생들 대부분이 그랬듯, 학창시절 하 동문은 감방과 시위현장을 오갔다. 시민운동 진영에 뛰어든 후에도 ‘하승창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재도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진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쉴 틈 없이 바쁜 하 동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그의 삶과 대학생들이 마주한 문제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작은 변화를 꿈꾸며 움직이다

시민운동가로서 하 동문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는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본인의 모습을 보며 과연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 회의가 들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지난 198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아래 경실련)에서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고 수락했다. 그 당시 경실련은 정부의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런 경실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위치에 섰을 때 그는 경실련을 나왔다. “이건 아니다 싶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라고 했다. 내부 소통의 부재에 문제를 느낀 그는 좀 더 많은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방향으로 단체의 성격이 변해야한다고 피력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가 나오니까 사람들 20여 명 정도가 함께 나오게 됐어요. 뜻 맞는 사람들끼리 단체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함께하는 시민행동’이다. “전처럼 큰 단체가 아니라 작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게 한두 가지만 실천하자는 뜻에서 만든 단체예요.”
중학교 3학년 사회교과서에 실린 정부 예산 감시활동 사례인 ‘밑 빠진 독 상 수여 행사’가 이 단체에서 나왔다. 이 행사로 막아낸 예산 낭비액이 1천여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2002년 상암월드컵경기장 앞 천년의 문 건립 계획’이 이 행사로 인해 철회됐다.
그러나 하 동문의 의지가 평탄히 지켜진 것만은 아니었다. 여러 유혹과 무언의 압박에 시달려야했기 때문이다. “후원금을 주겠다던 기업들의 유혹이 많았어요. 그럴 땐 어떻게 했냐고요? 감사합니다만 안 받겠습니다, 그랬지요 뭐.” 시민운동을 하면서 잃는 것도 있었다. 그는 딸의 탄생도 함께하지 못했다. “그런게 다 기회비용인 셈이죠.” 그는 담담히 말했다.

 

 
반값등록금?!

최근 대학가의 화제인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하 동문은 이 질문에는 좀 더 신중했다. “공짜로 다니는 게 물론 제일 좋죠. 하지만 재정지원이 이뤄지는 형식까지 고려해야 하기에 성급하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에요.” 그는 반값등록금 공약은 실현된다고 해도 뒤따르는 문제가 많을 거라고 봤다. 그에 따르면 등록금이 내려가면 대학 졸업생이 많아질 수 있는데, 이에 따라 고학력 실업자들이 양산되는 등 또 다른 사회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 그는 “다만 대학 교육을 국민들이 자기비용으로 하기보단 사회전체의 비용으로 하는 게 좋죠”라고 덧붙였다. 반값등록금 문제에는 부실대학 구조조정 문제, 노동시장 문제 등이 다 연결돼 있어서, 사회전체의 투자로 해결하는 게 옳다는 말이다.


 그대들이여, 자유롭되 치열하게!

“‘남이야 뭐라든 제 갈 길을 가라.’ 딸한테도 항상 하는 말이자, 제 삶의 좌우명이에요.” 그는 좌우명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있고 그가 살아온 인생이 있지 않을까. 덧붙여 그는 말했다. “몸은 자유롭게 그러나 생각은 치열하게 해야 해요.” 생각을 치열하게 해야 여러 가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젊기 때문에 그런 사유의 과정을 거쳐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상과 나와 우리의 관계를 두고 혼자 고립되기보단, 그 관계 속에서 생각을 많이 하고 관련된 논의나 책을 많이 보는 것이 인생을 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본인과 같이 시민운동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학생들을 보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 “학생들이 시민운동이 돈은 안 돼도 조금 화려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학생들이 안이한 생각으로 시민운동에 뛰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그. 시민운동에는 자기결단이나 소명의식도 필요지만 그는 꼭 자기가 가진 것을 희생하는 마음으로 운동에 임하거나, 즐겁지도 않은데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시민운동 자체가 즐거워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선거운동과 관련된 약속이 잡혀있다는 하 동문은 바쁜 발걸음을 재촉해 나섰다. 그 발걸음엔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열정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서늘한 10월, ‘생각보다 작은 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그의 말을 되새기며, 세상의 작은 변화를 꿈꿔본다.

글 박희영 심규권 홍근혜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자료사진 연세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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