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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늘어진 차량, 그 끝은 어디인가?한강 다리만큼의 교내 교통량, 보행자 안전마저 위협... 익숙해진 학생들에 손 놓은 학교
  • 서동준 기자
  • 승인 2011.04.09 18:05
  • 호수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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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50분, 백양로를 가득 메운 차량과 강의실을 향해 서두르는 학생들의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지각하지 않겠다는 집념의 학생과 도로 위 무법자 택시가 만난 아슬아슬한 상황은 상쾌한 아침, 가슴 졸이게 한다.

캠퍼스 안의 차량은 이미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학교에 도로가 있는 것인지 도로위에 학교가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수많은 차량들로 인해 학습권, 보행권 같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신촌캠 교통량 = 한강 다리 교통량

교내로 들어오는 차량은 하루 평균 1만 2천4백여 대에 달한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잠수교(왕복2차선)의 하루 평균 교통량이 지난 2010년 기준 1만 2천8백여 대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대학교의 교통량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신촌캠으로 들어오는 차량은 크게 △정기주차권 소지 차량 △외부차량 △영업용 택시로 나뉜다. 정기주차권은 △교수 △교직원 △대학원생 등 학교에서 지정한 발급대상자들에게 한 달 1~5만원에 발급된다. 외부차량은 정기주차권을 소지하지 않고 학교에 들어오는 차량으로 학교시설물이용료(주차요금) 명목으로 최초 30분은 2천원 출근시간대(아침 7시~9시)와 퇴근시간대(저녁 6시~8시)는 3천원을 지불한다. 영업용 택시는 출근시간대만 3천원을 지불하게 돼있다.

통계에 따르면 아침 7시부터 10시 사이에 하루 평균 교통량의 32%가 유입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이 4천여 대 차량 중 65.3%는 외부차량과 택시라는 점이다. 특히 외부차량 중에서도 북문에서 동문 또는 정문에 이르는 도로를 출근길로 이용하는 차량(아래 통과차량)이 가장 문제가 된다. 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차량들이 캠퍼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촌캠 전체는 연세법인의 사유지로 통과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하지만 연세법인이 이를 제지하지 않고 또한 통행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외부차량이 들어올 수 있다. 이에 총무처는 “통과차량을 허용하지 않으면 우리대학교 주변도로의 교통정체가 극심해진다”며 “서대문구청의 요청으로 통행을 허용하게 됐으며 대신에 시설물이용료를 받아 무분별한 유입은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상태로는 시설물이용료가 통제 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택시 또한 교내 교통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택시의 하루 평균 교통량 중 80% 가까이가 아침 7시에서 10시 사이에 몰려있다. 즉, 교수와 교직원들은 출근용으로 학생들은 통학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택시는 교내로 들어온 후 왔던 길을 돌아가 교외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교내 교통량에 미치는 효과는 배가 된다. 총무처 총무팀 박용평 과장은 “정문과 북문근처에 택시 회차지점을 지정해 교내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유도했지만 지켜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외부차량 통행에 대한 칼자루는 학교가 쥐고 있지만 공간에 대한 공공성에 있어 지역주민과 구성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뻥 뚫린 백양로, 아우토반이 아니에요

과다한 교통량만이 문제가 아니다. 교내로 들어온 차량은 학습권 침해를 넘어서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교내의 차량 제한속도인 20km/h에 대해 손봉수 교수(공과대·교통공학)는 “운전자가 주변 장애물과 보행자를 충분히 살필 수 있고 충돌이 일어나도 경미한 부상이 발생할 정도”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비하면 교내 차량들은 맘껏 질주하는 상태이며 이륜차는 곡예 수준에 달한다.

박 과장은 “실질적으로 차량속도에 대한 대안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교내도로는 일반도로와는 달리 위법 사항에 대해서도 범칙금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없게 돼있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이를 단속할 권한조차 없다. 학교 측은 임시방편으로 1백개 이상의 과속방지턱을 설치했지만 두 개의 과속방지턱 사이에서 60km/h이상의 속도도 낼 수 있는 상황이라 무용지물일 뿐이다. 또한 교내에 설치된 제한속도 표지판은 10개 미만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차량방향의 반대편인 도로 왼편에 설치돼 있는 곳도 있다. 심지어 백양로에서는 찾아볼 수조차 없다. 손 교수는 “제한속도 표지판은 운전자의 시야를 끌어 자칫 사고의 위험이 있다”며 “스쿨존과 같이 도로바닥에 제한속도를 그려놔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학생들이 많이 건너는 주요지점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백양로 전체는 보행공간인데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그 외 공간은 차도라는 것을 명시하는 꼴이다”며 “따라서 횡단보도 밖에서 사고가 나면 보행자도 책임이 있게 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학교 측도 제한속도를 충분히 명시해야 하지만 또한 이를 지키는 것은 전적으로 운전자의 의식에 달린 것이다.

들어온 차는 한 말(斗), 주차공간은 한 되(升)

교내 차량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발길이 닿는 곳 어디든 주차돼 있는 차량은 캠퍼스의 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보행자의 통행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다. 불법주차 차량은 계단까지 가로막고 있어 학생들은 좁은 차량 사이를 비집고 나올 수밖에 없다. 총무팀 박 과장은 “앞으로 불법주차를 단속해 주차규정 위반시 정기주차권 소지 차량은 정기주차권 취소, 외부차량에는 요금정산시 범칙금 부과하는 등의 계획을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캠퍼스의 부족한 주차공간이다. 현재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한 신촌캠에는 2천7백여 대의 주차공간이 있다. 하지만 하루에 정기주차권 소지 차량만 6천대 가까이 들어오는 것을 감안하면 불법주차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때문에 물리적인 주차공간이 확보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오는 8월 착공되는 신경영관이 주목받고 있다. 지하 3층에서 지상 9층에 이르는 대형건물이라는 점과 캠퍼스 중심부인 백양로삼거리에 위치한다는 데에서 상당한 규모의 유동인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신경영관에 계획된 주차공간은 1백5대 뿐이다. 교직원 및 대학원생 등 경영대 소속 구성원만해도 3백94장의 정기주차권을 발급받는데 비하면 1/4에 그치는 수치다. 경영대 기획부학장 이호근 교수(경영대·경영학)는 “처음에는 신경영관에 주차장을 아예 만들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확보해야하는 주차공간은 신촌캠 전체 면적을 기준으로 하는데 현재의 주차공간으로도 그 기준치를 넘는다. 때문에 신경영관에는 주차공간이 없어도 건축법상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허가를 담당하는 서대문구청에서 주차공간 확보를 요구해 최소한의 주차공간만을 마련하게 됐다. 이 교수는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길목이 좁아 주변 교통정체를 유발할 것이고 이에 따라 보행자의 안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더군다나 교내 차량유입을 제한하는 것이 추세인데 도리어 캠퍼스 중앙에 주차장을 크게 만들어 차량유입을 유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3백47장의 정기주차권을 확보한 경영대 대학원생들로 인해 지금도 대우관 주변은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교내 다른 주차장으로 유도해 신경영관 주변에 불법주차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신경영관에서 다른 주차장으로 발레파킹을 해주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경영관에 주차공간을 더 확보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차가 문제면 차를 없애야지

교내차량이 유발하는 문제들의 해결은 산 넘어 산이다. 이 문제들은 캠퍼스라는 공간에 과도한 차량이 존재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학내 구성원들은 한 목소리로 “백양로에 자동차가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대학의 경우 학교 측에서 최대한 캠퍼스 외곽으로 주차를 유도하고 교내에서는 걸어 다니게끔 하고 있다. 고려대, 이화여대 등에서도 이미 학교 입구에서부터 진입하는 모든 차량을 지하 주차장으로 유도해 캠퍼스 위를 질주하는 차량은 없다.(지난 1644호 기사 ‘2만대와 2만 명의 ‘위험한 동거’, 요원한 그린캠’ 참고) 우리대학교도 이와 같은 방안이 계획된 적이 있긴 하다. 지난 2008년 재단이사회의 승인까지 받은 ‘백양로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으로 정문에서 시작된 지하차도가 백양로 삼거리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이를 통해 백양로에서 차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지하차도와 연결된 지하 주차장을 확보해 주차공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수백억에 달하는 예산에 부딪혀 보류됐으며 현재는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기획실 기획팀 이철수 팀장은 “교내 차량통행 문제에 관해 현재 구체화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우선 일부 차량의 유입을 제한해 교내 교통량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이 또한 녹록치 않다는 반응이다. 시설물이용료를 인상하거나 택시 등의 외부차량 일부를 교문에서 차단해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에 총무처는 “외부인들 뿐만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의 불만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눈치만 보고 있다. 사실상 학교에는 문제해결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도, 단기적인 계획도 없는 것이다.

학습권이 보장되고 학내 구성원의 안전이 당연시 돼야 할 캠퍼스에 각종 차량들이 무분별하게 흘러들어와 흘러나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학내 구성원들이 이런 상황에 무감각해져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극적으로 학내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학교에 요구해야 하며 학교 또한 다수를 위해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가져야한다. 이에 앞서 학교 측과 구성원 모두가 학교라는 공간이 어떤 곳 인지부터 인식하는 것이 선행돼야할 것이다.

서동준 기자 bios@yonsei.ac.kr
사진 유승오 기자 steven103@yonsei.ac.kr
그림 김진목

서동준 기자  bio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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