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대학생 반값 등록금 도입과 대학교육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한국대학생연합의 ‘9·29 거리수업의 날’ 행사가 열렸다. 지난 6월부터 대학생들은 정치인들의 반값등록금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평화롭게 진행해왔다. 이날도 학생들은 평화롭게 행사를 마치고 반값등록금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서 교육과학기술부 쪽으로 행진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물대포를 쏘면서 물리력으로 학생들을 연행하는 불미스러운 결과가 발생했다.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 원죄가 있다. 반값등록금은 대학생들이 먼저 요구했던 것이 아니었다. 원래 반값등록금은 대통령 선거의 공약사항으로 이주호 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의 아이디어였을 뿐만 아니라, 지난 5월에도 여당인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한 바가 있음을 상기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 와서 반값등록금은 선거공약집에 없는 사항으로서 등록금의 반이 아니라 가계 부담을 반으로 줄이거나 심리적 부담을 절반 정도로 줄이자는 것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게다가 반값등록금 이행은 현 정부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는 대학재정에 부정이 있는 것처럼 감사원 감사를 하는 등 대학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야당인 민주당은 한 술 더 떠서 2012년부터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현 여당이 등록금 총액 11조 정도를 6조원 정도로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공약했을 때 야당인 민주당은 구체적 방안이 미흡한 현실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야당과 여당의 입장이 바뀐듯하다. 결국 반값등록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학생과 국민을 선동하고 기망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신뢰다. 신뢰가 없는 정치인이라면 시정잡배들과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정치권에서 자신들이 국민과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자 급기야 학생들이 나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학생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시위를 막는 것은 물대포와 같은 물리력이 아니라 자신들의 약속을 지키는 신뢰일 뿐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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