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지난 2일, 미국의 타블로이드 잡지 「National enquirer」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스캔들을 보도했다. 내용인 즉, 그가 지난 2004년 상원의원 선거운동을 하던 당시  선거 참모였던 베라 베이커와 적절치 못한 관계였다는 것이다.

 곧 이 소식은 한국에서도 일파만파로 퍼져 거의 대부분의 언론이 오바마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난하고 나섰다. 그들은 확실한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타블로이드 잡지 기사를 받아들여 스캔들을 기정사실화했고, 때로는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스캔들에 대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들이 판단했을 때, 운전기사의 증언만이 유일한 증거인 스캔들을 다루기는 매우 조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스캔들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나서 「National enquirer」는 후속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그들이 찾고 있다고 했던 증거 영상에 관련된 부분은 누락된 채였다. 그 후 지금까지 스캔들을 입증할만한 확실한 증거는 거론되지도, 또한 찾아지지도 않았다.

 바른 언론은 촌평에 혹해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이가 관심있어 하는 최고의 아이템이라고 할지라도, 부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하거나 사건의 당사자를 판단하지 않는다. 언론의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알기에 절대로 경거망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언론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근거가 충분치 않더라도 우선 말을 뱉어놓고 본다. 이들에게는 사실관계보다 사람들을 선동하고 이를 통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 더 우선일지도 모른다.

 흔히 언론을 제4의 권력이라고 한다. 특히 마녀사냥식의 몰아가기가 잦은 우리나라에서, 어쩌면 언론은 제1·2·3의 권력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가 부여한 권력을 지녔기에 더욱 더 자신의 사명에 충실해야 하고, 그러한 권력에 자만하지 않고 책임감있는 바른 언론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추유진 사진부장 babyazaz@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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