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로]

요즘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한 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졸업생 평균 A, B학점을 받은 학생이 91%에 이른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 뉴스가 나옴에 따라 많은 누리꾼들이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이래서야 기업이 어떻게 대학의 학점을 믿을 수 있는가’ 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전에도 이러한 여론에 휩쓸려 연세대학교 역시 평생교육사, 교직과목, 군사학, 실습, 4000단위 등의 수업에 대해 절대평가 폐지 방침을 세웠었다.(비록 지금은 보류상태이지만 말이다.)

흔히, 학점 인플레이션에 대해 비판을 할 때는 주로 학교에서 A학점을 줄 수 있는 학생의 수에 비해 실제로 A를 받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 즉, 비판자들은 대학 측에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일부 절대평가 과목과 같은 편법으로 학생들에게 높은 학점을 주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물론, 절대평가 과목 중에서 A학점을 뿌려대듯이 하는 수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그런 절대평가 과목으로 인해 학점 인플레이션이 생긴다고 보는 것은 일부의 문제로 전체적인 인플레이션을 설명하려는 것일 뿐이다. A, B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이 정해져 있는데도 실제로 그 학점을 받는 학생이 더 많은 것은 그러한 일부 과목이 원인이 아니라 대학교를 취업학원으로 보며, 이 취업을 위해서는 학점관리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점관리가 요구되는 시대에서 과연 누가 좋지 않은 학점으로 졸업을 하려 하겠는가? 재수강, 수강철회,??F의 편법??등을 동원해서 학점을 너도나도 높게 받으려고 할 것이다. 졸업 학점이 높게 나오는 것은 단순히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의도적으로 학점을 잘 주는 것이 아니다.(실제로, 필자가 여태껏 학교를 다니면서 정해진 학점 비율을 초과해서 주는 수업은 들어본 적이 없다.) 졸업하는 학생들은 단순히 4년만 다니고 졸업하지 않고, 10~12학기를 다니면서 위와 같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졸업학점을 좋게 맞추게 된다. 다시 말해,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 졸업하는 사람들은 피 땀 흘려, 초과 학기를 다니면서 좋은 학점을 맞추려 하고, 이렇게 많은 대학생들이 시간적인, 금전적인 투자를 해가며 학점을 얻어감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졸업학점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황들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졸업학점이 너무 높다는 결과만 보고 계속해서 학점 인플레이션을 대학의 힘만으로 줄이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지금과 같이 상대평가를 더 엄격하게, 또는 상대평가에서 A, B를 받는 학생들을 더 적게 뽑자고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그러면 이러한 학점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사회가 대학을 보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학은 학문을 배우기 위해 오는 곳이지 취업을 하기 위한 양성소가 아니다.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 역시 대학에 와서 학문을 배우고 익히려는 게 아니라 학점에만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절대평가 하에서 교수는 자신들이 설정한 수업 목표에 따라 학생들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학생들 역시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지금 이 대책은 누구나 매우 이상적으로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아닌, 상대평가 제도 강화와 같은 방법은 임시적으로 문제를 은폐할 수 있을 뿐,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을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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