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에서 성소수자로 살아남기 #4

인터넷 뉴스에 동성애 얘기가 나오면 댓글은 언제나 똑같죠. 동성애자들은 더럽다, 이성애가 자연의 이치에 맞다, 동성애자들도 사람이고 사람끼리 사랑한다는데 더럽다는 말은 하지 말자, 올바른 척 하지 말고 니네 가족이 동성애자면 그런 말 못한다, 과학적으로 동성애자 수치가 몇 퍼센트다, 게이는 더럽지만 경쟁률을 떨어뜨려주니 좋은 존재고 레즈비언은 보기엔 좋지만 경쟁률을 높이니 나쁘다. 이미 무슨 말이 나올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안고 기사를 클릭해 봐요.

솔직히 이제 지겨워요. 동성애자도 너희와 같은 밥을 먹고 옆에서 같이 웃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게 지겹고 게이가 더러운 존재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게 지긋지긋해요. 이제 너희끼리 잘 놀고 있으라고 빠이빠이 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어디에다 있단 말이에요. 너희끼리 놀라고 해 봤자 모든 곳에 있는데 제가 어디로 가겠어요. 저도 모든 곳에 있는걸요. 저도 헤테로포비아가 되어서 당신들한테 더럽다고 말하면 당신들이 사라질 것도 아니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아무리 저한테 더럽다고 말하고 내 옆에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도 저는 사라질 수 없어요. 당신들은 나와 같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대체 세상 모든 게이들이 자기를 다 좋아할 거라고 믿는 남자들은 어떤 근거로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 묻고 싶어요. 적어도 저는 당신 안 좋아해요. 적어도 제 게이 친구들은 당신 안 좋아한다고요. 그러니까 인터넷 댓글에 '남자가 날 좋아한다고 고백하면...ㅅㅂ' 라고 남기지 마요, 당신 안 좋아한다구!!!!!! 그저 속으로만, 아... 저 남자는 방금 되지도않는 여성에게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고 고백했다가 무참히 밟히고 세상에 날 좋아해줄 여자는 없어 한명쯤 있다면 그건 내 엄마야 하면서 댓글에서 찌질거리고 있는거구나, 하고 위안 삼아요. 정말이지 세상에 당신 같은 댓글러를 좋아해 줄 게이는 없어요. 한 명쯤 있다면 그건 당신에게 다행한 일이에요. 누군가 당신을 좋아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혹시 정말 만약에 당신이 마음에 안 드는 동성이 당신에게 고백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근데 당신만 그래요? 저도 어디서 듣도보도못한잡놈이 고백할 때면 한숨이 나온다고요. 그건 개인의 연애사 문제지 이성애자 대 동성애자 파이트클럽 이슈가 아니에요. 당신이 싫으면 정중히 거절하세요. 세상에서 가장 못난 게 끝난(시작될 뻔한 연애까지 포함해서) 연애 이야기 무용담처럼 들어놓는 사람이에요. 그보다 더 못난 게 오지도 않을 사람 가지고 '난 못생긴 애가 고백하면 토나올 것 같아' 라고 하거나 '걘 별로더라' '남자가 고백하면 최악이다' 말하는거고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신 안 좋아한다구!!!!!!!!!

누군가 왕따가 된다면 다들 자신이 왕따가 되지 않길 바라면서 따돌림 당하는 사람을 괴롭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호모포비아도 자신이 배제되는 게 두려워서 비이성애자들을 따돌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구제 불가능 댓글 속에서 헤매다가 현실로 돌아오니 현실도 비슷해 보이네요. 결국 당신 옆에 그 흔한 동성애자 친구 하나 없다는 건 당신이 그만큼 호모포비아거나 인간관계가 부실하거나 둘 중의 하나에요. 친한 친구들 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저나 제 친구나 상처를 덜 받을 만한 사람을 골라내는 일은 어려워요. 커밍아웃을 할 때마다 위경련이 일어나서 꼼짝도 못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언제쯤인가는 저 댓글이 줄어들거나,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댓글이 늘어나길 바라면서 이 글을 써요. 아니 더 이상 동성애 때문에 기사화 될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어느 나라에서 동성애가 합법화됐다는 게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안 됐으면 한다고요. 누가 커밍아웃했다더라, 이런 얘기도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왜 그게 말할거리가 된다는 거예요. 제가 왜 당신들에게 말해야 하죠?
연두의 말없는 댓글 0이 제가 뭐라 말하든 아무 상관 없다고 말해주네요. 당신들은 어찌됐든 쓰고싶은 대로 쓸 거예요. 이건 불공평해요. 당신 글은 모두가 읽게 내버려두면서 제 글은 읽으려 하지 않는다는 게 참 그래요. 그래도 제게 주어진 곳은 이 곳밖에 없어요. 이런 글을 쓸 필요가 없을 날이 오긴 오겠죠, 지긋지긋하네요.
*본 연재글은 컴투게더 회원 개개인의 의견으로, 동아리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Nal_La (08, 문과대학) come__together@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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