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다!


“사랑한다 연세~ 사랑한다 연세~”

지축을 박차고 창공을 가르는 독수리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건너편에선 날카로운 호랑이의 부르짖음이 하늘을 갈랐다. 지난 25일, 우리대학교 노천극장은 푸름과 붉음으로 광란의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바로 상반기 ‘연고대 합동응원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혼이 빠지도록 응원의 열기를 불태우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같은 시간, 푸른색 옷도 붉은색 옷도 입을 수 없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다, OUTSIDER

 

편입, 반수, 고시준비에서 동아리활동, 외부 취미활동에 이르기까지 과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에게 공통분모가 있다면 바로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웃사이더(아래 아싸)는 어떤 이유 때문에, 과를 떠날 수밖에 없었을까?

 
# 1. 문화 충격의 산실

술이 약해 뒷풀이마다 참석하지 못한 세순이는 친구가 없다. 지난 합동응원전에 홀로 구경하러 간 세순이, 같은 과 동기들이 오자 괜스레 자리를 옮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세순이는 비를 맞으며 동기들의 눈을 피해 홀로 응원을 한다.
연돌이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신선한 문화 충격을 받았다. 새내기를 맞이했던 것은 바로 피라미드 모양으로 쌓아올린 소주병들! 개인 앞에 주어지는 소주는 평균 1.5병이었다. 연돌이는 조용히 술집에서 나온다.
이는 비단 ‘연돌이와 세순이’라는 3인칭이 아닌 당신의 동기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과 문화가 성격에 맞지 않는 이, 혹은 술로 찌든 대학문화가 부담 되는 이들은 초반부터 동기들과 친해지는 데 장애를 겪는다. 실제로 기계공학과 4반 남은석(기계·05)씨는 “아카라카 때 단체로 환자복을 주문하거나 다람쥐 동물잠옷을 주문하는 것을 보고 기겁했다”며 “그 후로 과 행사 자체를 나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눈에 틔는 과 문화를 강제적으로 따라야 하는 분위기가 싫어 과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 2. 새내기, 우리에겐 넘사벽

작년에 편입한 30세 권진수(정외·08)씨는 우리대학교 문화를 열렬히 사랑한다. 특히 응원 문화에 관심이 많은 권씨는 응원단 동영상을 모조리 다운받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돌려보며 연습한다. 다른 누구보다 과 행사에 적극적인 권씨, 동기들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최대한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거나 피를 토해내며 응원을 한다. “전 정말 죽을 힘을 다했어요...”라고 말하는 정씨. 그러나 학과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살 수는 없었다. 30세라는 나이 장벽이 너무 높았기 때문일까.
새내기들에게 고학번 선배로서 좋은 충고와 정보를 제공해 주고자 OT 뒷풀이에 참여한 K양. 그러나 3일 연속 이뤄지는 술게임 분위기 속에서 고학번 K양이 대화를 이끌어 나갈 공간은 없다. 집행부가 10학번 주도로 이뤄져서 그들을 거치지 않고는 11학번과 말을 걸 수조차 없는 분위기다. 난감해진 K양. “새내기엔 고학번의 존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연결사슬이 돼야 할 집행부가 후배들 챙기는 것에 바빠 선배들은 뒷전인 것 같다”며 “고학번도 설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번이 같아도 나이 차이 때문에, 혹은 나이가 같아도 학번 차이 때문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학생이라는 자유로운 신분의 틀에서도 나이 혹은 학번이라는 것이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 3. 유랑생과 외국인의 고충

지난 2010학년도부터 학부가 아닌 학과로 신입생을 모집하게 됨에 따라 과․반 연계과정에서 비상사태가 생겼다. 과와 반 사이에서 유랑하는 학생들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입학 당시 학부생이었던 09학번 O씨는 배정받은 A반에서 과대표를 도맡을 만큼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전공이 결정되자 그 전공과 연계된 반인 B반에서 순식간에 외톨이가 돼버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A반 후배들은 과가 달라지고, 과가 같은 B반 후배는 낯설게 느껴진 O씨. 두 반 모두에서 공지 사항을 전달받지 못하는 등 고충을 겪었다. 결국 소속감을 잃고 겉돌게 된 O씨는 “동기들은 거의 군대 갔으니 나를 비롯해 몇 명만 졸업하면 해결되는 문제”라며 씁쓸하게 웃음 짓는다.
비단 유랑하는 것은 연계 과정의 피해자들뿐만이 아니다. 우리대학교에 입학한 외국인들 역시 소속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어 능력 시험을 앞두고 있는 중국인 이금홍(국문·10)씨는 전공 학과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얻어야 한다. 이씨는 학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과행사마다 참여했지만, 언어장애와 문화 차이 때문에 동기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고 있다. “저 졸업하려면 한국 친구 절실해요!” 어눌하게 말하던 이씨는 ‘새내기 학교’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낯선 한국문화를 배우면서 동기들과 친해지고 싶음을 호소했다.

그들과 대안을 나누다.  INSIDER

 

과아싸들의 고충을 덜만한 대안적인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단과대별, 학번대별로 과대표 경험이 있는 4인을 만나보았다. 

* 소심한 성격 탓에 학우들과 친해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이 원활하게 동기들과 어울리고 과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울인 노력이 있나?
- 11학번 과대표 김경빈(정외·11)씨 : 과대표 회의가 있을 때마다 가장 심각하게 고심한 문제다. 먼저, 학과 구성원들이 모두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공강 시간표와 생일 달력을 만들었다. 공강을 맞춰 함께 식사를 하고 학우들의 생일도 함께 챙겨주는 분위기를 조성해서 친밀함을 북돋우려는 취지에서다. 또한 낯을 많이 가리는 학우들과는 따로 식사를 하며 허심탄회하게 고민거리를 털어놓게 하여 과행사에 참여하는데 문제를 겪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 술자리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끼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대안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나?
- 김경빈씨 : 정외과 같은 경우는 여학우가 많아서 술자리가 일찍 파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MT처럼 의지와 상관없이 술자리에 남아있어야 하는 경우를 고려해 술게임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 이를테면 대화방이나 이야기방 혹은 수건돌리기와 같은 바깥 게임들을 모색하고 있다.
- 08년도 과 회장 양휘석(생명․06)씨 : 공대의 경우, 술문화가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공대생의 술문화는 고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단번에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오티교사모임’이라 해서 신입생을 받을 2학년들은 규율을 배우는데 이에는 ‘술을 어느 수준 이상은 권할 수 없다’, ‘게임은 일정 상식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여학우를 배려하는 지침’들에 대해 배운다.

* 공지사항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공지사항을 어떻게 전달하고 있으며 전달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경빈씨 : 집행부 중 홍보팀이라 하여 공지사항을 전달하는 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내에서 트위터를 운영하자는 의견이 있었는데 트위터 사용자가 제한돼 있는 만큼 누락되는 일이 많을 거라 예상하여 추진하지 못했다. 크게는 전체 문자 혹은 전체 쪽지, 클럽에 게시하는 방법을 통해 공지사항을 띄우겠지만 작게는 수시로 SNS를 이용해 학우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양휘석씨 : 당시 세 부류로 나눠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문자전달, 반 클럽에 게시, 자보로 게시하는 것이었다. 자보까지 붙였던 이유는 고학번들에게도 전달하기 위해서다. 과사무실에 의뢰해도 바뀐 핸드폰 번호는 기입돼 있지 않으므로 고학번들에게 연락을 돌리기는 상당히 힘들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자보를 통해 왔다.

* 고학번들은 과행사에 참여하는데 거리낌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도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 11년도 과 회장 김윤호(문정․10) 씨 : 멘토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 고학번을 초청해서 1,2학년 학생들과 팀을 만들어 엮어 함께 세미나를 참석하고 대화를 하며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있다.
- 양휘석씨 : 공대는 다른 단과대에 비해 선․후배 관계가 굉장히 긴밀하다. 아무래도 남자들이 많아서 복학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군대 얘기로 편하게 다가가고 술 사주면서 돈독해지곤 한다. 또한 총동문 엠티가 자주 진행되는데 이 때 나이 많은 동문들과 함께 있다 보면 고학번이나 새내기나 모두 학부생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오히려 유대감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공대는 전공 수업 때 팀플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학번들과 수업에서도 자주 엮이는 편이라 그리 어려운 존재가 아니다.
- 정보산업과 회장 강대원(정보산업․09)씨 : ‘정보산업의 밤’이나 ‘홈커밍데이’와 같은 행사가 진행되는데 그때 졸업하신 동문들이 많이 찾아온다. 때문에 OT와 새터 등의 오락적인 프로그램에 고학번이 설 자리가 없다 해서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한다.
 
* 집행부의 존재가 고학번 입장에선 새내기들과 친밀해지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 강대원씨 : 집행부는 선후배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후배에 치중하고 있진 않나 염려된다. 집행부가 2학년 위주로 이뤄지는 점도 문제다. 이제 갓 새내기에서 벗어난 선배보다는 고학번들이 오히려 더 양질의 정보를 줄 수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일 기획과 집행은 2학년이 맡더라도 고학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도와줘야 한다.

* 2010학년도부터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전환함에 따라 연계 과정 중 유랑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이 학생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 김윤호씨 : 일단 그 학생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 학생들은 먼저, 자신의 길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아무리 과 혹은 반이 달라도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을 배척하진 않으니깐. 뿐만 아니라 편입생들, 이중전공생들 등 소속을 규정짓기 힘든 이들을 위해 개강 총회 전에 공식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3월 초에 그런 자리를 마련하자 처음부터 과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분들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고, 격식 있게 이뤄져서 괜찮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 문과대는 특히 외국인 학생이 많은 편이다. 이들이 과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는지, 그들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계획했는지 궁금하다.
- 김윤호씨 : 문대 축구회 행사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많이 알게 됐다. 외국인 비율이 많긴 해도 UIC가 아닌 이상 절대적으로 소수이기에 특별히 프로그램을 기획하진 못했다. 하지만 평소 과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외국인 학생들을 문대 축구회에서 많이 접해보니 공통된 취향이나 스포츠 활동으로 묶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새로 마련한 학회가 있는데 이 때 한국인만이 아닌 세계적인 정서로 아우를 수 있는 주제를 고안해야 할 것 같다.

다양한 이유에서 아웃사이더가 된 그들과 나름의 노력으로 아우르려는 대표들. 이들에게 있어 거창한 프로그램 기획만이 해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과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불가능하며 선배들이 일궈낸 문화 행사들을 뒤엎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고질적인 인사이더와 아싸 문제는 서로의 의견 조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는 비단 대표들만의 책임이 아니요, 과를 운영하는 학생들이 모두 고려해야 할 고민거리이자 함께 짊어져야 할 짐이다.
연세인이여, 이젠 즐기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자. 당신이 블루(blue)를 즐기는 동안 블루(blue)를 느끼고 있는 이들이 생기진 않았는지.

김유빈 기자 eubini@yonsei.ac.kr
사진 김민경 기자 penny9109@yonsei.ac.kr
그림 김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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