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대학생들의 젊음을 발산하는 축제의 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학축제의 문제점과 위기론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습니다. 과거 사회에 대한 고민과 성찰로 충만하던 대학축제가 연예인들의 공연과 장터, 그리고 음주 문화로 가득한 소비주의의 온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이를 비난하며 대학축제가 사회참여와 공동체 정신의 제고하는 모습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혹자는 과거 대학축제의 저항적 성격으로 인해 묻혀있던 유희와 낭만의 축제를 되찾은 지금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이처럼 대학축제를 바라보는 상이한 시각 사이에서 대동(大同)이라는 대학축제의 외침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저뿐만이 아닐 듯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축제(祝祭)’는 종교제의로서의 기원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놀이적 성격을 주요한 요소로 지닙니다. 참석자들은 축제를 통해 수동적인 구경꾼이 아닌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일탈을 경험하고, 긴장감과 사회적 거리감은 약화됩니다. 이러한 일탈과 공동체적 일체감의 장(場)은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이 환희하는 놀이터입니다. 대학축제 역시 오늘날의 대학생들이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와 경쟁사회의 각박함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스스로를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화된 대학축제는 개인화된 오늘날의 대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한데 어울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점에서 대학문화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일탈과 소통이 진정으로 주체적이며 올바른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가 입니다. 본래 축제는 일상의 노동으로부터의 일시적인 해방과 유희를 제공하고, 공동체의 정체성과 내부결속력을 강화하며, 전통으로서의 축제를 전승하여 공동체 문화를 발전시켜나가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축제를 즐기는 우리들이 참여자가 아닌 구경꾼으로서 참여하고, 우리의 정체성과 우리만의 대학 문화 대신 상업적이고 소비적인 문화를 전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물론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은 학생들이지만, 그 일탈과 소통을 매개하는 것은 연예인들의 공연과 술자리인 것을 부정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축제의 주체가 대학생이라기보다는 소비문화라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더라도, 이를 외면하는 것 역시 힘들 것 같습니다.

  놀이와 축제의 일탈은 ‘주체적인 참여자’가 일상의 고단함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벗어나 삶의 긍정성을 찾을 때에 비로소 진정한 즐거움의 장(場)으로 바로설 수 있습니다. 참된 축제를 참되게 즐기는 것은 몸이 녹초가 되고, 아카라카에서 목도 다 쉬어버리고, 과제도 잠시 미루는 등 일면 혼란스럽고 비생산적인 경험이지만, 동시에 자발적인 정체성 확인과 일상적 삶의 중요성을 자각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놀이의 주체가 객체화되고 그 수단이 소비문화가 된다면 대학생들의 자발성과 주체성은 결여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마저 고갈시키는 비생산적인 축제문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아쉽게도 초청하는 연예인에 따라 축제의 재미를 가늠하고, 밤을 새우면서 음주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후자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혹여 대학축제라는 우리I것은 몸가 지식과 학문것은전달하고 재창조하는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재충전’이라기보다는 마땅한 배출구를 찾지 못한 젊음의 ‘방전’이 아닐까 걱정됩니다.

  여기저기에서 축제가 시대정신과 사회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야한다, 혹은 유희와 낭만으로 충만한 자유로움의 장(場)이 되어야한다, 또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담아내야한다는 목소리들이 각자의 당위성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 논의에 앞서 우리가 축제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며 올바르게 즐기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과 잃어버린 축제의 유산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노력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기존의 축제가 문제점이 많으며 연예인 공연과 음주문화가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지 축제란 다른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들 간의 소통과 자부심의 표출이 어우러진 놀이터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끼적여봅니다. 그것이 곧 현재 지적되고 있는 대학축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의 즐거움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축제를 위한 첫걸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심리학과 07학번 이상준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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