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급식’이 뜨거운 감자다. 생존의 필수요건인 의식주에 속해서인지 급식은 유난히 자주 이슈화된다. 그동안 부실급식, 단체 식중독 등 급식과 관련해 다양한 문제가 터졌었다. 하지만 이번 ‘무상급식’보단 덜 뜨거웠던 것 같다. 무엇보다 무상급식이 핫이슈인 까닭은 ‘빈부격차’라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개입한 탓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지금이 지방선거를 앞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초등학교 시절부터 급식을 먹고 자랐다. 식판에 밥과 반찬을 받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오순도순 밥을 먹곤 했다. 시간표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수업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숨이 트이는’ 점심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냥 즐거워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점심시간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내게 학교와 급식은 결코 따로 떨어뜨려 놓을 수 없는 상호의존적인 존재다.

그런데 내가 누렸던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즐거운’ 점심시간이 아닌 ‘불편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랍고 마음 아프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치권에서는 급식을 사이에 두고 서로 다투고 있다. 아이들이 먹을 것인데도 급한 게 아니라는 사람이 있고, 주긴 주되 대상자를 선별하자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무상급식이 표를 노린 포퓰리즘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아이가 ‘굶고’ 있다는 것이다. 책을 펴고 수업을 듣는 것 뿐 아니라 급식 또한 교육의 일부인데 지금 그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친구들과 함께 먹는 급식은 분명 아이를 한 뼘 더 자라게 해준다. 따라서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인 ‘교육의 평등’은 급식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예산’이 부족해 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가난하고 부유한 아이로 나눈다면, 어린이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양산된다. 나와 달리 무료로 밥을 먹는 친구를 보며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나와 달리 급식비를 내는 친구를 보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누군 주고 누군 안 줄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다함께 먹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보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유수진 사회부장 uss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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