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부 주혜민 기자의 불 같은 시선

지난 14일 우리대학교와 고려대, 이화여대의 미화, 경비 노동자들이 전체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에는 부분 파업의 형식으로 일은 계속하고 있지만 어쨌든 학교는 지금 쓰레기들로 넘쳐난다. 그들이 파업을 하면서 요구하는 조건은 휴게공간과 생활임금(5천1백30원)을 보장받는 것이다. 용역업체는 학교와의 계약을 이유로 들며, 그리고 학교는 등록금 인상을 우려하며 요구조건을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학생자치기구들은 앞 다투어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4천3백20원과 5천1백30원 사이의 가능한 어떤 금액과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가 최근에 4천7백원으로 요구 수준을 낮췄다. 최저시급이 4천1백10원에서 4천3백20원이 오르는데도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런 상황에서 천원에 가까운 임금을 올리는데 단시간의 극단적인 파업이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가치가 평가절하 돼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도 미시적인 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파업이 의미가 있으려면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최저시급 인상’을 외쳤어야 한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미화, 경비 노동자들이 최저시급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최저 시급을 받고서라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노동자들을 무시해서 최저시급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청소, 경비 노동의 가치는 아직 최저시급이다. 따라서 최저시급이 상승하면 학교도 자연스레 올라간 월급을 지불하게 될 것이다.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약자에 있다고 해서 그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들과 똑같은 현실에 처해있지만 다른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넘쳐난다. 그들의 임금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언급 없이 본인들의 대우에만 불만을 가지고 파업으로 치달은 이번 학내 근로자 파업은 동의하기 어렵다.
약자에게는 옳고 그름의 가치판단을 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것 같아 아쉽다. 현재도 학생들 대다수가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의견을 가진 학생들도 분명히 있을 테지만 모두가 지지하는 것 같은 분위기에서 그 의견을 내놓기는 어렵다. 지난 정기 확대운영위원회에서도 노동자 파업에 관련한 성명서에 99명의 참석위원 중 26명이 기권의사를 밝혔다. 반대표를 던지기엔 뭇매를 맞을 수 있으므로 기권을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찬성의사를 나타낸 사람 중에서는 찬성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진보대학생들은 민주주의를 외친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 만든 캠퍼스에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의견의 다양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조차 없다.
대학의 민주주의는 죽었다.



주혜민 기자  hall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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