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를 읽고]

백화점 내 명품관에 들어가 보면 사람들 눈에 잘 띠는 곳에 수백만 원부터 수천, 수억 원을 호가하는 명품백과 구두가 즐비해 있다. 높은 가격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를 소유하고 따라해보고 싶은 '전시효과'를 낳았다. 경제 불황임에도 이런 명품시장은 여전히 호황이다. 명품 매장 안에서 사람들이 명품 가방을 보고 지갑은 여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라고 하니 명품백의 구매력은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연세춘추를 집는 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불과 몇 초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연세춘추」는 학내 대표 언론사다. 그러나 자장면 깔게나, 비올 때 우산대용으로 밖에 취급되지 않는다. 대학교에 입학해 2년 동안 춘추를 봐왔던 애독자임에도 근래의 춘추는 정말이지 보기 싫을 정도다. 신문의 인쇄된 활자부분을 집는 순간 검정 잉크액이 손에 묻을 것 같고 신문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가 아프기만 하다.

 1631호 「연세춘추」또한 마찬가지다. 신문을 집게 만드는 매력도는 1면기사와 사진의 배치가 큰 역할을 한다. 그만큼 신문에 있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은 기사와 사진이 1면에 실린다. 그러나 이번 호는 그렇지 못하다. 우선 탑과 사이드의 단이 깔끔하지 못한데 이는 기사간의 통일성을 떨어뜨린다. 여기서 뭔가 조잡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사이드 하단에 위치한 기자발령은 웬만한 사이드 기사 양과 비슷한 크기인데 분홍색으로 처리한 부분은 1면사진과의 색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눈치다. 또한 1면 사진은 1면의 질을 상당히 떨어뜨린다고 볼 수 있다. 비록 1면 탑 기사와 관련돼있지만 사진만 보면 무슨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배경은 명암의 대비가 높아 보도사진임에도 불구하고 하얗게 날아갔고 초점 또한 전혀 잡히지 않았다. 다른 보도면 또한 언급하지 않겠지만 마찬가지다. 1면의 매력도가 이렇게 떨어지니 학생들이 신문을 안 보는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연세춘추」는 학내 제일의 언론사로서 다른 기관에 비해 학내 전반의 사건 사고를 보도함으로써 학생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읽지 않는 신문은 좋은 신문이 될 수 없다. 부디 가독성 있는 판을 찍어내 좋은 기사와 더불어 명품 신문이 됐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신문을 읽을 날이 찾아오리라고 본다.

박필종(생화학·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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