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비망록]

나는 보도국이 아닌 사회국의 학술부 기자이기에, 학생들에게 이슈가 되는 학내 사안들을 다루지 않는다. 학술적으로 새로울 수 있는 이야기들을 골라 학생들에게 소개해 약간의 지식을 더하는데 보탬이 되고자 함이 학술부의 목표다. 우리대학교를 대표하는 학보사이기 때문에 학술부는 인문계열/자연계열 관련 아이템 개수, 학교와의 관련성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사 주제를 고른다.
그러나 먼저 아이템과 기사방향을 정하고 취재를 시작한다는 점 때문에 부딪치는 문제들이 있다. 취재를 하다보면 처음 의도가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드러나는 때가 많다. 지난 1655호 학술섹션 ‘기준’의 기사 ‘우리의 선택은 어디서 오는가’가 대표적인 경우였다. 취재를 시작할 때의 의도는 ‘인간이 하는 선택들이 일정한 맥락이 있으며, 그 맥락은 그들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생각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사를 쓰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해서 너무 많은 철학자들이 각자 다른 이야기들을 해 놓은 것을 발견했다. 책 10여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필요한 부분들을 읽어보고,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했으나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다. 내 머릿속에서 정확히 정리되지 않은 채 쓰인 기사는 결국 주간교수로부터 ‘통빽*’, 즉 처음부터 다시 써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기사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컸지만 소득은 별로 없었다. 교수가 “일주일 취재해서 한 학기 공부할 내용을 쓰려고 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지만, 이것이 현실이기에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쨌든 이러한 제약과는 상관없이 신문은 발간되며,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연세인이 다 읽지 않아도, 나의 비루한 글을 읽기 위해 「연세춘추」를 집어 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그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그들이 몰랐던 신선한 이야기들을 전달해주기 위해 앞으로 남은 취재에 힘을 쏟을 것이다.

* 원고를 처음부터 다시 쓰라는 의미의  「연세춘추」내의 은어


학술부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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