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로]

연세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the First & the Best'라는 연세 비전이 눈에 들어온다. 또한 작년에는 메인에 ‘세계 대학교 순위 100위 입성’이라는 문구가 한동안 있었다. 대학교 입학 이후 줄곧 들었던 ‘최고의 사립대’라는 타이틀과 항상 함께 하는 그 문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국내에서 손꼽히는 유명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과 다양하고 재미있는 학교 행사들 덕에 모교심이 듬뿍 자라나, 이 문구만 보아도 뭉클했었던 새내기는 필자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연고전 때 학교 홍보 영상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연세대학교 학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생을 도외시한 학교 행정

하지만 2학년으로 올라가고 학교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가면서 필자의 애교심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비록 동결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비싸기만 했던 지난 2009년 등록금, 학생들의 의견은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통보되는 학교 정책들, 무늬만 그럴듯하고 여기저기 고장이 잦은 학교 시설물 등 학교에서 표방하는 ‘국내 최고의 사립대’라는 타이틀을 창피하게 생각할 만한 많은 사건들이 학생들과 학교의 괴리를 더욱 넓혀놓았고, 이러한 일들이 하나둘씩 늘어갈수록 내가 참여한 서명운동건수 또한 그만큼씩 늘어났다.

그리고 3학년이 된 현재, 학교에 대한 필자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등록금 인상은 물가인상률 외에 다른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고, 내가 낸 등록금으로 학교에서는 무엇을 했는지,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학생식당 리모델링 외에는 개선된 점을 알 수가 없다. 오히려 학생들을 영어 실력에 따라 등급으로 나누고, 중·고등학교 시절에 다녔던 입시대비 학원들과 다를 바가 없는 ‘정원대비 사법고시 2차 합격자 최다배출’이라는 자랑이나 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공지됐던 4000단위 수업들의 절대평가 폐지안은 총학생회의 항의로 연기됐다더니 며칠 뒤 학교 홈페이지에 ‘절대평가 인정과목’이란 글이 게시되었다. 이렇게 학생을 도외시한 행정을 펼치면서 과연 최고의 사립대학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인가?

학생을 ‘위한’ 학교?

이렇게 학생들의 불만은 치솟아만 가는데 학교는 우위적인 입장에 있다는 것을 십분 활용하는데 주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캠퍼스의 일이든, 등록금 문제든, 아니면 지금 당장 당면하고 있는 학사행정의 문제든 간에 ‘조삼모사’식으로 대응을 하거나 귀를 막고 학생들의 불만을 듣지 않는다면 곧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학교 측의 대응은 위와 같은 문제들이 대학평가 항목에 없어서인 것이 아닐까 하는 억측마저 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학교 측의 태도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건을 하나 언급하고자 한다. 작년에 있었던 채플 시간에서의 일이었다. 학교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어느 분이 강연을 하시는데 강연의 요지는 ‘학교에 대해 학생들이 불만을 갖기 전에 자신을 되돌아봐라’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첫째가 본교가 세계 100위권에 진출한 것은 교수들과 학교의 노력으로 이룩한 것인데 학생들은 외국으로의 취업률이 낮아 학교 평가 점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우리 학교의 등록금이 낮은데 왜 등록금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강연 내용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학생들도 있었고, 채플이 끝난 뒤까지 강연 내용에 대해 울분을 삭이지 못한 학생들도 많아 보였다. 필자 또한 채플 시간에 ‘기똥찬’ 강연을 해주신 그 분께 한마디 여쭙고 싶다. 만약 대학평가에 ‘학생들의 복지와 학교 행정에의 참여’에 대한 항목이 있다면 우리 학교는 과연 세계에서 몇 위쯤 할 것 같으시냐고 말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