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현의 本 in 요맘때

9월은 유난히 연휴와 행사가 많았죠? 추석연휴, 연고전, 논술고사, 그리고 이제 10월이 되자마자 이어지는 주말에 이어 개천절까지 우릴 기다리네요.
가을학기에는 이런저런 연휴가 많다보니 주사를 계획할 때 공강 요일을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번 주를 예로 들면, 목주사나 화주사 시간표를 가지게 되면 무려 5일이라는 연휴를 지니게 되는 거네요! 논술고사, 주말, 개천절. 이건 뭐.. 가을방학이나 다름없군요.

길고 짧은 연휴가 많은 9월! 이번 주에는 연휴가 길어졌을 때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해 드립니다. 연휴 때 뭐 딱히 할 일이 없다면 누워서 책보며 쉬는 게 낫죠. 누워서 책 읽으며 배까지 부르게 해주는 요리만화로 갈게요.

 

심야식당
- 새벽 1시, 당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소시지 볶음이 있나요?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아실만한 유명한 책이죠? 아베야로(ABE Yaro)의 심야식당. 7권까지 나와 있어요. 말 그대로 밤에 여는 식당인데, 오는 사람만 오는, 크기도 작고 특별한 메뉴도 없어서 식당이라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고 밥집? 정도로 표현하면 적당할 것 같아요. 대표메뉴는 돼지고기 된장국이지만, 이를 찾는 손님은 없죠. 대신 원하는 메뉴를 간단히 이야기하면 '마스터'라고 불리는 주인이 직접 만들어서 대접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 이 만화책을 읽었을 때 가장 궁금했던 건 '그럼 계산은 어떻게? 얼마를 내는 거지?' 였는데 책을 읽을수록 이러한 질문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저편으로 묻어버리게 되죠.
식당의 특징만큼 찾아오는 손님들의 특징도, 사연도 제각각입니다. 사랑에 빠지는 게 취미인 스트립 걸, 안 팔리는 트로트가수,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노처녀들, 잘나가는 야동배우와 그의 수제자가 되고자 하는 청년, 거만한 미식가 등등.. 직업과 출신, 성격들은 다양하지만 그들은 공통점이 있어요. 위로가 필요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것.
돈이 많건 적건, 지위가 높건 낮건, 성별과 나이까지 가리지 않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연과 슬픔을 지니고 있고,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음식이 그들에겐 위로가 되어 다가오게 되는 겁니다. 누워서, 엎드려서 한장한장 넘기기에는 최고인 듯해요. 장담컨대 이 책을 읽게 되면 반드시 두 개의 질문을 가지게 될 꺼에요. 하나는 '나를 위로해줄만한 책은 뭐가 있지?' 또 하나는 '나도 이런 식당 하나 차려볼까?'

만화책 일곱권. 하루나 이틀이면 충분하죠? 아, 드라마도 있는데! 드라마도 책만큼 매력 있어요. 드라마까지 사흘!



어제 뭐 먹었어?
- 연휴때는 집밥 드세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개봉했던 『서양골동양과자점』 아시죠? 원작은 일본 만화고, 제가 지금 소개하는 작가와 같은 작가에요. 요시나가 후미(Yoshinaga Humi)의 또 다른 요리만화 시리즈입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또 다른 동성애 시리즈라고 할 수 있어요. <서양골동양과자점>에도 동성애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거든요.

서로를 사랑하는 두명의 남성이 함께 살면서 만드는 일본식 가정요리가 소개되는 만화입니다. 일본 가정식 대충 어떤 모양인지 아세요? 음… 따뜻한 밥과, 짜지 않은 마른 반찬. 기름이 많지 않은 생선구이. 건더기 적은 국물 뭐 이정도. 깔끔하고 정갈하잖아요. 과식 안하게 되고. 이 책은 마치 일본 가정식 같은 만화에요. 깔끔하고 정갈하고. 한권만 읽어도 좋은.

앞에서 소개해 드렸던 심야식당과는 다르게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만한 가정요리를 소개하는 만화이고, 실제로 레시피도 간간히 소개됩니다. 김치랑 김, 오징어 볶음과 계란 후라이. 오랜만에 집밥 드세요.

 

조소현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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