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룰 수 있는 거리의 판타지, ‘김민서 작가’를 만나다

영화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 中

꿈은 명품관이지만 현실은 아울렛인 이들의 솔직한 고백이 펼쳐진다.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의 김민서 작가를 만나봤다. 


Q. 소설 『나의 블랙 미니드레스』가 영화로 재탄생됐습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어떤 것 같아요? 스스로 상정한 캐릭터와 캐스팅된 배우가 이미지가 맞나요?
A. 영화사 측에선 화려한 여성 4명의 비주얼적인 측면을 부각시켰지만 사실 전 사회 초년생들이 겪는 불안을 건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인생 첫 소설이 영화화 됐다는 점 자체가 영광인거죠. 캐릭터도 마음에 들어요. 『시크릿 가든』에서 가난한 역할로 나왔던 유인나씨가 ‘재벌 2세의 딸’로 출현한 점이 염려되긴 했지만 워낙 유쾌하신 분이라 잘 소화해 낸 것 같아요.


Q. 이 소설은 칙릿이라 하기엔 연령대가 어리고,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연령대가 높아요. 어중간한 나이라는 느낌이 드는데 굳이 20대 중반을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이 사회를 통틀어 봤을 때 20대 중반은 가장 ‘주변인’ 취급받는 시기에요. 특히 우리 세대의 경우 학창 시절에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며 걱정 없이 편하게 자랐는데 그 세대가 처음으로 사회를 접했을 때 느끼는 두려움은 상당히 커요. 저는 그 공포감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나가고 싶었습니다.

Q. 캐릭터가 10명 정도 주되게 나오는데 다들 성격이 뚜렷합니다. 실제로 본인은 어느 캐릭터와 가장 닮았는지 궁금합니다.
A. 가장 비슷한건 역시 주인공 유민이겠지만 4명 캐릭터의 면모가 모두 있습니다. 많은 독자들도 스스로 느낄 것 같아요. 꼽으라면 4명 중 가장 유사한 캐릭터를 꼽을 수야 있겠지만 모두 다 지닌 면모거든요. 주변에 꼭 한명 씩 있어요. 유민이처럼 우유부단한 성격, 수진이처럼 시니컬한 성격, 혜지처럼 쿨한 성격, 민희처럼 사랑스러운 성격. 특히 그룹으로 친해지는 여자들은 꼭 저마다 맡는 캐릭터가 달라요. 이들은 여자라면 누구나 지닌 보편적인 캐릭터들이죠. 


Q. 소설을 주되게 이루고 있는 것은 ‘명품’과 ‘남자의 경제력’입니다. 실제로 명품이 20대에 미치는 영향, 남자의 경제력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A. 경제력을 가지게 되면 명품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주변 친구들을 보면 평소에 명품에 관심이 없어도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 가방 하나 새로 장만해야겠다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보면 명품이란 이룰 수 있는 거리의 판타지 아닐까요? 그저 판타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면 내 손에 닿을 수 있기 때문에 더 갈망하게 되는거죠. 남자의 경제력 같은 경우, 소설 집필 당시에 제가 24살이었는데 지금과는 확실히 가치관의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엔 자존감이 부족해서 오히려 명품, 멋진 남자친구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내 일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은 예전보다 그런 것들이 훨씬 부수적으로 느껴져요.

Q. 집필한 소설들에서 캐릭터들이 모두 제각각이에요. 20대 중반 여성에서 30대 남성들, 고등학생들까지 등장하는데 소설을 쓸 때 감정이입 하기 힘들지 않나요?
A. 저는 소설을 쓸 때 직관적으로 ‘지금이라야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예를 들어 지금이 아니면 청소년기의 감성을 다신 가질 수 없을 것 같았고 그런 감성을 책 속에 담아둔 것이 ‘여고생 치맛단’이에요. 때문에 감정이입 하는게 어렵진 않았어요. 단지 그 시기가 중요했을 뿐이죠.

Q. 현재 집필하고 있는 소설이 있나요?
A. 다음 달, 6월 여행 성수기 때 소설이 나와요. 처음으로 주인공을 외국인들로 설정했는데 실제 국제 사건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에요. 유럽 항공이 화산재에 막혀서 유럽행 비행기가 마비된 사건이 있거든요. 인천 국제공항에서 여행객 2백 50명이 발이 묶여 1주일간 노숙을 하게 됐죠. 그 당시의 정황을 다뤄보고 싶었습니다. ‘발이 묶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인간은 무슨 생각을 할까’에 초점을 맞춰 심리적인 면을 다룬 소설입니다.
 
Q.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을 쓰고 싶었던 적은 없나요?
A. 너무 쓰고 싶고, 너무 잘 쓰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아니에요. 시간을 두고 준비가 되면 시도해보려고요. 로맨스 소설을 쓰게 되면 현재 시나리오 공부를 하고 있는 것도 다 반영해서 제대로 써보고 싶어요. 민감한 감정들, 첫사랑에 대한 판타지, 가슴 떨리는 시간 이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다뤄보려고요.

Q. 끝으로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20대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A. 내 인생이 너무 막막하게 느껴지면 자기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그림을 그려보세요. 인생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돼요. 청사진을 그린 후에는 남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심장이 따르는 대로 움직이세요. 자기가 가장 원하는 바를 따라서요!


 
글 김유빈 기자 eubi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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