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사람의 정체성을 성립하는데 영향을 주는 요소는 다양하다. 학교 또한 그 중 하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정해진 커리큘럼에 따라 학습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정체성을 체득한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국제캠 중복학과 문제는 오히려 학교가 학생들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주는 사례다.
국제캠 개교와 동시에 새로운 학과들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커리큘럼이 원주캠 일부 학과와 같아 논란이 일고 있다. 중복학과 설립은 기존 학과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져 소속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하나의 연세’라는 것은 겉으로만 보이는 허물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들의 생각에 동의한다. 분명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큰 혼란을 느낄만하다. 게다가 전혀 알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인 통보형식으로 전달된 것은 더더욱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러한 것은 “결정이 이러니 너흰 이렇게 알고 있어라”는 상하 전달식 명령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결과를 전달 받는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여러 가지 의구심과 함께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이 보고만 있어야 하는 점에서 큰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명령식 통보는 점점 다원화되고 수평적인 구조로 변하는 오늘날의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고 있다. 문제를 느낀 학생들은 능동적인 대안을 구하기 위해 수업거부나 묵언 시위 등을 펼쳤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마지노선의 기준이란 것을 설정하기는 모호하지만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외부의 힘을 빌려 그것을 보는 다른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이기적 행동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문제가 잘 마무리 돼 이를 계기로 다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일은 발생하지는 말기를. 더욱이 ‘하나의 연세’라고 불리는 우리대학교 내에서는.

이가영 사진부장 cute_bopeep@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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