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테니스, 축구, 야구, 골프 같은 대중적인 스포츠에서 포크댄스, 힙합댄스, 재즈댄스 같은 춤, 그리고 펜싱과 골프까지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 어디일까?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바로 우리대학교다. 체육교육학과에서는 1백 개가량의 교양체육 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학교 내에서 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는 한지인(언홍영·10)씨의 말처럼 적지 않은 학생들이 교양체육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다양한 교양체육 과목들 가운데 좀 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과목들이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무예나 놀이 문화를 통해 신명과 기상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과목들이 그것이다. 이런 과목들에는 택견, 태권도, 탈춤이 있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데 이골이 난 연세인, 그리고 평소에 가까이 하기 어려운 우리 고유의 문화를 맛보고 싶은 연세인이라면 다음 학기에는 아래 과목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이,크~!” 무예 속에서 우리 민족의 풍류를 느끼는 택견

흰 한복을 입은 학생들이 노천극장 제3연습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학생들 앞에는 우리대학교에서 택견을 강의하는 도기현 강사가 서 있다. 사단법인 ‘결련택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도 강사를 처음 보면 펄럭이는 한복 자락 때문에 흡사 도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하기 전 20여 분가량 이어지는 도 강사의 ‘빵빵 터지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처음에 품었던 이미지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만다.
우리대학교에서 20년째 택견 수업을 하고 있다는 도 강사가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바는 ‘재미있게 살라’는 것이다. 그는 결련택견이 본래 전투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마을 간의 잔치에서 열리는 겨루기라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풍류’를 학생들에게 알리고자 한다.
그렇다고 해서 택견 수업이 단순한 ‘놀자판’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발놀림이라고 할 수 있는 ‘품밟기’에서 ‘활개질’과 같은 손기술, 그리고 ‘발따귀’, ‘두발당상’으로 이어지는 택견 동작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도 강사의 입담과 택견의 풍류에 빠져 있다 보면 1백 분의 수업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잇~!” 우리 민족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태권도

입시에서 태권도를 했던 체대생부터 살아오면서 무예를 접해보지 못했던 학생들까지 다양한 학생들이 체육교육관 체조장에 모여 있다. 김영선 강사가 진행하는 태권도 수업 시간이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한다’는 김영선 강사의 모토에 따라 학생들은 상·하체 스트레칭, 정권지르기, 발차기 같은 기본 동작을 연습한다.
군생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태권도 사범 생활을 했다는 김영선 강사는 학생들의 기량 발전을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소위 “빡세다”고 일컬어지는 그의 수업은 90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진행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준 차이에 따라 수업 내용에는 차이를 둔다. 초심자들은 기본적인 기술과 ‘태극**’ 같은 쉬운 품새를, 유단자들은 ‘고려***’ 같은 어려운 품새를 배워 시험을 본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만 들어서는 김 강사가 ‘깐깐한 태권도 사범’이상의 이미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태권도 수업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수강생들 중에서는 UIC 소속의 외국인 학생들이 제법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학생들이 한국의 자연을 접하고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해 김 강사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서울 교외로의 하이킹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하이킹 후에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얼쑤~!” 함께 즐기는 우리 민족의 신명, 탈춤

신명나는 추임새와 함께 학생들이 펄쩍 뛰어오른다. 체육교육관 4층에 위치한 무용실에서는 탈춤 수업이 한창이다. 실제로 탈을 쓴 채로 수업이 진행되지는 않지만 “웃는 표정의 탈처럼 항상 웃으며 춤을 추라”는 신수명 강사의 말대로 학생들은 즐겁게 탈춤을 추고 있다.
한 학기 동안 봉산탈춤의 기본을 배우는 탈춤 수업에서는 2주에 1개씩, 총 8개의 먹중춤****을 배우게 된다. 끊임없이 뛰어야 하는 탈춤의 특성상 90분의 수업 시간 중에 두 세 차례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학생들은 ‘하체의 근력이 단단해지며 군살이 빠져 균형 잡힌 건강미를 되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수업계획서의 문장을 수업시간마다 실감한다. 고된 수업시간이지만 학생들은 함께 탈춤을 추며 우리 민족의 신명을 느낀다.
탈춤 수업은 단순히 체조장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한 학기에 한 번 청송대에서 함께 탈춤을 추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한다. 수업이 9,10교시에 걸쳐 잡혀 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고 강사와 학생들이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함께 느끼는 신명’은 강의실이라는 공간적 제한과 수업 시간이라는 시간적 제한올 모두 뛰어넘는다.

우리 민족의 풍류와 기상, 신명을 느끼고 싶다면, 딱딱한 강의실에 앉아서 듣는 수업에 매너리즘을 느낀다면, 다음 학기에는 우리 것의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교양체육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다만, 수강신청은 잘 해야 될 것이다. 경쟁률이 장난이 아닐 테니까.

*결련택견: 여러 사람이 편을 짜서(보통 5명에서 15명 사이) 자기 마을의 명예를 걸고 이긴 사람이 계속해서 싸우는 연승제 시합을 하는 택견
**태극 품새: 태권도 품새 가운데 하나. 태권도 입문 초기의 유급자를 대상으로 제정됐다.
***고려 품새: 태권도의 품새 가운데 하나. 강력한 상무정신과 곧은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품새로 고구려-발해-고려로 이어지는 선배(선비)의 얼을 바탕으로 품새가 엮어져 있다.
****먹중춤: 봉산탈춤 따위의 탈놀이에 등장하는 먹중들이 노승을 놀리고 꾀기 위해 하나씩 나와서 추는 익살스러운 춤.

박정현 기자 jet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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