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비망록]

사진은 상황을 가장 ‘사실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물론 사진이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힘든 세부적인 상황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옳다. 그러나 과연 사진이 언제나 ‘사실’만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까.
이제 어느덧 일년간의 사진기자 활동이 마무리 돼간다. 그동안 참 많은 곳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고, 그렇게 찍은 많은 사진들을 지면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 점은 사진이 언제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사진은 때에 따라서는 사실을 가장 잘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진실을 가장 잘 왜곡하기도 한다.

지난 4월 말, 장애인 영화제 취재를 갔던 당시, 영화제라는 말이 무색하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영화관의 작은 상영관 하나가 겨우 채워질 정도로 적은 사람들이 참가했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이 참가한 것처럼 보이기 바랬던 기자는 되도록 사람들 사이의 간격이 드러나지 않도록 사진을 찍었다.

이는 시위현장이나 행사장의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극적인 화면을 잡아내기 위해 실제로 시위현장이나 행사장에 찾아온 사람들보다 더 많아보이게 대부분 더 높은 곳에서 찍는 등의 방법을 사용한 적이 많았다.

이처럼 사진은 사진기자가 원하는 의도에 의해 잘 왜곡되기도 하는 매체다. 때문에 가끔 ‘실제로는 이정도 규모의 시위가 아닌데 이렇게 내보내도 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진기사는 객관성이 가장 중요시된다. 때문에 사진에 기자의 의견이 담길 수는 있어도 지나친 왜곡을 통해 독자의 시야를 흐리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물론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기자가 바라보는 시선 그대로를 화면으로 옮기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사진의 특성을 이용해 독자들의 사고를 흐릴 수 있는 사진은 최대한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기자생활이 거의 끝나가는 이때에 한 번 더 사진기자의 객관성에 대해 생각해보며, 다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박민석 기자 ddor-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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