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고 방황하는 영혼, ‘김기홍 작가’를 만나다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피리부는 사나이」. 이는 우리나라의 「햇님과 달님」이야기처럼 독일의 오랜 설화다. 만일 피리 부는 사나이가 한국에 나타나 20대 여대생들을 꾀어낸다면!? 기상천외한 한국판 『피리부는 사나이』의 작가, 김기홍씨를 만나봤다.


Q. 지난 2009년 ‘피리부는 사나이’로 ‘제 15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당선된 후에 기분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2년 전이라 사실 쑥스럽네요. 당시에 야구 시즌이어서 한참 기아와 SK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한참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전화가 왔는데 번호가 031이었습니다. (파주에 있는 출판사 지역번호는 031이다) 아! 올 것이 왔구나... 전화를 딱! 받았는데 정말 올 것이 왔더군요. 전화 끊고 나서 야구도 꺼버렸습니다.

Q.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가 실제로 책을 집필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도움이 됐나요?

A. 어렸을 때 이 설화를 읽었는데 전형적인 권선징악도 아니고 괴상하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는 비단 설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실종된 사람들 간의 공통점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공통점은「피리부는 사나이」같은 절대적인 존재에 엮여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Q. 앞부분은 성장소설이 역력한데 뒷부분은 마치 추리소설 같습니다. 스케일을 크게 잡아 할리우드 효과를 누리고자 한 건가요?
A.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테러사건들은 제가 고민하는 문제들 중 하나였을 뿐이지 그것을 영화처럼 묘사해서 효과를 창출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테러가 연이어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라는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동반된 사건들일 뿐이죠.

Q. 소설의 결말이 굉장히 여운을 남깁니다. 마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따라가지 못한 한 소년이 연상되기도 하고요. 끝이 아닌 시작과 같은 느낌을 주더군요. 명쾌한 결말을 알고 싶습니다. 본인은 최종적으로 어떻게 끝날 것 같습니까?
A. (단호하게)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쓸 때 주인공의 상황이 제 상황과 많이 유사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릅니다. 이 소설은 그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인 셈이죠. 마지막에 명쾌한 결말을 내지 못한 이유는 저도 모르는 답이기 때문입니다. 사는게 뭘까. 아마도 영원히 고민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Q. 문학인이 되는 것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못 위험한 도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쏟아 부을 가치가 있는 걸까요?
A. 생산적인 것만이 가치 있다면 문학 뿐만 아니라 예술 자체가 모두 낭비죠.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은 다 그런 사고방식에서 연유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생산성이 아니라도 내 인생에 가치가 있다면 생산적인거죠. 그리고 낭비가 잘못된 것만은 아닙니다. 젊음과 예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실상 방황과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Q. 20대 대학생들에게 인생 선배로써 한마디 한다면?

A. 시간이 지나면 뭔가 달라져 있을 것 같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똑같아요. 20살 때 했던 고민을 30살이 되어서도 하고 있고, 아마 평생 할 것입니다. 그러니 고민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고민 속에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세요. 그것이 낭비라고 생각될지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거든요.
그리고 무슨 일이든 마음껏 하세요. 그 무엇이 꼭 생산적이지 않아도 좋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고 미친 짓 같아도 좋습니다. 연애도 많이 하세요. 양다리 세다리… 는 조금 심했나요? (웃음) 남들이 손가락질해도 자신의 일생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꼭 해보세요.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글 김유빈 기자 eubin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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