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중앙박물관이 미술과 만났다. 박물관에서 지난 1일부터 10월 10일까지 백주년 기념관 1층 전시실에서 ‘이응노-경계에서, 경계를 넘어’기획전시전이 열린다. 전시회는 추석을 제외한 휴일에도 쉼 없이 진행된다. 고암 이응노 화백은 1967년 천상병 시인 등과 함께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바 있으며 1989년 1월 10일에 타계했다. 이 화백은 이데올로기를 넘어 민족 예술을 추구한 작가로 대표작으로는 『문자추상』과 『군상』 등이 있다.

전시회 개막일에는 △개막식 △강연회 △다과회가 진행됐다. 특히 이날 강연회에서는 대전시립미술관 산하 이응노미술관 이미정 관장이 이응노와 이응노미술관이라는 주제로, 경원대 회화과 윤범모 교수가 이응노 예술과 시대정신에 대해 강의했다. 강연에서 이 관장은 “고암은 동백림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는 도중에도 밥풀, 휴지를 뭉쳐 던지는 등 예술 창작 욕구를 불태웠다”며 그의 예술혼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윤 교수도 “20세기 후반까지 국제적으로 활동한 작가 중 남과 북 모두에게 인정받은 작가는 고암 뿐”이라며 “전통을 기본틀로 삼아 새로운 세계를 창출한 무소불위의 작가”라고 이 화백을 평했다.

이번 기획전시전은 대부분 대전시립미술관 산하 이응노미술관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전시되고 있다. 그 외에도 이 화백이 타계 직전까지 살았던 파리 현지에서 우리대학교 박물관으로 바로 가져온 유품도 있어 더욱 뜻이 깊다. 전시회를 담당한 중앙박물관 윤현진 연구원은 “이번 전시전은 이응노의 작품도 중요하지만 이응노의 삶, 즉 인간 이응노에 집중했다”며 “파리 현지에서 직접 쓰시던 안경과 조끼 등을 보면 이 화백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고암의 작품은 우리 시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어 미술관 뿐 아니라 박물관에서도 충분히 다뤄질 수 있다고 보았다”며 “조국·평화·통일의 정신이 깃든 이 화백의 작품을 우리대학교 학생들도 접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 교수 또한 “고암의 작품은 사회비판적 의미가 담겨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보다 더 존중 받는다”며 “세계를 무대로 삼는 고암의 개척과 민족정신이 연세대학교 캠퍼스에도 고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혜윤 기자
elly@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