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집이 나오면 라디오헤드의 귀싸대기를 후려쳐가며 공연할 것이다”
-하현우, 지난 1월 22일 롤링홀 국카스텐 단독 공연 중

독일어로 ‘중국식 만화경’이라는 뜻을 가진 밴드 ‘국카스텐’. 인디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법한 이름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이하나의 페퍼민트」 등의 공중파 방송에서 심심찮게 등장했던 밴드다. 락 페스티벌 섭외 1순위, 지금 가장 ‘핫’한 인디 밴드 - 국카스텐의 리더, 하현우 씨를 「연두」가 만나봤다.

 

혜성처럼 등장한 밴드?! 대답은 NO!

왼쪽부터 드럼 이정길, 보컬 하현우, 베이스 김기범, 기타 전규호


국카스텐은 하현우 씨(보컬), 전규호 씨(기타), 김기범 씨(베이스), 이정길 씨(드럼)으로 이뤄진 록밴드다. 지난 2008년 EBS 헬로루키*에서 대상을 타며 순식간에 인지도를 넓힌 국카스텐은 얼핏 결성된 지 얼마 안 되는 신인 밴드 같지만, 사실 8년여에 걸친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 온 ‘대기만성’형 밴드다. 그동안 멤버들은 뉴 언발란스(New Unbalance), 더 컴(The C.O.M)과 같은 밴드의 전신을 거치며 성장했다. 생계를 위해 강원도에서 포장마차 일을 병행하면서도, 군대를 다녀와서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음악을 놓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그들은 결국 2010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0년 12월에 EP를 발매하며 한 걸음 더 도약한 국카스텐은, 지금 정규 2집과 들국화 트리뷰트 앨범 준비로 한창 바쁘다.

 

‘국카스텐 월드’, 그 난해하고 독특한 세계

국카스텐은 가사가 난해하기로 유명한 밴드다. 가령 다음 가사를 보자.
‘앞마당에 싹이 튼 작은 악어 세 마리/울타리를 만들곤 그녀에게 전화를 거네/난 죄인이 아니라며//오염이 된 키스에 이야긴 들떠있고/해묵은 웃음 속에 취해버려 잠을 청할 때/A fance is careless//위태롭던 미소에 참혹했던 그대와/흐릿해진 경련에 취해버려 잠을 청할 때/A fance is careless’
-국카스텐 1집 『Gukkasten』 中 「Gavial」
이처럼 국카스텐의 노래는 그의 광팬이나 웬만한 시적 영감의 소유자가 아니면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꿈, 책, 영화, 인터넷, 심지어는 말하다가 ‘멍 때리는’ 순간들에서 가사의 영감을 얻는다는 하씨. 그는 “가사가 난해한 편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을 듣더니 한칼에 “랭보** 읽어 봤어요?”라는 말로 일침을 가했다. “거기에 비하면 저희는 뭐……. 수필이죠.”

‘국카스텐스럽다’라는 형용사를 만들어야 할 정도로 그들의 음악은 독특하다. 이러한 곡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일단 밴드 멤버가 다 같이 곡을 만든다. 특히 EP 『Tagraumë』부터는 베이시스트 김기범까지 작곡에 참여하면서 전 멤버가 진정으로 그들의 노래의 주역이 됐다. 단, 그 중심에는 하씨가 있다. 하씨는 멤버들에게 각자 파트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를 주고, 만약 그들이 만들어 낸 것이 더 좋으면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서로의 파트에 대한 피드백과 터치도 원활하다고.

오는 2012년 초에 발매 예정인 2집은 국카스텐의 음악 세계를 한 층 더 잘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팬들의 기대도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 역시 굉장한 자신감을 비치고 있었다. 새 음반 이야기를 꺼내자 다소 퀭했던 그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저도 더 노래를 잘 하게 되는 것 같고. 지구가 2012년에 멸망하지만 않으면 아마 계속 더 잘하게 되겠죠. 2집의 발매가 자꾸 늦어지는 것은, 있던 곡을 버리기도 하고, 다시 살리기도 하고, 어중간한 건 고치기도 하고, 가사 쓰는 것도 오래 걸리니까 그래요, 뭐.”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팬들, 그리고 멤버들을 묻다

국카스텐은 강력한 팬덤을 지닌 밴드다. 오는 7월 9일 Ax-Korea(구 멜론 악스홀)에서 열리는 2천3백여 석 규모의 대형 단독공연도 팬클럽의 요청에서 시작돼 기획한 공연이다. 이 팬덤은 국카스텐에게 어떤 존재일까. “어떤 분께 들은 말인데, 저희가 어두운 밤에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길에 불을 밝혀주는 사람이 팬이라고 하네요.” 팬들의 다소 열광적인 호응도 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하는 거겠죠. (팬을) 하면서 나름대로 그 사람은 또 다른 만족을 얻고, 기쁨도 얻으니까. 내가 뭐 해달라고 부탁해서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이 정말 원해서 하는 거니까.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뭐 이렇게 그렇게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마치 외계인 같은 개성을 지닌 밴드 4인방. 그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씨는 밴드의 권력 1인자는 두말할 것 없이 자신이라고 당당히 선언했다. “뭐, 제가 죽어라, 하면 다 죽어야죠.” 그러면서 하씨는 분위기메이커로 ‘기벵(베이스를 담당하는 김기범의 애칭)’을 꼽았다. 밴드 멤버들끼리는 일주일에 몇 번을 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보통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바쁜 일 있으면 같이 있는 거고, 아니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볼 때도 있고. 예전에는 강원도에서 합숙할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서로 질려갖고 따로 살아요.”라고 답했다.

 

하현우, 그의 폭발 가창력과 외모에 대한 논란(?)

하현우 씨에 대해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의 ‘목소리’다. 멤버들의 뛰어난 연주 실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공연장에서도 레코딩과 한 치의 차이도 없는 완벽한 보컬을 들려주는 하씨 덕분에 국카스텐의 별명은 ‘라이브 괴물’이다. 그의 목소리는 오히려 공연장에서 더욱 폭발하곤 한다. 그의 보컬이 타고난 것인지, 혹은 연습의 산물인지 물었다. “뭐, 타고난 것도 있고. 그렇지만 선천적인 것도 한계가 있죠. 늘 노력을 해야 하는 거죠. 저는 노래를 안 부르는 날이 없어요. 늘 노래해왔습니다. 목에서 노래 부르다 피 터진 것만 해도 세 번이에요.” 그러면서 그는 재능과 노력의 비율을 5:5라고 말했다. 그의 괴물 같은 목소리는 역시 그의 괴물 같은 연습량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그는 본인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귀엽다’, ‘잘생겼다’라는 소리에 피식 웃었다. 사실 하씨는 31살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동안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사실 하나도 안 잘생기고, 안 귀여운데. 약간 괴물같이 생겼죠.” 그는 음악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외모를 비롯한 그 어디에도 자신감이 없다고 말했다. “음악만 자신 있어요. 적어도 음악에는 자신감이 있어야 사람들에게 내보일 수 있지 않나? 본인이 자기 음악에 대해 ‘아,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생각하며 자신 없어 하는데, 남들에게 그 음악을 들려준다는 건 모순이죠. 계속 착각을 하고 살아요. 나는 더 멋진 앨범을 만들 수 있다, 더 멋진 노래를 만들 수 있다, 더 멋진 공연을 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삽니다.” 일종의 자기 신념 같은 것일까. “자기 주문. 객관적으로 봐도 뭐, 짱이기도 하고.”그의 외모에 대해 장난스런 질문을 던졌다가 그의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마주친 기자는 말없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당장 집에서 나와 걸어라”였다. 당장 집에서 나오라는 말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오라는 말이고, 걸으라는 말은 무엇인가 하나 실현을 하라는 말이란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입만 열면 시라니까”라며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이렇게 ‘입만 열면’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지구 정복이 꿈이라고 말해도 그의 말에서는 비웃을 수 없는 열정과 진심이 느껴졌다. 실력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이 밴드, 라디오헤드의 귀싸대기를 후려쳐가며 공연할 것이라는, 국카스텐의 거침없는 성장을 기대해본다.

1헬로루키: 지난 2007년 7월부터 시작된 EBS 공감의 인디 밴드 프로젝트로, 오지은을 비롯한 많은 인디 아티스트들을 대중에게 알렸다.
2*랭보: 19세기 프랑스의 시인. 조숙한 천재로 15세부터 20세 사이에 활동했다. 작품이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정세윤 김종혁 이예진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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