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 2일, 제42기 사법연수원생 입소식에 신입 연수원생들이 대거 불참하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초유의 집단행동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바로 직전에 있었던 법무부의 새로운 검사임용방안 발표 때문이었다. 수년에 걸쳐서 어려운 사법시험을 통과한 이들에게는 상당한 좌절감이었으리라고 짐작된다. 사법연수원생들은 각 로스쿨원장들의 추천에 따른 법무부의 검사임용에 혹 정실적인 요소가 개입되고, 이로써 현대판 ‘음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강한 우려와 불신감을 표방했다. 여기에는 이를 ‘입도선매’로 다루는 언론의 오보도 일조했다. 이후 법무부장관은 ‘사전선발’이 아니라 해당 로스쿨생들에게 ‘실무수습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엄정하게 평가한 후에 추가적으로 변호사시험의 합격을 조건으로 검사로 임용하는 방안이라고 밝혔다. 얼마 전에 치뤄진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변호사협회의 회장선거에서도 로스쿨제도와 관련한 업계의 강한 불만이 주된 이슈가 되었다.

작년 고위공직자 자녀의 부당한 특별채용으로 인해 공직임용의 공정성이 우리사회에서 화두로 제기됐다. 판·검사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임용에 있어서 헌법상 보장되는 평등한 공직취임권에 따른 ‘공정성’의 담보는 절대적인 요청이다. 빈부격차에 따른 학업기회의 상실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상황으로 인해 대부분의 공직채용에 있어서 학력과 전공을 불문하고서 시험성적으로만 선발하는 제도가 줄곧 적용되어 왔다. 이로써 다른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서 국민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할 공직인력의 수급구조가 대단히 경직되었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는 늘 이에 따른 이해집단 간의 갈등과 불협화음이 빚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요한 제도의 도입을 마냥 회피할 수도 없다.

그간 정권교체와 함께 검찰의 중립성이 늘 논란되어왔다. 국민의 인신을 구속하는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권력의 수임자인 검사에게 한편으로는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적성요건으로서의 ‘공정성’이다. 우수한 ‘시험성적’에 따라 공직에 채용됨으로써 적어도 선발과정에 있어서의 절차적 공정성은 확보될지 몰라도, 이로써 특권화된 기득권집단이 형성되어온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법원 등의 다른 공직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공직자가 되기 위해서는 공직충원에 있어서의 인식전환과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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